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사랑' 강조하는 버틀러에 EBS는 감수성 있게 응답해야

2021. 9. 1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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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이데올로기의 노림수 바로보기 <6> 주디스 버틀러 논리는 가해자 전략
독일의 대표적 시민운동 ‘모든 사람을 위한 데모’가 “켄틀러의 성교육을 중단하라.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자”라는 문구가 적힌 차량을 통해 독일 성교육의 교황이라 불리는 헬무트 켄틀러를 비판하고 있다. ‘모든 사람을 위한 데모’ 홈페이지


EBS 교육방송 프로그램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에서 준비 중인 주디스 버틀러 방송에 대한 시민적 저항이 거센 가운데 ‘노동자연대’는 버틀러의 근친상간 지지에 대해 “근친상간 자체가 위계적·강제적 관계는 아니기에 문제 되지 않는다”고 언론에 전했다. 버틀러와 독일 ‘68소아성애적 안티파’, 미셸 푸코 그리고 독일 녹색당 등은 합의적 소아성애와 근친상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이는 ‘노동자연대’의 주장에서도 발견된다.

젠더 허물기, 가정 허물기, 친족 허물기의 이론가 버틀러에 관한 EBS 방송은 한가위 허물기다. 버틀러는 2000년 자신의 저서에서 “성관계를 위한 공공구역과 세대 간 섹스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주장한다. ‘세대 간 섹스’는 소아성애다.

제인 킬비의 논문 ‘주디스 버틀러, 근친상간 그리고 아이의 사랑에 대한 질문’에선 근친상간을 아동 성폭력으로 주장하는 주디스 허만 하버드대 교수의 입장과 이와 대조적으로 트라우마가 없는 근친상간도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버틀러의 입장을 비교한다. ‘아버지-딸 사이의 근친상간’이라는 책에서 허만 교수는 근친상간을 트라우마를 남기는 아동 성폭력으로 파악하고, 소아들이 성인의 성욕을 만족시키도록 강요받는다고 지적한다. 버틀러는 1997년 저서에서 근친상간 논의에 있어서 아이의 사랑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버틀러는 책 ‘젠더 허물기’에서 성인과 소아 간의 근친상간 속에 존재하는 관계성과 상호성을 강조하면서 “성인과 외상적인 근친상간 관계 속에 있는 아이의 사랑과 욕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아성애와 근친상간에 있어서 아이들은 주체적으로 욕망하고 행동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왼쪽은 버틀러(오른쪽)의 젠더이론을 가장 대표적으로 비판한 학자로 권력 관계와 아동 성폭력 문제를 선구자적으로 공론화한 독일의 유명 원조 여성학자 알리체 슈바르처. ‘모든 사람을 위한 데모’ 홈페이지


하지만 버틀러의 젠더교육을 가장 대표적으로 비판하는,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원조 여성학자 알리체 슈바르처는 독일 68혁명, 녹색당, 진보 교육 그리고 성인지 페미니즘이 주장했던 합의적 소아성애와 근친상간 속의 엄연한 권력 관계를 강조한다. 슈바르처는 ‘소아성애: 권력 관계의 부정에 대하여’란 글에서 “독일 68소아성애 운동 문제의 핵심은 항상 성인과 소아들 사이의 권력 관계를 부정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슈바르처는 권력 관계는 부정하면서도 “성인과 소아들 사이의 외견상 상호성과 동의가 암시됐다”고 분석했다.

소아성애와 근친상간에 있어서 소아의 주체적 사랑과 성욕, 성인과 소아 사이의 상호적 관계성과 합의성은 버틀러뿐 아니라 독일 ‘68소아성애적 안티파’도 강조했다. 근친상간 금기를 해체하려고 했던 독일 녹색당의 소아성애 운동도 버틀러와 유사한 논리를 내세웠다. 버틀러가 강조하는 소아의 사랑과 성욕은 독일 68성혁명과 녹색당이 추진했던 소아성애 운동의 주요 화두였던 ‘아이의 섹슈얼리티(성)’와 같다.

독일 성인지 성교육의 아버지이자 성교육의 교황이었던 헬무트 켄틀러 교수도 버틀러와 유사한 논리를 내세우면서 고아와 집 없는 아이들을 일종의 ‘다양한 가족’, 즉 ‘퀴어가족’이랄 수 있는 소아성애자 돌봄 아버지에게 넘겨주는 실험을 했다. 아이들은 15년간 외부와 차단된 채 성노예로 살았고 현재도 깊은 트라우마를 안고 살고 있다. 이 ‘켄틀러게이트’로 인해 올해 독일 전역에 걸친 소아성애 네크워크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시작됐다.

켄틀러는 아이들도 성적인 존재라고 말한다. 다른 68성혁명 이론가들도 인간은 ‘성적인 존재’로 태어나며 소아들도 성적인 존재로서 오르가슴, 쾌락을 느낄 권리가 있다는 논리로 소아성애를 정당화했다. 켄틀러는 사실상 아동 성폭력의 한 형태인 이 ‘실험들’에 대한 자신의 긍정적인 평가를 절대 수정하지 않았다. 버틀러와 유사하게 아이의 사랑과 성욕을 주장하는 켄틀러는 소아성애가 아이들 교육에 유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켄틀러의 소아성애 실험으로 학대받은 희생자들을 인터뷰한 네트비히 박사에 의하면 아동 성폭력의 피해는 지저분한 것이었고, 피해 아이들은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 소아들과 성인 소아성애자들 사이의 권력 관계가 켄틀러의 소아성애 실험에도 존재했다고 켄틀러의 제자이자 독일 성인지 성교육의 대표 학자인 질러트 교수도 인정했다. 합의적 소아성애와 근친상간을 지지하는 버틀러는 이 권력 관계에 대해 침묵한다.

아이의 사랑을 강조하는 버틀러의 논리는 일종 소아성애자들의 가해자 전략이다.

독일 녹색당 출신 언론인 크리스찬 퓔러는 2015년 ‘집단적 가해자 전략으로서의 성 해방’이란 제목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플라톤의 ‘향연’에 등장하는 ‘교육학적 에로스’에 기초한 남색을 모델로 삼는 독일과 그리스의 남색 문화사에 대한 연구서를 출간한 바 있다. 그는 버틀러와 같이 아이의 ‘섹슈얼리티’와 사랑에 방점을 두는 성 혁명 사상을 비판했다. 그의 책 제목은 ‘(성)혁명은 아이들을 학대했다’다.

독일 68운동 당시 소아성애는 아이들의 해방으로 선포됐다. 그 혁명의 최악의 피해자는 아이들이다. 2010년 이후 독일 교육계의 최대 화두는 소아성애 운동에서의 아동 성폭력 문제와 68소아성애 운동의 과거사 청산이다. 성 혁명의 창시자 빌헬름 라이히는 성인들의 성 혁명보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성 혁명과 성 해방을 주장했다. 2010년 이후의 독일 교육계처럼 EBS도 소아성애 운동이 낳은 아동 성폭력 문제에 감수성 있게 응답해야 한다.

정일권 교수(전 숭실대학교 기독교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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