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반도체 공급부족 해소 2~3년 소요..일관된 정책지원 필요"
R&D 투자에 대한 경쟁국 수준 세액공제, 연구인력 육성 등 지원 필요
자동차 업계 생산차질의 원인인 자동차용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공급부족이 완전히 해소되려면 앞으로도 2~3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국내 반도체 업계는 강한 도전에 직면해 있어 반도체에서 자동차 산업으로 이어지는 생태계 경쟁력 유지를 위한 일관된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14일 오전 ‘반도체산업 현황과 최근 시황’을 주제로 제5회 온라인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정만기 KIAF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2002년 1410억달러 규모에서 2018년엔 4850억달러로 급성장한 세계 반도체시장은 2018년 이후엔 인공지능 등의 발달로 2030년경엔 1조달러로 더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라며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자국내 반도체 제조업 부활 등 반도체 산업 재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고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지속 전개하고 있어 세계 시장점유율 2018년 23.6%에서 2020년 18.4%대로 낮아진 우리의 반도체 세계 2위 위치는 강한 도전을 받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 회장은 “그러나, 자동차, 로봇, 전자, 에너지 등 대부분 산업에서 반도체 장착이 늘어나면서 반도체는 대부분 산업의 경쟁력 핵심요인으로 등장하고 있어 팹리스, 파운드리, 반도체 장비업 등 반도체 산업생태계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한층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K-반도체 벨트 구축 등 정부의 반도체 산업육성 전략은 내용적으론 매우 잘 정리돼 있기 때문에 정권교체기는 물론 정권교체 이후에도 차질 없이 잘 이행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도체의 경우엔 선제적 R&D와 시설 투자가 경쟁력의 핵심인 점을 감안해 대기업의 연구개발과 관련 시설투자에 대해서는 현재의 투자액대비 0~2%에 머무는 세액공제를 미국이나 유럽의 등 경쟁국과 같이 30~40%로 올리고 부품소재, 장비, 팹리스 산업생태계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M&A시장 활성화를 위한 M&A세제지원도 확대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회장은 “우리의 경우 아직 세계 최고 기술기업 대비 기술력이 취약한 점을 감안해, 외국기업이 우리 기업들의 기술개발 상황 현장 조사를 초래할 수 있는 한국형 증거조사제도의 도입은 좀 늦춰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산업은 4차 혁명이 심화되면서 시스템반도체, 자율주행차, 로봇,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이 산업의 핵심경쟁력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으나 우리의 인력양성 구조는 이러한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인력양성 구조를 정밀 점검해 학교교육 체제를 혁신하고 고급연구인력 양성을 확대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반도체 산업 현황과 최근 시황’ 주제발표를 통해 “반도체산업은 PC‧스마트폰 등 IT 발전과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으며, 향후 인공지능‧자율주행차‧클라우드 서비스가 확대됨에 따라 세계 반도체 시장은 2030년 1조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측된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이 전년대비 17.3% 성장한 5255억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한국은 2013년 이후 시장점유율 2위를 지속 점유(2020년 18.4%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상반기 가격상승 이후, PC수요 둔화와 수요-공급간 재고 수준의 차이 등으로 4분기 완만한 하락이 예상되나, 내년 상반기 이후 회복세에 진입 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스템반도체는 5G 스마트폰‧서버 등 IT시장 성장에 따라 글로벌 팹리스 기업의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파운드리는 공급 부족‧제조단가 상승 등으로 전년대비 1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분업체계의 취약성이 부각됐고, 고성능 반도체 제조를 위한 첨단 미세공정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TSMC‧삼성전자‧인텔 등이 파운드리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중국‧유럽 등 주요국이 자국내 반도체 제조시설 확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육성 정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주요 파운드리들은 2023~2024년을 목표로 신증설을 추진 중으로, 파운드리 공급부족 해소에는 향후 2~3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부회장은 또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국가간 경쟁 환경 속에서 우리 반도체산업이 그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끊임없는 혁신과 함께 정부의 강력한 산업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주제발표 이후 김양팽 산업연구원 산업경쟁력연구본부 전문연구원, 김동순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반도체·디스플레이연구본부 본부장의 토론이 진행됐다.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선진국들이 앞다퉈 반도체 공급망을 점검하기 시작했다”면서 “이전에는 전 세계에 걸쳐 형성된 글로벌 벨류체인으로 인해 반도체산업이 효율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하였으나, 현재는 주요 선진국들이 서둘러 자국 내 생산을 늘리겠다고 선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60부터 50년에 걸쳐 기존에 형성됐던 반도체 글로벌 밸류체인과 공급망은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며 “반도체 제조부문을 후발주자에게 넘겨주었던 미국은 현재 반도체 제조기업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문연구원은 일본‧EU등 한때 세계시장에서 영향력을 미친 국가들 역시 반도체 산업을 다시 육성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언급한 뒤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1위의 경쟁력을 가졌다”면서 “변화하는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동순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본부장은 “시스템 반도체 기술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과 자율주행 및 전기자동차 등에 관한 새로운 기술들이 대두되면서 새로운 수요산업을 위한 제어 반도체‧사용자 반응형 인터페이스‧AI 반도체 등의 중요성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하지만 국내 상황은 기술 경쟁력 및 팹리스의 수에서조차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련 반도체 설계 인력 양성과 수요 기업과 함께 스타 팹리스를 육성할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메모리에서는 EUV 등의 기술을 도입해 가격경쟁력 있는 메모리 제조기술과 PRAM·MRAM 등의 이머징 메모리 상용화 기술 확보를 통해 세계 선도 기술 확보를 위한 기업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소부장 기술에 있어서는 “글로벌 소부장 기업 육성을 위해 기업들과 상생 협력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구축과 챌린지형 기술개발을 위한 R&D 지원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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