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미사일 발사, 우리는 전혀 몰랐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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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틀 시험, 남한·주일미군기지 사정권
언제 어디서 발사했는지 파악조차 못해
북한이 지난 주말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군과 정보 당국은 전혀 몰랐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의 어제 발표를 보고서야 진상 파악에 나섰다. 이 통신에 따르면 북한의 국방과학원은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지난 11일과 12일에 걸쳐 시험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북한 지역과 해상에서 ‘8자’를 그리며 126분 동안 1500㎞를 비행한 뒤 표적에 명중했다고 통신은 주장했다. 그런데 우리 정보당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장소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한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처럼 높은 고도로 올라가지 않고 수십∼수백m의 저고도를 항공기처럼 비행한다. 그래서 순항미사일은 레이더로 포착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그런 위협적인 북한 순항미사일의 발사 징후와 발사 뒤 흔적도 몰랐다니 대북 정보망에 심각한 구멍이 생겼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사거리가 1500㎞인 이 미사일은 한반도 전역은 물론 주일미군 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이 이 미사일에 전술핵이라도 장착할 경우엔 더 심각하다.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우리 레이더망을 피해 저고도로 발사하면 한·미군은 방어 자체가 어렵다. 일종의 게임 체인저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
북한은 순항미사일 발사가 유엔결의안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이용해 고도의 심리전을 폈다. 이번 미사일 발사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현장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을 자극하지 않고 대화의 명분을 살려두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미국과 대화의 창을 닫지 않으면서도 위협적인 순항미사일을 과시한 셈이다. 이런 북한의 속셈을 간파한 미 국방부는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는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위협”이라고 즉각 비판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대북 규탄은 고사하고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는 최근 영변 핵시설 재가동 및 지난 9일의 심야 열병식 등과 함께 한반도에 위기 국면을 조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3∼14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회의를 갖는다. 이 회의는 당초 대북 인도적 지원 협의가 목적이었지만, 북한 핵·미사일 대책도 반드시 논의해야 한다. 14일 방한할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하기 전에 북한에 대해 한반도 평화를 저해하는 도발적 행위부터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게 우선이다.
그동안 코로나19 사태와 수해 등으로 침묵하던 북한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앞으로 어떤 심각한 상황을 만들지 모른다. 정보 당국은 이번처럼 북한의 미사일 발사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군 및 정보 당국은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북한의 동태를 예의주시하고, 군사·안보 대비책 마련에 철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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