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 시급하다

입력 2021. 9. 14.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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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거래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5년 기준 54조원이었던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작년 기준 161조원으로 5년 만에 3배로 커졌다. 세계적으로는 소수의 온라인 플랫폼이 여러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구글은 전 세계 인터넷 검색시장의 90%를, 아마존은 온라인 소매판매 시장의 40%, 페이스북은 SNS 시장의 60%를 차지한다. 최근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규율하는 새로운 법률을 도입하게 된 배경이다. 우리나라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월 말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온라인 플랫폼의 영향력만큼이나 법안을 둘러싼 관심도 뜨겁다. 법률 제정에 대해선 플랫폼 거래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시급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시장의 혁신 동력을 꺼뜨릴 수 있으므로 법 제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다.

플랫폼 산업의 공정거래질서 확립과 혁신 촉진은 자칫 상반되는 양자택일의 문제로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은 공정거래질서 확립은 혁신 촉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플랫폼처럼 성장이 빠르고 선두 기업으로의 쏠림 효과가 강한 산업일수록 공정한 거래가 담보될 수 있어야만 신생 기업의 시장 진입 및 기존 기업의 혁신 의욕 촉진이 지속될 수 있다. 새로운 혁신을 하려는 기업들은 시장에 진입한 후 기존의 거대 기업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열심히 혁신할 유인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플랫폼의 혁신을 돕는 식으로 공정한 생태계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규율 체계를 마련해야 할까. 일반적인 경쟁 규제의 원칙이기도 하지만 우선 기업들의 행위에 대한 직접 규제보다는 자율적으로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시장 환경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직접적인 금지 행위를 신설하는 것은 최소화하고, 투명한 정보 제공 및 분쟁 해결 절차 마련 등 시장 기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의 규율이 필요하다. 아울러 플랫폼 분야 특유의 역동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연성 규범을 활용하는 등 유연성을 갖춘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

다음으로, 큰 틀에서 기존 경쟁법 규율의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플랫폼 산업은 방송·전기·금융 등과 같이 일정한 자격 기준을 갖춘 사업자만 영업을 할 수 있는 진입 규제 산업이 아니다. 진입 규제가 없는 산업에서는 새로운 진입 기업이 만들어내는 시장의 경쟁압력을 통한 규율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경쟁법적 규율 체계를 벗어난 특유의 산업적 규제를 신설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기존의 경쟁법 규율 체계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중복 규제는 최대한 피해야 한다. 플랫폼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자칫 다수의 정부 기관이 플랫폼을 이중 삼중으로 규율하는 법안이 경쟁적으로 마련될 우려가 있다. 개별 부처가 전문성을 보유한 직무 범위에 한해 규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동일한 행위에 대해 중복 규제가 이뤄지는 것은 기업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 기업의 규제 준수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피규제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결론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기관에 호소하는 규제차익 추구 행위가 발생해 정책 일관성이 훼손될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의 상당수는 국경 구분 없이 영업하는 글로벌 사업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복 규제의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회에는 공정위의 플랫폼 법안 외에도 다수의 의원 입법안이 제출돼 있는 상황이다. 혁신을 가져오기 위한 공정 경쟁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법안 논의가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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