음식형, 명품형, 자연형..쉽지 않은 반려동물 이름짓기

2021. 9. 14.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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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사는 댕댕이 이름은 ‘수리’다. 견생 6년 차에 나와 만났는데, 직전에 몇 달간의 길거리 생활과 3개월가량의 보호소 생활을 지낸 참이었다. 조금씩 더 행복해지자는 염원을 담아 고심 끝에 이름을 지었다. ‘수리’는 축약본이고, 풀네임은 ‘수리수리 마수리 행복해져라, 얍!’인 것. 그래서 이름처럼 행복해졌냐고? 글쎄, 아직은 잘 먹고 잘 누고 잘 자고 잘 노니 선방은 한 것 아닐까.

사람도 그렇지만 반려동물도 이름 짓기가 수월치 않다. 어릴 적 동네 사는 강아지 이름은 거의 ‘바둑이’나 ‘해피’ 아니면 ‘뽀삐’였다. 세월이 지나서는 ‘메리’가 대세였고. 요즘이야 어디 그런가. 내 주위만 해도 온갖 이름의 개들이 있고, 만나면 이름을 제대로 불러 주는 것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가능하다. 그런데 가만 보면 반려동물의 이름 유형을 몇 가지로 묶어 볼 수 있더라.

먼저 ‘음식형’이다. 주변에서 가장 흔히 만나는 유형으로, 초코, 모카, 두부, 쿠키, 모찌, 찐빵이, 자두, 망고, 보리, 호두, 짜장, 콩이, 피치, 만두 등이다. 그 다음 많은 것이 ‘색깔형’이다. 주로 털 색깔을 가리키는데, 까미, 탄이, 누렁이, 백구, 점순이가 있다(음식형 중 두부, 모찌, 보리, 짜장이도 색깔에 따른 분류에 넣을 수 있다). ‘염원형’도 제법 많다. 내가 수리라는 이름을 붙인 것처럼 반려동물 이름에 바라는 바를 담는 것인데, 해피, 희망이, 행복이, 초롱이, 럭키가 있고, 사랑을 듬뿍 받으라고 이름 지은 ‘사랑이’도 내 주변엔 세 마리나 된다. 다음으로 계절이나 자연물을 이름에 붙이는 ‘자연형’이다.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를 필두로, 구름, 노을, 샛별, 달이, 장미, 레인, 바람이가 대표적이다. 요즘엔 순우리말을 붙이는 반려인도 꽤 많다. 라온, 마루, 하루, 다솜 등인데, 우리 동네에는 다솜이 빼고 다 있다. 심지어 라온은 두 마리다. 이밖에도 구찌나 샤넬 같은 ‘명품 브랜드형’이 있고, 순돌이, 촐랑이, 빙구 같은 ‘성격형’ 이름도 있다. 특이한 유형으로 ‘출처형’도 있다. 분양해 준 지인에게 사과 한 박스를 주고 개 값을 퉁쳤다 해서 ‘퉁이’라 불리는 점잖은 개가 바로 이웃에 살고, 엑스 남친이 선물한 강아지라 애인 이름을 붙였다가 헤어진 지금도 여전히 그 이름을 부르는 난감한(?) 사례도 목격했다.

각설하고, 궁금하긴 했다. 우리나라 사람이 반려동물에 많이 붙이는 이름이 뭔지. 지난 3월에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공개한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붙이는 반려견 이름 순위가 있었다. 대망의 1위는 코코(1만6391마리)가 차지했다. 2위는 보리(1만5116마리), 3위는 콩이(1만3721마리), 4위는 초코(1만3387마리), 5위는 두부(9244마리)였다. 호두, 사랑이, 뭉치, 똘이, 쿠키 등이 20위권 안에 들었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름 ‘해피’는 15위로 밀렸다. 뽀삐는 찾아볼 수도 없었고 ‘매리(메리)’는 65위에 랭크됐다. 고양이 이름도 조사했다. 1순위 이름은 반려견과 똑같은 ‘코코’였다. 이후 보리, 모모, 까미, 하루, 미미, 코찌, 나비, 치즈, 두부 순으로 이어졌다.

이름에는 우리가 바라는 것을 담기도 하고,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특성이나 그저 내가 좋아하는 사물을 가져다 붙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부르기 쉽고 부를 때 기분이 좋으면 최고인데, 사람이 부르기 좋은 이름 말고 강아지가 기억하고 알아듣기 좋은 이름이 따로 있다고 하니, 이건 또 의외다. 그 1원칙은 2음절로 된 단어일 것, 2원칙은 반응하는 쉬운 소리를 넣는 것이다. 소리 중에는 특히 ‘ㅅ, ㅈ, ㅋ, ㅌ, ㅎ’의 자음과 쌍자음 ‘ㄲ, ㄸ, ㅆ, ㅉ, ㅃ’ 등이 적당하다. 강아지가 평소 자주 듣지 못하는 소리라 주의도과 반응성이 높다는 것. ‘ㄴ, ㄹ, ㅁ, ㅇ’ 같은 부드러운 소리는 흘려 보내기 쉽단다. 그러고 보면 앞서 순위에 오른 개와 고양이 이름이 대체로 두 글자인 점도 그렇고, 개와 고양이 모두에서 ‘코코’가 1등을 차지한 점도 이름 짓기 원칙에 들어맞는 셈이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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