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세탁으로 신분상승"..위스키 20년만에 매대 탈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폭음 대신 ‘한 잔’을 마셔도 제대로 즐기는 젊은층이 늘면서 위스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그 덕분에 위스키는 이번 추석에 주류 선물세트 진열대의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20년 만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13일 “위스키가 명절 대목에 주류 메인 선물세트로 매대 맨 앞줄에 놓인 건 1990년대 이후 20년 만"이라며 "다른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도 지난해부터 양주가 불티나게 팔리며 ‘효자’ 품목이 됐다"고 말했다.
양주 매출이 소주 제쳐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설 처음으로 양주가 소주 매출을 제쳤다. 양주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네 배가량 늘면서다. 전체 주류 매출 중 양주 구성비도 작년 설 12.2%에서 작년 추석(13.5%), 올해 설엔 16.2%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소주 매출 구성비는 17%에서 15%대로 줄었다.
위스키 판매 증가는 젊은층의 양주 구매가 늘었기때문이다. 이마트가 올해 설 기간이던 지난 2월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30대의 양주 구매 비중이 52.2%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작년 2월(43.4%)에 비해 크게 늘었다. 롯데마트도 2019년 한자릿수 신장률을 보였던 양주 매출이 2020년 전년 대비 40%가량 신장했고, 올해 1~8월엔 전년보다 82.5% 신장했다.
롯데마트는 양주가 예상외로 잘 팔리자 위스키 상품군을 지난 3월 대비 배 이상 많은 50여 종으로 늘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난달 추석선물 사전판매 기간에도 위스키 선물세트는 전년대비 157%, 와인 선물세트는 210% 신장하며 전체 주류 선물세트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주의 인기와 함께 올해 양주 수입액도 증가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위스키 수입액은 9254만 달러로 작년 동기간(6216만 달러)에 비해 48%가량 증가했다.
MZ세대 맞춰 위스키도 변신
양주가 ‘핫’해진 이유는 뭘까. 주류업계는 우선 위스키가 ‘변신’을 꾀한게 주효했다고 본다. 코로나19 이후 홈술 트렌드가 거세지면서 가성비 좋은 소용량 제품을 출시하고 젊은층의 접근이 용이한 편의점에 적극 입점시켰다. 한 병에 10만~20만 원대로 비쌌던 위스키를 소용량으로 가격을 낮추고, 2030 취향을 저격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하이볼이 대표적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편의점과 대형마트에 가성비 좋은 제품을 출시하면서 일단 문턱을 낮췄다”며 “위스키를 ‘가치 있는 술’로 인지하는 MZ세대의 성향과 맞아 떨어지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위스키가 ‘중년층이 마시는 비싼 술’에서 ‘나를 위한 가치 있는 술’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주류업계도 오랜만에 찾아온 인기에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병 디자인을 캐주얼하게 바꾸고, 다양한 맛과 풍미의 위스키를 내놓고 있다. 위스키 발렌타인은 최근 스카치 위스키에 버번 위스키를 조합한 ‘발렌타인 7년 버번 피니쉬’를 출시했다. 위스키 풍미에 버번 캐스크의 달콤함을 더했다는 게 업체 설명이다. 아이리쉬 위스키 ‘제임슨’은 SNS에서 뮤직 라이브 토크쇼를 통해 홍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대형마트·백화점·편의점도 적극적이다. 주류 특성상 오프라인에서만 구매가 가능해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늘어나서다. 이마트는 올해 추석 싱글몰트, 버번 등 약 200여종의 양주를 판매한다. CU 편의점은 10만 원대 위스키를 늘렸고, 세븐일레븐은 프리미엄 싱글몰트 위스키인 맥캘란 시리즈를 단독 판매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양주 인기가 커지면서 위스키 애호가는 프리미엄 제품을 많이 찾는다”며 “해외여행이 줄며 양주를 손쉽게 구입하지 못하다보니 중년층에겐 양주가 ‘가치있는 선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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