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토어 무기로 OS '갑질' 구글에 과징금 2074억
삼성‧LG전자 등 스마트기기 제조업체가 운영체제(OS)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아 온 구글에 2000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됐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OS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스마트 기기에 다른 OS를 탑재하는 것을 금지하는 계약을 제조업체와 맺었다. 플레이스토어 이용권 등이 '미끼'였다. 휴대전화‧스마트워치‧스마트TV 등 스마트 기기 전반에 걸쳐 OS 독점을 문제 삼은 건 전 세계에서 처음이다.
세계 최초 "스마트기기 OS 강제 금지" 명령
14일 공정위는 거래상지위남용, 불공정거래 행위로 구글 엘엘씨‧구글 아시아퍼시픽‧구글 코리아에 총 207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시정명령은 구글이 더는 제조업체에 OS 사용을 강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구글은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와 파편화금지계약(AFA)을 체결해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구글의 OS를 변형한 OS를 탑재하거나 개발하는 것을 금지했다. 변형 운영체제는 업계에서는 포크OS라 부른다. 아마존, 알리바바 등이 포크OS를 개발해 OS 사업에 진출하려고 했으나 거래할 업체를 찾지 못해 사업이 모두 실패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구글은 2010년 38%였던 OS시장 점유율을 2019년 97.7%까지 높였다.
플레이스토어 무기로 제조사 압박
구글이 2011년부터 지금까지 제조업체와 AFA를 체결할 수 있었던 건 사전접근권과 플레이스토어를 ‘무기’로 사용해서다. 사전접근권이란 제조업체가 안드로이드 OS 소스코드를 6개월 전 미리 제공받을 수 있는 계약이다. 고성능 기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소스코드가 필요해 제조업체는 구글과 OS 독점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플레이스토어 등록 앱 수는 지난해 3월 기준 287만개로, 경쟁 앱마켓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수라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플레이스토어를 이용해야만 했다.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앤디 루빈 구글 전 수석부사장이 델(Dell)이 포크OS 기기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포크 기기를 단 한 대라도 출시하면 모든 기기에 대한 플레이스토어, 유튜브, 구글 검색 라이선스를 해지하겠다”고 말한 내용이 드러나기도 했다.
구글에 막혔던 갤럭시 워치
2018년 유럽연합(EU)의 경쟁당국인 EC가 구글의 OS 및 앱마켓 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과징금 약 5조6500억원을 부과한 적 있다. 그러나 EC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는 스마트폰 관련 사안으로 제한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네이버‧카카오가 있는 한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구글의 검색시장 독점이 OS 갑질보다 더 주요한 이슈였다”고 말했다.
"혁신 시도 자유롭게 될 것"
공정위 조치에 따라 스마트 기기 제조업에서 변화가 예고된다. 특히 삼성전자가 로봇, IoT(사물인터넷) 등에서 포크OS가 혁신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보고 구글 측에 AFA 조건을 완화해달라고 지속 요청해왔던 만큼 이번 시정명령이 의미 있을 전망이다. 구글은 자신들이 진출하지 않은 로봇 분야 등에도 포크OS를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혁신 기기나 서비스를 뒷받침할 수 있는 OS 개발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고, 삼성이나 LG와 같은 국내 제조사도 다양한 혁신 시도를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구글이 앱 마켓 간 경쟁을 제한한 것은 아닌지와 인앱결제 강제 등에 대해서도 사건이 접수돼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성욱 위원장은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 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행하는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서는 국내외 기업 차별 없이 법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글을 플랫폼 사업으로 규정하고, 플랫폼 기업에 대한 엄정 대응을 시사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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