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고-대구로-배달의명수-일단시켜..'우리동네 배민' 뛴다

김정석 2021. 9. 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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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배달 노동자가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뉴스1

대구 달성군 현풍읍에 있는 국물찜닭 전문점 ‘토닥토닭’은 20여 명이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비교적 큰 식당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매장 매출이 줄어들면서 배달이 주 수입원이 됐다.

토닥토닭 장성욱(31) 대표는 배달 주문을 최대한 받기 위해 3개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동시에 쓰고 있다. 그는 “최근 사용 중인 여러 배달앱 중 유독 반가운 주문 알림이 있다. 바로 ‘대구로’를 통한 주문”이라고 말했다.

대구로는 대구시가 참여해 만든 대구형 ‘공공 배달앱’이다. 배달 대행 플랫폼을 지자체에서 직접 개발해 해당 지역 내에서 서비스한다는 점에서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쿠팡이츠 같은 대형 민간 배달앱과는 다르다.

대구로의 중개수수료와 카드결제수수료는 각각 2% 수준. 대형 민간 배달앱의 4분의 1 정도다. 같은 찜닭을 배달해도 판매자 입장에선 다른 배달앱 주문보다 이윤을 더 남길 수 있다는 의미다.

장 대표는 “지자체에서 할인 쿠폰 같은 것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서인지 대구로 주문이 기업형 배달앱과 한번 경쟁해볼 만큼 많았다”며 “쿠폰 제공 등이 줄어들자 주문이 줄기는 했지만 대구로 주문 첫 달(시범 운영)인 8월엔 900만원(386건) 상당의 매출을 거뒀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운영 중인 공공 배달앱 '대구로' 로고. 사진 대구시
경북도가 운영 중인 공공 배달앱 '먹깨비' 로고. 사진 경북도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외식업계에 이른바 ‘배달앱 전성시대’가 열렸다. 현재 국내 배달 앱 시장은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3개 대형 배달앱이 대부분을 과점한 상태다. 여기에 지자체들이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소비자 혜택을 늘리겠다”며 공공 배달앱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저렴한 중개수수료와 소비자 할인 쿠폰 등을 내세워 대형 배달앱들과 무한 경쟁에 나선 형국이다.

대구시의 공공 배달앱은 ‘대구로’다. 지난달 본격 운영을 시작한 후 실적은 “대형 배달앱들과 붙어볼 만은 하다” 정도다. 13일 대구시에 따르면 앱 다운로드는 대구로 운영을 시작한 지 19일 만에 10만 건을 돌파했다. 이후 지난 5일까지 다운로드 건수가 13만7000건을 넘어섰다. 가입 회원은 6만여 명. 주문 건수는 7만6000건에 달했다.

대구로의 경쟁력은 중개수수료와 카드결제수수료가 각각 2%, 2.2% 수준이라는 점이다. 대형 배달앱의 중개수수료(6.8~12.5%)와 카드결제수수료(3.0%~3.3%)에 비해 저렴한 게 특징이다.

연합뉴스


경북도는 지난 9일 ‘먹깨비’라는 배달앱을 출시하고, 대형 배달앱들과 경쟁을 시작했다. 먹깨비는 오픈 당일 9700여 명이 신규 가입하는 등 12일까지 전체 가입자 수가 2만7000명을 넘어섰다. 먹깨비의 이런 초반 경쟁력 역시 낮은 수수료가 견인했다. 먹깨비의 중개수수료는 1.5%, 결제수수료는 카드에 따라 0~3%다. 경북도 관계자는 “가입비가 없고, 광고료도 없다. 첫 주문 시 5000원, 첫 주문 완료 시 5000원이라는 할인 쿠폰도 초반 먹깨비의 실적을 끌어올린 무기다”고 했다.

지역화폐 사용이 경쟁력으로 작용한 공공 배달앱도 있다. 울산의 지역화폐 서비스인 울산페이를 활용한 ‘울산페달’나 지역화폐로 결제하면 할인 쿠폰을 추가 지급하는 경기 ‘배달특급’이 대표적이다. 영남 지역 첫 공공 배달앱 부산 남구 ‘어디고’와 광주 ‘위메프오’, 강원 ‘일단시켜’, 대전·세종 ‘휘파람’ 등도 지역화폐를 음식 주문 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지역화폐는 통상 추석 등 명절 전후나 휴가 전후 적게는 5%, 많게는 10% 할인한 금액에 구매가 가능하다. 공공 배달앱의 지역화폐 사용이 장점이 되는 이유다.

너도나도 공공 배달앱을 출시하다보니 미흡한 점도 있다. 민간 배달앱보다 가맹점이 적다는 점이나 앱 자체의 기능이 떨어져 불편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홍보가 부족해 공공 배달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가장 성공적이라 평가받는 경기 ‘배달특급’은 지난해 12월 순방문자 수 21만5101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1월 20만9489명, 2월 20만2504명으로 5.8% 줄었다.

국내 최초로 운영을 시작한 전북 군산 ‘배달의명수’는 2월 순방문자 수 3만1685명으로 지난해 12월보다 15% 줄었고, 충북 ‘먹깨비’도 2월 순방문자 수 7만2480명으로 2개월 전과 비교해 22%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의 한 음식점에서 관계자가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 서비스 시연을 하고 있다. '배달특급'은 배달앱 시장의 공정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경기도 산하 경기도주식회사가 민관협력을 통해 개발해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연합뉴스


직장인 서종희(35)씨는 “혜택이 많다고 해서 앱을 설치해 사용해 봤는데 기존에 사용하던 배달앱에 비해 가맹점 수가 절반 이상 적었다”며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는 일에 동참하고 싶지만, 가맹점 수를 늘리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공 배달앱이 민간 배달앱과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여현진 배재대 e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공공 배달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맹점 수를 늘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며 “공공 배달앱이 지역화폐와 연동해 10% 캐시백이 된다는 큰 이점이 있는데도 앱 활용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가맹점 수 부족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배달업체 관계자가 배달할 음식을 오토바이에 싣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우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선임연구원은 ‘지방자치단체 공공 배달앱 현황 및 활성화 방안’에서 “‘공공 배달앱 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가맹점 부족 문제나 서비스 미흡 문제를 해결하고 민간 영역과의 제휴를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앱에 문제가 생기면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파악해 즉각 반영해야 한다”며 “그러면서도 공익 기여와 민간 경제 활성화 지원이라는 공공 배달앱의 목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석·김윤호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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