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절반, 올해도 직원 줄였다
“실적이 괜찮았던 건 버티기 위해 쥐어짠 결과 아니었겠습니까?”
상반기 최대 실적을 기록한 한 중견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올해 상반기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상장기업 둘 중 한 곳은 직원 수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과 실적 피크 아웃(고점 통과)으로 상반기의 ‘제한적 호황’도 꺾일 가능성이 높아 일자리가 더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내 상장기업 중 절반(47.3%)인 859개 기업이 상반기에 직원 수를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13일 발표했다. 2018~2021년 상반기 기준 1816곳의 코스피·코스닥 상장 비금융권 기업을 조사한 결과다.
상반기 기준 상장기업 전체의 직원 수는 2019년 148만6000명에서 지난해 145만3000명, 올해 144만1000명으로 2년 새 4만5000명이 줄었다. 그래도 올해 상반기에 감원한 기업 비율 47.3%는 지난해 상반기(51.4%)보다는 4.1%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한경연은 이를 두고 백신 보급 등으로 올 상반기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경연은 “비교적 경영환경이 낫다고 평가되는 상장기업의 절반 수준이 고용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면, 중소·영세 사업장의 일자리 상황은 더욱 비관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사 10곳 중 1곳은 직원 수 뿐 아니라 매출과 영업이익도 동시에 감소하는 삼중고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중 13.2%, 240개사가 그랬다. 한경연은 “매출액은 기업의 성장성, 영업이익은 현재의 수익성, 직원 수는 미래에 대한 투자를 의미한다”며 “이 세 부분이 함께 타격을 입었다는 것은 국내 경제가 전반적인 활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기업은 코로나19 확산에도 최대 실적 기록을 새로 쓴 게 사실이다. 글로벌 시장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과 수출 중심 산업구조, 억눌렸던 소비 회복 등의 결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17개 업종 중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업종은 전기가스업이, 매출 기준으로는 건설업이 유일했다. 특히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과 철강은 역대 최대 실적을 내놨다.
하지만 상반기의 이 같은 호실적은 2분기 ‘반짝 실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반기 코로나19 회복 전망이 나오며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기업으로 흘러갔고, 실적이 일시적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경영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어 기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실적이 좋은 기업만 더 좋아지고, 안 좋은 기업은 더 안 좋아지는 ‘K자형 회복’이 착시 효과를 일으켰다는 설명도 있다. 차·화·정과 대조적으로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여행·항공·외식업 등은 올해 상반기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호실적을 기록한 기업도 실적 피크 아웃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이라며 “국내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이 3분기에는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 ‘고용절벽’ 우려도 더 커지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코로나19 4차 확산세로 취약계층 일자리 충격도 더해질 전망”이라며 “향후 추가 일자리 창출 및 고용 충격 완화를 위한 정책 대안을 모색해달라”고 밝혔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영환경 전망도 어려워져 기업이 선뜻 고용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기업규제 완화와 고용 유연성 제고 등 기업의 고용 여력 확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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