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홍준표가 몰고 온 새로운 바람

입력 2021. 9. 1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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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9월 5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CJB컨벤션센터에서 치러진 ‘충북·세종 민주당 순회 경선’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새 정치권은 다양한 이슈가 차고 넘친다.

가장 뜨거운 이슈로 민주당 충청권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절반 이상 득표한 것을 들 수 있다. 충남 대전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전체 유효 투표수 2만5564표 중 과반인 54.81%(1만4012표)를 득표했다. 뒤를 이어 이낙연 후보가 27.41%(7007표), 정세균 후보가 7.84%, 추미애 후보 6.67%, 박용진 후보 2.44% 그리고 김두관 후보가 0.84%를 각각 득표했다. 충북 세종 지역 경선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전체 유효 투표수 1만2899표 가운데 7035표를 획득해 득표율 54.54%를 기록했다. 이낙연 후보는 29.72%를 얻는 데 그쳤다.

이는 의외라는 평가를 받는다. 충청권 경선 결과는 그동안 추측이 완전히 빗나갔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이낙연 후보는 친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반면, 이재명 지사는 친문 사이에서 비토 분위기가 강하다는 설이 많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친문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권리당원 투표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과반 넘는 득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만 놓고 보면 친문도 이재명 후보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앞으로 계속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어쨌든 충청권 순회 경선 결과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대선 후보 경선의 첫 결과물인 만큼, 이른바 대세론을 정착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이낙연 후보가 친문 적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친문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렇기에 이낙연 후보는 친문 환심을 얻으려고 노력했다. 이낙연 후보 인기가 가장 높았을 때는 총리 시절이다. 총리 시절 이 후보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또 상대방을 공격할 때는 날카롭게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 사이다 총리라고 불렸고, 인기도 높았다. 하지만 이 후보가 총리를 그만두고 당대표 경선에 나갔을 때부터 행보가 조금씩 달라졌다. 이때부터 이낙연 후보는 친문 의중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이재명 후보 행보는 달랐다. 이재명 후보는 여론 지지세를 확산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내부에 대세론을 형성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한 후보는 당내 경선을 위해 친문 마음을 사려 노력했고, 다른 후보는 여론 지지를 우선시한 전략의 차이가 이번 충청권 경선 결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던 셈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포함한다.

첫째, 친문이 주류인 민주당 권리당원을 비롯한 당원도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번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국민의힘 당원 표심이 여론을 반영했다는 점과 유사하다. 한마디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민주당 당원과 대의원들은 전략적 투표를 했다. 이는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 여론이 높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

둘째, 이번 충청권 경선에서 당 조직 상층부의 영향력이 평당원이나 대의원에게 발휘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당내 경선에서는 지역의 유력 정치인의 마음을 잡으면 해당 지역 당의 마음을 대략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 이유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 때문이라 추론할 수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지역 유력 정치인 역시 지역 평당원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그렇기에 당원들 사이에 퍼져 있는 이재명 대세론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민주당의 이런 모습은 국민의힘 경선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이낙연 두 후보가 경쟁하는 양강체제였다면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가 독보적인 유력 후보 위치를 점하는 일강체제였다.

양강체제는 국민적 관심을 모으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국민적 관심을 모아야만 누가 당의 대선 후보가 되든, 최종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이는 중요한 장점이다. 양강체제의 또 다른 장점은 당 지지층 저변 확대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색깔이 다른 두 후보 간 경쟁은 당 지지층의 저변 확대가 일강체제보다 용이하다. 민주당은 친문 색채 이낙연 후보와 비문 혹은 반문 성향이라 평가받는 이재명 후보의 경쟁 덕분에 전통적인 현 정권 지지층 외에 일부 야권 성향 지지층마저 민주당 후보 지지층으로 만들 수 있었다.

반대로 일강체제의 경우, 후보 본인은 ‘편한’ 입장에서 대선 경선을 치를 수 있겠지만 경선 과정에서 국민적 관심을 모으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뿐 아니라 자신을 지지하는 지지층 이외 다른 지지층을 모으기 어렵다. 당연히 당 대선 후보가 됐을 때 지지층의 저변 확대도 상대적으로 어렵다. 또한 일강체제의 경우, 해당 후보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 그 위기가 그대로 당에 전이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이때 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확률이 낮아진다. 그렇기에 당내 대선 후보 구도가 양강체제인 정당은 일강체제의 정당보다 여러모로 안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여태까지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안정적인 대선 후보 구도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홍준표 후보의 대두 때문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9월 3~4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홍준표 후보는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13.6%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이낙연 후보마저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홍 후보가 3위를 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의 10% 벽을 돌파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주목할 만한 대선 후보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지지율이 10%는 넘어야 한다. 이런 추세가 앞으로 두 주 정도 이어진다면, 국민의힘도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대선 후보 구도가 양강체제가 될 수 있다.

두 주가 중요한 이유는 추석이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후보 약진이 추석 밥상 주제로 오른다면 홍 후보 기세는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일단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면 이른바 밴드왜건 효과 덕을 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를 보면, 홍 후보 약진에 2030세대 지지가 한몫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 지지는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매우 반길 만한 일이다. 누가 대선 후보가 되든 60대 이상은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할 확률이 높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젊은 세대 지지를 홍 후보가 가져왔다는 점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분명 플러스가 될 테다.

현재 윤석열 후보는 이른바 ‘청부 고발 의혹’ 때문에 언론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이 문제가 지지율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사안이 복잡한 데다 국민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내용이 아닌 것 같다. 국민의힘 경선에서도 민주당과 같은 현상, 즉 여론이 당심을 이끄는 현상이 발생한다면 국민의힘 경선도 상당한 관심을 끌 것 같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6호 (2021.09.15~2021.09.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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