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후공정이야" TSMC의 '마무리 투수'가 무서운 이유
OSAT 세계 상위 10개 중 6개는 대만 업체
"후공정 포함한 파운드리 생태계 키워야"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1위 TSMC와 시장점유율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파운드리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반도체 제조의 마무리 단계인 후공정 기술에서 ‘대만 생태계’에 크게 뒤진다는 분석이다.
후공정 상위 10위 중 대만 업체가 6곳
14일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와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등에 따르면, 올 2분기 전 세계 상위 10대 반도체 조립‧테스트 아웃소싱(OSAT) 기업의 매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한 78억8000만 달러(약 9조2500억원)였다. 이 기간 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이 1336억 달러(약 157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6%도 안되지만, 반도체 제조 공정에선 필수적인 시장이다.
반도체 후공정 시장은 대만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23.7%로 1위인 ASE를 비롯해 4위 SPIL(점유율 11.8%), 5위 PTI(9.4%), 8위 KYEC(3.5%), 9위 칩모스(3.2%), 10위 칩본드(3.2%) 등 대만 기업이 세계 10대 기업 중 6개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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팹리스-파운드리-후공정 생태계 자리잡아
대만은 미디어텍 등 팹리스가 맡긴 설계에 따라 TSMC와 UMC 등 파운드리가 전공정을 맡고, 후공정을 자국 협력사인 ASE·SPIL 등이 담당하는 ‘반도체 생태계’가 오래 전부터 자리잡았다.
애플 의존도가 높은 시장 2위 미국 암코(Amkor)를 제외한 나머지 10위권엔 중국 업체들이 포진해 있다. 업계 3위인 JCET(14%)와 6위 TFME(7.5%), 7위 화톈(5.9%) 등이다. 중국 업체들 역시 AMD 등에서도 수주를 하지만 SMIC를 비롯한 자국 회사의 물량이 많다.
세계 25대 OSAT 기업 중 한국은 단 3곳
반도체 제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웨이퍼에 회로를 인쇄하는 전공정과 웨이퍼를 개별 칩 단위로 분리・조립해 최종 제품인 반도체 칩을 제품화(패키징)하고 성능・신뢰성을 테스트하는 후공정이다. 야구로 치자면 전공정이 선발 투수이고, 후공정이 마무리 투수다.
삼성전자 같은 종합 반도체 기업(IDM)이나 TSMC 등의 파운드리 업체도 후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직접 수행도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에선 후공정 전문 업체에 외주를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에도 하나마이크론, SFA반도체, 엘비세미콘, 네패스, 시그네틱 등의 전문 OSAT 기업이 있다. 하지만 세계 메모리 1~2위 업체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혜택을 많이 받지 못했다.
국내 OSAT 기업의 한 임원은 “한국은 소품종 대량생산을 하는 메모리 중심이다 보니 삼성이나 하이닉스가 직접 후공정을 처리했다”며 “최근에야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의 중요성이 부각하면서 국내 OSAT 기업들의 수주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후공정 시장, 2026년 823억 달러로 성장
국내 OSAT 기업의 입지도 좁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욜디벨로프먼트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OSAT 시장 규모는 2019년 575억 달러(약 67조6000억원)에서 2026년 823억 달러(96조7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2018년 기준 상위 25대 OSAT 기업에 한국은 SFA와 하나마이크론, 네패스 세 곳만 포함됐다. 대만은 12곳, 중국은 4곳이었다.
한국이 후공정 분야를 외면했던 것은 아니다.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에 따르면 2017~2019년 한국의 시스템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 투자액은 약 2조4211억원이었다. 이 중 반도체 패키징 분야 R&D 비용은 3800억원가량이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는 “대만처럼 파운드리 생태계 조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부 개별 과제 수행 식으로 돈이 쓰이면서 큰 성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연구개발 3800억 투자했지만 성과 없어”
채명식 KISTEP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국내 반도체 산업 문제점이 패키징 기술을 포함한 반도체 후공정 산업에서도 유사하게 노출됐다”며 “주요 선진국이 후공정 기술 확보에 적극적인 만큼 한국도 종합적인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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