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올랐는데..시중은행, 고금리 특판 가뭄 왜?

이호연 2021. 9. 14.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기예금 특판, 최고 연 2%대 미만
안정적 '예대율' • 요구불 예금 증가
치솟는 대출금리, 예대마진차 확대
서울시내 한 은행 예·적금 창구에서 고객이 업무를 보고 있다. ⓒ 뉴시스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고금리 특판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저축은행이 연 10%가 넘는 상품을 앞다퉈 내놓으며 가입자 확보에 나선것과 달리, 시중은행은 조용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대출금리는 고공행진하지만, 예대금리는 이에 비해 속도가 너무 더디다는 지적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 등의 제2금융권, 특수 은행등이 앞다퉈 고금리 예•적금 특판 상품을 선보이는 가운데 시중은행은 소극적으로 대응중이다. 과거 은행들은 수신고 확보 차원에서 일반 예적금보다 높은 금리를 내세우는 특판 상품을 출시하고는 했는데, 최근 나오는 상품들의 실제 금리 혜택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고금리 특판 상품을 내놓은 곳도 손에 꼽는다. SC제일은행이 지난 8일 정기예금 특별판매를 진행했으나, 특판 금리는 최고 연 1.4%에 불과하다. 첫 거래 고객이 이달 중 입출금식 예금에 30만원 이상, 1년 만기 퍼스트 정기예금에 1억원 이상 가입하는 조건이다. 정기 예금 평균금리가 2%를 넘는 저축은행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KB국민은행도 50세 이상을 겨냥한 'KB더블모아예금'을 선보였다. 1년제 거치식 예금으로 1000만원 이상 4000만원 이하 금액을 예치할 수 있으며, 기본이율은 연 0.85%이다. 여기에 급여이체•연금수령, ISA 연금저축 펀드 가입 등 조건을 별도 충족해야 최고 연 1.55%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연 6% 이상의 고금리를 주는 상품도 있다. 최고 연 7%까지 금리를 얹어주는 신한은행의 ‘더 모아 적금’, 최고 연 6.0%까지 제공하는 ‘우리 매직 적금 by 우리카드’ 등이다. 그러나 이같은 상품은 총 가입 계좌 건수나 기간 등이 한정됐고, 가입 금액도 30~50만원 이하만 가능하다. 타겟 대상도 MZ세대, 주택청약 대상자 등 자금 조달보다는 마케팅 전략을 염두에 둔 상품들이 대부분이다.


시중은행에서 제대로 된 특판 상품을 내놓지 않는 이유는 현재로썬 예금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현재 예대율 기준을 100% 이내로 유지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대출 증가를 억제하고 있다. 예대율은 보유한 예금과 비교해 대출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이다.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일정 비율만큼의 예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는 대출을 늘릴 필요가 없으니 예금도 더 확보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예적금보다 조달 비용이 적은 요구불 예금 잔액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MMF, 수시입출금 통장 등과 같이 이자를 거의 주지 않고, 대기성 자금 성격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계속 증가중이다. 지난 8월말 기준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85조1869억원으로 지난 1월 말보다 47조3314억원 급증했다. 반면 정기예금과 적금은 같은 기간 5조1776억원, 5조3657억원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고금리 특판 예적금은 높은 이자를 줘야 해서 비용 부담이 작지 않다”며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로 예대율이 안정적이고, 공모주 청약 등으로 요구불 예금이 증가하는 등 예적금으로 자금을 조달할 이유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은행들의 이같은 전략은 예대마진을 챙긴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시중은행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적금 금리도 상향했지만, 금리수준은 여전히 연 1~2%대에 불과하다. 반면 대출 금리 상승세는 가파르다. 5대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 기준)는 지난해 7월 말 연 1.99~3.51%에서 지난달 26일 연 2.98~4.05%로 1년새 1%p 가까이 올랐다.


향후에도 대출금리는 더 빠른 속도로 오를 전망이다.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시장금리에 이같은 기대감이 선반영되며 대출금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압박에 따른 우대금리 축소도 대출금리 인상을 부채질 할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