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미 증시 '가을 보릿고개' 조짐.. 그래도 솟아날 구멍 있다

이동훈 2021. 9. 14.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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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증시에서 S&P500지수는 올들어 지난 2일까지 54차례나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다음날인 지난 3일부터 5영업일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너무 높은 고지(밸류에이션)를 오른 부담이 있는데다, 인플레 우려와 공급망 차질로 기업 수익에 부담을 줘 주가는 당분간 하강곡선을 그리는 신호로 해석한다.

무너지는 ‘막연한’ 경기낙관 심리

사실 그동안 델타변이 코로나 확산에도 불구하고 경기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란 ‘막연한’ 낙관적인 기대가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주식 말고 별다른 투자 대안도 없다는 ‘TINA(There Is No Alternative)’ 심리도 작용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주 뉴욕 증시의 연속 하강은 최근 들어 세계경제의 구심축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지표가 부정적으로 나타나는데 대한 불안심리가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델타 변이바이러스 영향으로 7월 소매판매가 전월대비 1.1% 감소하고 8월의 미시건대학 소비자신뢰지수도 전월대비 11포인트나 떨어지는 등 실물과 심리 지표의 동반부진을 보였다. 주요기관들은 당장 3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6.3~6.5%에서 5.0% 수준으로 하향했다. 특히 8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수는 23만5000명으로 예상치 72만5000명을 크게 밑돈 것이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중국은 지난 3월 이후 기저효과 등으로 소매판매와 생산의 둔화세가 이어지는 와중에 지난 7월에는 예상치를 크게 하회해 경기둔화 우려가 확대됐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까지 전세계 증시는 편향적인 낙관적 기대에만 의지해 상승해왔다”면서 “최근 미국 증시의 연속 하락세는 이런 불안요인을 주가에 선반영을 암시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3주동안 펀더멘털없이 주가 밸류에이션을 낮추는 ‘보릿고개’를 경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시 추궁기의 주요 원인은 경기하강과 인플레 우려다. 공급망 위축으로 인플레 기대심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경기 위축으로 늦춰질 것으로 기대했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 속도가 다시 빨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8월 생산자물가 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8.3%로 2010년 11월 이후 최대폭 상승하면서 글로벌 공급 병목이 심화되고 있음을 반영했다. 14일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공급차질에 어느정도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21~22일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발표된 유로존의 8월 소비자물가 잠정치도 7월 2.2%에서 3.0%로 크게 올라 유로존에서의 인플레이션 우려도 증가하고 있다.

문 연구원은 9월 보릿고개 원인으로 FOMC 이외에도 미국의 여야 간 합의를 봐야하는 미국 국가 부채 한도 유예, 미국 인프라투자 법안 하원 통과, 바이든 대통령의 차기 연준 의장 지명까지 정치적으로 불확실성을 키우는 굵직한 변수가 몰려 있음을 들었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연말까지 맥없는 증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의 뱅크오브어메리카는 S&P500지수가 연말까지 지난 10일(4458.58)보다 4.7% 떨어진 뒤 내년말 4600선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도 기댈 언덕은 있다

미국 증시를 당분간 보완할 시장으로 일본 증시가 떠올랐다. 코로나 방역 실패로 코너에 몰린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 선언으로 정치 불확실성 해소와 맞물려 대규모 재정투입 기대가 작용했다. 특히 유력 총리 후보인 고노 다로 행정개혁·규제개혁상이 출마를 표명하면서 기대가 더 커지는 분위기다.

일본 대형 수출주 중심의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10일 전주 대비 4.30% 상승하면서 연중 최고치에 근접했다. 2200개 전 종목 주가를 반영하는 토픽스지수도 일본 경제 버블기인 1990년 8월 이후 30여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그간 다른 주요국에 비해 소외됐던 일본 증시가 부활 신호탄을 쏜 것으로 해석된다.


눈여겨 볼 것은 일본 주식 투자비중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외국인들이 ‘물들어 올 때 노 젓 듯’ 대거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외국인의 일본 주식순매수 규모는 올들어 지난 3일까지 1조4000억엔으로 일본의 경제 재부흥 기대를 모았던 2013년 아베노믹스 시행 당시 4조7000억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순매수 기록은 2017년(7914억엔) 이후 4년만으로, 올 연말까지 3조엔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건스탠리 투자전략팀은 최근 투자자 노트에서 미국 주식과 채권 등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일본과 유럽으로 갈아타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아울러 글로벌 기업들이 팬데믹 이후를 대비해 대규모 투자계획을 하고 있어 증시 보릿고개 이후 그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S&P에 따르면 올해 기업들의 투자가 13%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팬데믹 이전보다 올해와 내년에 각각 15%, 21%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은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갑자기 긴축이 시행된 2014~16년 기업들의 투자가 8~9% 줄어든 점과 대조적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주요 중앙은행들의 긴축시행으로 인한 공백을 기업 투자가 메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 성장의 지속성을 위해 고무적인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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