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발 사주 의혹'에 등장한 국정원장, 해명하고 조사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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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원장님 원한 날짜 아냐” 발언 논란
정치중립 생명인 국정원장, 또 의혹 중심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고발 사주’ 의혹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한 말이 기폭제가 됐다. 조씨는 그제 밤 SBS 인터뷰에서 “(고발 사주 의혹이 최초 보도된) 9월 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박지원)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거나, 제가 배려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그동안 해당 의혹과 관련해 박 원장과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았다고 해 왔다. 그런데 스스로 박 원장이 보도 시기를 저울질했다는 식으로 말하자 개입설이 증폭됐다. 박 원장은 지난 8월 11일 서울 모 호텔에서 조씨와 만났는데, 매체 제보와 보도의 중간 시점이어서 국민의힘 측이 개입설을 제기해 왔다.
조씨는 해당 발언에 대해 어제 “말 실수가 아니라 (박 원장 개입설이) 너무 황당한 주장이라는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며 “말꼬리 잡기식 억지”라고 해명했다. 침묵하던 박 원장도 언론과의 통화에서 의혹을 부인했다. “야당이 헛다리를 짚는 것인데, 수사해 보면 나온다”며 “단역도 아닌 사람을 주연배우로 만들려고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의혹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박 원장은 오히려 대선을 6개월 앞두고 공방의 한 축으로 떠올랐다.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후보 측이 박 원장과 조씨 등을 공수처에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국민의힘 정보위원들은 박 원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이준석 대표는 “박 원장이 제보자를 만난 8월 11일 바로 앞과 뒤에 (휴대전화에 담긴 고발장의) 캡처가 이뤄진 정황은, (박 원장이) 모종의 코칭을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공격했다.
우선 정치 중립을 입버릇처럼 말해 온 박 원장의 처신에 문제가 있다. 박 원장은 지난 7월 국정원을 정치에 끌어들이는 시도에 대응하겠다면서 “저와 국정원 전 직원은 철저한 정치 거리두기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놓고 정작 자신은 과거 정당 시절 인연을 맺었다지만, 정치권에 관여하면서 특정 대선주자 측에 대한 의혹 폭로를 진행하던 조씨와 접촉했다. 박 원장은 지난 2월 공관에서 조씨를 비롯해 국민의당 전직 의원들과 함께 만난 것도 인정했다. 거리를 두기는커녕 정치권과 잦은 접촉으로 화를 자초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권에서 반복돼 온 국정원의 정치 개입 고리를 끊겠다고 다짐해 왔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 “정권에 충성할 것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고, 지난 6월 국정원에서 열린 보고회에선 “국정원법 개정을 통해 정치적 중립을 확실하게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자평했다. 그런데 또다시 국정원장이 대선 정국에서 의혹의 대상이 됐다. 박 원장은 국회 등에서 보다 자세하게 입장을 밝히고, 미진한 의혹에 대해선 수사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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