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미워도 다시 한번

입력 2021. 9. 14. 01:21 수정 2021. 9. 14.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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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2013년 구글에서 선보인 ‘구글 글라스’는 나오자마자 사람들의 미움을 받았다. 안경처럼 착용하도록 디자인되었지만 안경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양이었고, 작은 디스플레이와 카메라가 달려 있어 공공장소에서 착용하고 다니면 주위 사람들은 ‘저걸로 나를 촬영할지 모른다’고 불안해했고, 항의하기도 했다. 반응이 나쁜 걸 확인한 구글은 일반인 대상의 판매를 포기하고 산업용으로 새로 개발했지만 큰 반응은 일으키지 못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후 이번에는 페이스북이 안경처럼 착용하는 컴퓨터를 선보였다. 과거 구글의 실패를 잘 아는 페이스북은 유명한 선글라스 브랜드인 레이밴(Ray-ban)과 협업해 카메라가 잘 보이지 않게 검은 테 속에 숨겼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일반 선글라스와 다를 바 없는 외양을 하고 있다. 게다가 다른 스마트 글라스와 달리 디스플레이가 없기 때문에 AR(증강현실) 기능도 빠져 있다.

그렇다 보니 결국 촬영이 주된 용도가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런 비판에 페이스북은 촬영할 때는 LED등이 켜져서 촬영 중임을 알린다고 했지만, 그 불빛이 너무 약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구글 글라스가 나왔을 때 지적된 사생활 침해 문제는 눈에 띄지 않는 외양으로 오히려 더 심해진 셈이지만, 페이스북은 실험을 강행하기로 한 듯하다. 이번 제품이 실패해도 테크기업들은 안경에 들어간 컴퓨터와 카메라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때까지 계속해서 다시 들고나올 게 분명하다. 페이스북은 “빠르게 움직이고 기존의 것들을 깨부숴라”는 모토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지만,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그게 빅테크 기업들의 작동방식이기 때문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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