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거문도 갯바위에 구멍 수천개.. 낚시꾼들 왜 이러나

최재필 2021. 9. 14.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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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전 전남 고흥 녹동항에서 3시간 정도 배를 타고 도착한 거문도는 낚시꾼들의 환경 오염·훼손 행위로 천혜의 자연경관과 비경을 간직한 섬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실제 거문도 갯바위에서 참돔을 기다리는 다수의 낚시꾼은 드릴로 뚫은 구멍에 여러 개의 낚싯대를 고정해 놓고 입질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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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심 낚시꾼들이 드릴로 훼손
오물·쓰레기.. 공업용 납도 곳곳에
1년간 생태휴식제.. 적발 땐 과태료
전남 여수 거문도의 갯바위에 큼지막한 구멍이 곳곳에 뚫려 있다. 갯바위 포인트에 낚싯대를 거치하기 위해 일부 비양심 낚시꾼들이 드릴로 뚫어 놓은 것이다.


지난 9일 오전 전남 고흥 녹동항에서 3시간 정도 배를 타고 도착한 거문도는 낚시꾼들의 환경 오염·훼손 행위로 천혜의 자연경관과 비경을 간직한 섬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엄지손가락보다 큰 흉측스러운 갯바위 구멍들은 사람이 만든 결과물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었다.

갯바위 주변을 순찰하던 황영식 국립공원공단 다도해해상국립공원사무소 팀장은 “거문도 갯바위 천공(穿孔)은 정확한 수를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많다”며 “줄잡아 수천 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갯바위 낚시꾼 A씨는 “참돔이 잘 잡히는 갯바위 포인트에는 낚싯대를 거치하기 위해 일부 비양심 낚시꾼들이 드릴로 뚫어 놓은 구멍이 많다”며 “낚시꾼 출입 명부를 작성하는 등 대책이 없었던 게 아쉽다”고 설명했다.

실제 거문도 갯바위에서 참돔을 기다리는 다수의 낚시꾼은 드릴로 뚫은 구멍에 여러 개의 낚싯대를 고정해 놓고 입질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갯바위 사방에 퍼져 있는 구멍에는 고정용 볼트가 채워져 있었고 바위 틈엔 흰색 공업용 납도 끼어 있었다. 뒤엉킨 낚싯줄과 오물·쓰레기가 나뒹굴고 갯바위 밑 바닷물엔 플라스틱 병이 둥둥 떠다녔다. 현장에선 불법 야영객들의 음주 행위가 횡행한다는 얘기까지 들렸다.

국립공원공단은 거문도 갯바위 훼손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갯바위 생태휴식제’ 시범사업 도입을 결정했다. 낚시로 훼손된 지역의 출입을 통제하고 휴식을 통해 자연회복을 유도하는 제도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전례 없는 시도다. 대상은 거문도에서 환경 오염이 가장 심각한 9개 지점이다. 이들 지점에선 갯바위 낚싯대 고정용으로 사용된 폐납 밀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2.6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폐납은 수산물에 심각한 폐해를 주고 이를 섭취한 사람에게도 치명적이다.

김종명 국립공원공단 해양관리팀장은 “출입통제는 거문도 북쪽 서도방파제부터 작은제립여까지 6.5㎞ 구간과 남쪽 삼백냥너럭부터 앞안여까지 3.5㎞ 구간이 대상”이라며 “생태계 회복 결과에 따라 연장 또는 해제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훼손이 경미한 5㎞ 구간에선 주민과 상생하는 자연체험 시범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생태휴식제는 1개월간 계도기간을 거친 후 다음 달 13일부터 내년 10월 12일까지 1년간 정식 시행된다. 이 기간에 낚시하다 적발되면 횟수에 따라 10만~5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공단은 해양경찰과 합동 단속을 벌이고 지방자치단체와 폐납·해양쓰레기 수거 작업을 할 예정이다. 환경 오염으로 사라진 해양생물 회복 연구도 병행한다. 또 갯바위에 난 구멍들은 식물성 원료의 화합물과 모래를 섞어 만든 자연형 포장재로 메울 방침이다.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갯바위 생태휴식제 시범사업은 오염·훼손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섬에 치료하고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는 취지”라며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거문도=글·사진 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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