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따라 술 향기 따라..맛과 멋이 있는 술도가 산책

2021. 9. 1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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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이나 홈술을 즐기는 집콕도 좋지만 가을가을한 기분을 따라 훌쩍 미식여행을 떠나보자. 전국에는 알음알음 애주가들 사이에 알려진 꽤나 괜찮은 술과 웬만한 여행지 못지않은 멋진 술도가들이 있다. 맛과 향 그리고 정취를 가득 품고 있는 술도가로의 가을여행. 술 향기 따라 호젓하게 떠나는 여행길이다.

▶포천 전통술박물관 산사원

산사원
물이 좋은 포천은 예로부터 막걸리의 본 고장으로 유명하다. 그곳 포천 운악산 기슭에 우리 전통주에 관한 오랜 역사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산사원’이란 이름이 붙은 이곳은 평생 전통주를 빚어내는 데 매진했던 우곡 배상면 선생의 양조 철학이 깃든 곳이다. 전통주의 제조 과정과 발달사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통술박물관과 배상면 선생의 기념관이 있는 이곳에는 전통주를 숙성시키는 공간인 ‘세월랑’과 경주 포석정을 본뜬 ‘유상곡수’, 근대 양조장의 모습을 재현한 ‘부안당’ 등이 있다. 또한 각종 모임과 연회, 공연을 펼칠 수 있는 ‘자성재’와 ‘우곡루’, ‘취선각’ 등 술 제조 공간 및 풍류 공간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세월랑에는 200여 년 된 산사 나무들 아래 일렬로 늘어선 500여 개의 항아리들이 장관을 이뤄 방문객들이 감탄을 쏟아낸다. 약 4000여 평(1만3223㎡) 규모의 산사원은 빼어난 풍광으로 인해 호젓하게 머물 수 있는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적당한 시음으로 기분을 달랜 후 바라보는 운악산의 풍경은 가히 일품이다.

위치 경기도 포천시 화현면 화동로432번길 25

▶울산 복순도가

복순도가
국내 막걸리 양조장 중 가장 세련된 건축물로 꼽히는 ‘복순도가(福順都家)’는 굳이 술이 아니어도 꼭 찾아갈 볼 만한 곳이다. ‘복순도가’란 브랜드는 이곳의 막걸리를 빚는 ‘박복순 여사’의 이름에서 따왔고, 세련미 철철 넘치는 건물은 건축학을 전공한 아들이 지었다. 특히 ‘발효건축’이라고 명명된 양조장은 외관부터 다르다. 짙은 먹빛으로 감싼 단층 건물은 모던한 분위기지만 논밭으로 둘러싸인 주변 풍경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발효건축’이란, 커다란 양조장 자체가 숨을 쉬게 만들었다는 것. 벽돌로 쌓아 올린 벽의 유리창을 통해 발효실을 들여다볼 수 있고, 복도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서는 막걸리가 발효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스파클링 막걸리’의 선두주자이자 ‘막걸리계의 샴페인’이라 통하는 복순도가의 막걸리는 누룩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자연 생성되는 천연 탄산이 백미다.

위치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향산동길 48

▶평택 호랑이배꼽

호랑이 배꼽
‘호랑이배꼽’은 한반도의 배꼽이 있는 위치, 바로 평택을 의미한다. 그곳에 양조장이 있어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물론 그 속에는 한국 막걸리의 중심이 되겠다는 포부도 담았다고 한다. 이렇게 특이한 이름의 술도가 ‘호랑이배꼽’은 서양화가인 이계송 화백과 그의 가족이 함께 꾸려가는 ‘가족 양조장’이다. 단출하게 가족이 운영하지만 그들이 빚어내는 술은 자타가 공인할 만큼 높은 품질로 유명하고, 게다가 온 가족의 예술적 컬래버레이션까지 더해져 명품 브랜드, 명품 문화공간으로 인정받고 있다. ‘호랑이배꼽’에서 만드는 막걸리는 생쌀을 발효시키는 특별한 양조법으로 제조된다. 세 차례의 담금과 100일의 저온숙성을 거쳐 빚어내는데 부드러우면서도 고상한 맛을 자랑한다. 최소 3년에서 10년까지 숙성시켜 내놓는 증류주 ‘소호’ 역시 명품으로 꼽힌다. 갤러리 같은 분위기의 양조장에서는 이 화백의 그림을 벗 삼아 막걸리를 마실 수 있으며, 공연과 미식회, 술 빚기 체험 등의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위치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충열길 37

▶해남 해창주조장

해창주조장
국내에서 가장 멋진 양조장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특히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건물과 정원, 그 속에 면면히 흐르는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해창주조장이다. 일제 강점기인 1927년 미곡상이던 일본인 시바다 히코헤이가 지어 살던 살림집과 정원은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농림축산식품부가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건물 외형은 예전과 다름없고, 양조장 가까이에는 당시 사용되던 창고와 주택, 방앗간이 여전히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어 역사의 흔적을 돌아보려는 여행자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1961년 해남 삼화초등학교 설립자인 장남문 씨가 주조장 면허를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그 후 양조업에 종사하던 황의권 씨가 해창주조장을 인수하여 30년 넘게 술을 빚으며 살아왔고, 2008년부터는 오병인, 박리아 부부가 주조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드는 무감미료 해창막걸리는 은근하면서 투박한 맛으로 애주가들 사이에 팬덤이 형성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위치 전남 해남군 화산면 해창길1

[글 이상호(여행작가) 사진 각 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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