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최대 실적이라더니..상장사 절반은 직원 줄였다 왜?

김경미 2021. 9. 1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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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교 취업 정보 게시판에서 학생이 채용 공고문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실적이 괜찮았던 건 버티기 위해 쥐어짠 결과 아니었겠습니까?”
상반기 최대 실적을 기록한 한 중견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올해 상반기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상장기업 둘 중 한 곳은 직원 수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경기회복 기대감에 찬물이 끼얹져지면서 상반기의 ‘제한적 호황’도 꺾여 일자리가 더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상장사 47.3%, “상반기 인원 축소”


2021년 상반기 직원 감소 상장기업.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018~2021년 상반기 기준 상장기업 직원 규모를 조사해 13일 발표했다. 코스피·코스닥에 상장한 비금융권 기업 1816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 중 절반(47.3%)인 859개 기업이 상반기에 직원 수를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 상장기업 전체 직원 수는 지난 2019년 148만6000명에서 지난해 145만3000명, 올해 144만1000명으로 2년새 4만5000명 줄었다. 그래도 올해 상반기에 감원한 기업 비율이 지난해 상반기(51.4%)보다는 4.1%포인트 줄었다. 한경연은 이를 두고 백신 보급 등으로 올 상반기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때문이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상장사들은 직원수 뿐 아니라 매출과 영업이익도 감소하는 3중고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 10곳 중 1곳(13.2%, 240개사)은 직원과 매출액, 영업이익이 동시에 감소했다.

한경연은 “비교적 경영환경이 낫다고 평가되는 상장기업의 절반 수준이 고용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면 중소‧영세 사업장의 일자리 상황은 더욱 비관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매출액은 기업의 성장성, 영업이익은 현재의 수익성, 직원 수는 미래에 대한 투자를 의미한다”며“이 세 부분이 타격을 입었다는 것은 국내 경제가 전반적인 활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호실적에도 허리띠 졸라맨 기업들


직원 감소 상장기업.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기업은 코로나19 확산에도 최대 실적 기록을 새로 쓴 게 사실이다. 글로벌 시장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과 수출 중심 산업구조, 억눌렸던 소비 회복 등의 결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17개 업종 중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업종은 전기가스업이, 매출 기준으로는 건설업이 유일했다. 특히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철강은 역대 최대 실적을 내놨다.

하지만 상반기의 이같은 호실적은 2분기에만 제한적으로 나타난 반짝 실적이라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반기 코로나19 회복 전망이 나오며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기업으로 흘러갔고 실적이 일시적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경영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실적이 좋은 기업만 더 좋아지고 안 좋은 기업은 더 안 좋아지는 ‘K자형 회복’이 착시효과를 일으켰다는 설명도 있다. 차·화·정과 대조적으로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여행·항공·외식업 등은 올해 상반기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호실적을 기록한 기업도 실적 피크아웃(고점통과)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이라며 “국내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이 3분기에는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고용절벽’ 선제 대응해야


상장기업 직원 수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에 따라 하반기 ‘고용절벽’ 우려가 더 높아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획재정부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코로나19 4차 확산세로 인해 취약계층 일자리 충격도 더해질 전망”이라며 “일자리 창출에 천착한다는 자세로 향후 ‘추가 일자리 창출 및 고용충격 완화’를 위한 정책대안을 모색해달라”고 밝혔다.

하반기 악화할 경제 상황에 대비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영환경 전망도 어려워져 기업이 선뜻 고용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기업규제 완화, 고용유연성 제고 등 기업의 고용여력 확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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