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발사에 정의용 "대화 시급"..'위협'이란 말도 없었다

정진우 입력 2021. 9. 13. 20:13 수정 2021. 9. 14.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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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13일 한·호주 외교국방 장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영변 원자로 재가동 징후 및 순항미사일 발사와 관련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와 관련 13일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 관여, 외교가 시급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호주 외교·국방(2+2) 장관회의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발표한 장거리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한·미 간 공조 하에 북측의 의도와 제원 등에 대해 상세히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의 발표에 따르면 미사일이 1500㎞ 계선의 표적을 명중하며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무력 도발이 이뤄졌음에도 이에 대한 우려나 유감 표명은 전혀 없었다.


北 미사일 쐈는데 유감 표명도 없었다


실제 정부는 외교·안보 부처 차원에서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일체의 평가를 사실상 보류했다."우리 군은 한·미 정보당국 간 긴밀한 공조하에 분석 중에 있다"는 국방부를 시작으로 통일부는 "국방부 등 유관기관과 협력하면서 북한의 관련 동향을 분석하고 주시해 나가겠다"고만 했다. 외교부는 아예 "우리 국방당국에서 한·미 정보당국간 긴밀한 공조 하에 정밀 분석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남 이야기하듯 했다.

북한은 이날 장거리 순항 미사일 개발 사업을 '전략무기'로 규정하며 "또 하나의 효과적인 억제수단을 보유한다는 전략적 의의를 가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상 한국을 겨냥할 수 있는 전술핵 능력을 대놓고 과시한 것인데, 정부는 유감 표명은 둘째치고 이를 위협이나 긴장 고조 행위로조차 규정하지 않은 셈이다.

이는 앞서 최근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는 징후가 포착됐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동향 보고서가 발표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북한이 핵시설을 재가동한 게 사실이라고 해도 남북 합의 위반은 아니라고 밝혔다.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에만 집중하느라 북한의 핵 위협을 축소하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호주 수교 60주년, 5번째 2+2회의 개최


13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한-호주 외교국방 장관 화의가 개최됐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 호주의 마리스 페인 외교장관과 피터 더튼 국방장관이 참석했다. [뉴스1]
한편 이날 회의에는 한국 측에서 정 장관과 서욱 국방장관이, 호주에서는 마리스 페인 외교장관과 피터 더튼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양측이 역내 안보 협력의 범위를 해양·항공·우주로 확대하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한국과 호주의 외교안보 수장이 모이는 2+2 장관회의는 2013년을 시작으로 2년에 한 차례씩 격년으로 개최해 왔다. 올해는 한-호주 수교 60주년을 맞아 코로나19 대응과 기후변화 등 각종 글로벌 이슈에 대한 양국 협력을 강화키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올해는 호주군과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가 공동 주관하는 연합훈련인 ‘탤리스먼 세이버’에 우리 해군이 처음으로 참가하며 군사안보 분야로 협력 범위를 다양화했다. 내년엔 호주 공군 주관으로 실시되는 인도·태평양 지역 연합훈련인 ‘피치 블랙’에 우리 공군이 사상 처음으로 참가할 예정이다.

한-호주 외교·국방 장관회의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서울 국방장관. [뉴스1]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전통적 위협에 더해 사이버·기후변화·팬데믹 등 비전통 위협이 부상하는 등 역내 불안정 요인이 점증하는 안보 환경 하에서 양국 국방 협력은 한·호주 간 안보 이해는 물론 역내 안보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외국 간섭' '경제적 강압' 中 저격


호주의 외교·국방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최근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우회적으로 드러내며 한국의 협력을 요청했다. 페인 호주 외교장관은 이날 “2019년 마지막 2+2 회의 이후 우리 지역은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고 발언하며 그 대표적 예로 “지역의 평화·안정을 위협하는 외국의 간섭(foreign interference)”을 거론한 것이다. 최근 한층 격화한 호주와 중국 간 무역 갈등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 풀이되는 발언이었다.
호주의 마리스 페인(왼쪽) 외교장관과 피터 더튼 국방장관이 한-호주 외교·국방 2+2 장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스1]

호주와 중국 간 관계는 지난해 4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코로나19의 중국 우한 기원설을 공식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급속도로 악화했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피터 더튼 호주 국방장관이 중국 공산당을 ‘독일 나치’에 비유하며 “중국 관료들의 활동과 발언이 점점 더 호전적으로 강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비판했을 정도다.

더튼 국방장관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중국을 염두에 둔 듯 ‘경제적 강압’을 언급했다. 더튼 장관은 "사이버 공격 등 점증하는 역내 위협은 호주와 한국간 파트너십이 매우 중요해졌다는 뜻"이라며 “역내에서 이뤄지는 재무장과 현대화 속도는 걱정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사실상 중국의 군사 굴기를 우려하는 발언이었다.

특히 더튼 장관이 ‘역내 사이버 공격’을 언급한 것은 중국 소행으로 추정되는 해킹 시도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호주는 지난 4월 이후 국방부·복지부와 의회 직원 등에 대한 대규모 해킹 시도를 감지했는데, 이같은 사이버 공격의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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