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몇이나 살아남을까..실명계좌 확보한 '빅4'만 생존 시 3조원 증발

나건웅 2021. 9. 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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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에 이어 빗썸·코인원·코빗까지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은행 실명확인 계좌 발급 확인서 확보에 성공했다. 하지만 나머지 중소형 거래소 생존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매경DB>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자 신고 기한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오는 9월 24일까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를 마치지 못한 거래소는 문을 닫아야 한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이른바 ‘가상자산 거래소 빅4’는 한숨 돌린 모습이다. 4곳 모두 사업자 신고를 위한 핵심 요건인 실명계좌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머지 수십 개에 달하는 중소 거래소 운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4대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가 모두 폐업할 경우 막대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거래소 빅4는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받는 데 성공했다. 빗썸과 코인원은 지난 9월 8일 NH농협은행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제공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날 코빗도 신한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확인서를 발급받았다. 빗썸은 다음 날인 9일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서를 제출했고 나머지 2곳도 다음날인 10일 나란히 신고 접수를 마쳤다. 일찌감치 케이뱅크와 실명계좌 발급 연장에 성공한 업비트는 지난 8월 이미 신고 접수를 끝냈다.

금융위는 심사를 거쳐 3개월 안에 신고 수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충족해야 할 신고 요건은 ‘은행 실명계좌 발급’과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이다. 4대 거래소는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게 됐다. 신고가 수리된 거래소 회원은 원화마켓을 비롯한 기존 서비스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나머지 거래소다.

중소형 거래소들은 아직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들은 실명계좌 발급을 위해 지방은행까지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난 9월 7일에는 프로비트, 보라비트, 후오비 등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 9곳이 모여 긴급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특금법이 요구하는 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발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은행에 실명계좌를 신청하고 싶어도 받아주는 은행도 없고 어렵게 논의를 진행하다가도 결국 발급이 거부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에 은행 실명확인 계좌 발급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4대 거래소를 제외한 중소형 거래소가 줄폐업할 경우 투자자 피해액은 최소 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중소형 거래소에서만 거래 중인 ‘김치코인’ 수십 개가 사실상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되는 탓이다. 김치코인은 원화 거래 비중이 80% 이상이면서 한국인 주도로 개발된 암호화폐를 일컫는다. 김형중 고려대 특임교수는 “글로벌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에서 분석한 김치코인은 159개로 집계되지만 현재 4대 거래소에 상장된 김치코인은 99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60여개 김치코인은 사실상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고 그 규모는 3조원에 달한다. 천문학적인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최소한 일본 수준(34개)의 거래소 신고 수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6호 (2021.09.15~2021.09.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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