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에 빌라 겨우 샀는데..'투기꾼' 취급, 현금청산 위기

배수람 2021. 9. 14.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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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4대책 이후 매입한 주택이 향후 도심복합사업 후보지에 포함될 경우, 우선공급권을 인정하지 않겠단 방침을 세우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적어도 정비구역 지정일 이후 취득한 토지 등에 대해 입주권을 주지 않는 등 구역별로 유연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데 투기 차단을 명목으로 불합리한 기준을 세웠다"며 "위헌 소지가 있어 선의의 피해자들이 소송까지 갈 경우에는 공급대책 추진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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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상승, 전세난 피해 다세대·연립 매수세↑
6월29일 이후 주택 매수자, 입주권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최근 민간제안 통합공모 접수지 역시 동일한 기준 적용
"피해 구제책 필요, 소송전 비화될 경우 사업 차질 우려"
단기간 집값이 급등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눈을 낮춰 내 집 마련에 나섰으나 2·4대책에 따른 도심복합사업으로 억울하게 피해를 보게 된 실수요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 A씨는 지난 7월 뉴타운 해제구역인 광명8구역 내 노후빌라 한 채를 3억800만원에 매입했다. 고향에서 빚 걱정 없이 살고 싶은 마음에 부모님과 평생 모은 돈에 청약통장, 보험까지 정리해 마련한 자금으로 인테리어까지 해서 들어간 '내 집'이었다. 7월9일 이사한 A씨는 불과 일주일 만에 또 다시 좌절해야만 했다. 이곳 원주민들이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을 추진 중이란 소식을 뒤늦게 접하면서다. 해당 구역은 주민 동의 10% 이상을 얻어 정부의 '3080+ 민간제안 통합공모'에 접수한 상태다. 현행법상 6월29일 이후 등기를 마친 A씨는 현금청산 대상에 포함된다. 개발이 진행되면 A씨는 매매가 절반 수준의 감정가액만 받고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다.


이처럼 단기간 집값이 급등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눈을 낮춰 내 집 마련에 나섰으나 2·4대책에 따른 도심복합사업으로 억울하게 피해를 보게 된 실수요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올해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건수는 총 4만1648건으로 아파트 매매건수(3만3999건) 대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빌라 매매량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집값 상승과 전세난 등이 맞물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7억4063만원이다. 같은 기간 전셋값은 4억4156만원으로 2018년 1월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4억4067만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다.


3년 반 전에는 아파트를 살 수 있던 금액으로 현재는 전셋값을 충당하기도 어려워진 실정이다. 아파트값이 천정부지 치솟은 데다 전세난까지 가중되면서 가격이 낮은 빌라로 매수세가 옮겨간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내 집 마련에 성공하더라도 수요자들의 주거불안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도심복합사업이 언제, 어디서 추진될지 가늠할 수 없는 탓에 개발 계획을 모르고 주택을 매입했다가 A씨처럼 현금청산 대상자가 될 수 있어서다.


정부는 2·4대책 이후 매입한 주택이 향후 도심복합사업 후보지에 포함될 경우, 우선공급권을 인정하지 않겠단 방침을 세우고 있다.ⓒ국토부

정부는 2·4대책 이후 매입한 주택이 향후 도심복합사업 후보지에 포함될 경우, 우선공급권을 인정하지 않겠단 방침을 세우고 있다. 개발 차익을 노리고 유입되는 투기세력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권리산정일은 관련 법안 국회 의결일인 6월29일을 기준으로 한다.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매입했더라도 입주권을 받을 수 없다.


A씨는 "소유주들 단톡방에서 6월29일 이후에는 현금청산자가 발생하니 기준일을 사전 고지하라고 해 현재는 매물도 다 잠긴 상태"라며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도 어렵고 왜 6월29일 이후 이사한 사람은 모두 투기꾼 취급을 당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욕심 없이 온전한 내 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뿐인데 후보지로 선정돼 평생 모은 돈으로 산 집을 빼앗기고 거리로 나앉게 될까 무섭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말까지 서울 외 지역에서 실시한 민간제안 통합공모에 접수한 제안부지 70곳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해당 기준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A씨와 같은 피해 사례는 더 늘어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성급한 공급대책이 오히려 서민 주거불안을 심화시킨단 지적이다. 제도 사각지대로 내몰린 실수요자를 보호할 만한 구제책도 없는 상황이어서 향후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현재로선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투기를 억제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실수요자를 구제할 방안도 함께 모색했어야 했다"고 진단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적어도 정비구역 지정일 이후 취득한 토지 등에 대해 입주권을 주지 않는 등 구역별로 유연한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데 투기 차단을 명목으로 불합리한 기준을 세웠다"며 "위헌 소지가 있어 선의의 피해자들이 소송까지 갈 경우에는 공급대책 추진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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