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전 정책실장 "집값 급등은 세계적 현상.. '주택의 금융화'가 원인"

김남중 2021. 9. 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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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뉴시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집에 갇힌 나라, 동아시아와 중국’(오월의봄)을 출간했다. 김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에서 사회수석비서관과 정책실장으로 일하면서 부동산정책을 주도했다.

김 전 실장은 이 책에서 국제 주택시장 비교 사이트인 ‘글로벌 프로퍼티 가이드(Global Property Guide)’와 OECD 자료를 근거로 들며 “한국의 집값 상승률은 적어도 평균적으로 다른 나라들보다 낮은 편”이라며 “특히 OECD 국가 중에서는 일본과 함께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프로퍼티 가이드의 ‘최근 5년간 명목 주택가격 변화’를 보면 한국은 12.8%로 동아시아 국가 중 중국(43.8%), 홍콩(25.0%), 일본(21.0%)보다 상승폭이 낮다. 싱가포르(8.1%)나 대만(9.0%)보다는 높다.

OECD가 취합한 ‘2015년 이후 최근까지 실질 주택가격 변화’ 자료에서도 한국은 102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은 119였고, 회원국 중 한국보다 상승폭이 낮은 곳은 이탈리아(97)가 유일했다. 캐나다가 134로 가장 높았고, 독일 133, 중국 131, 미국 126, 영국 110, 일본 106으로 집계됐다.

이 책은 김 전 실장이 2019년 9월 청와대를 떠난 후 2년 만에 발표하는 부동산정책 관련 연구서다. 다만 한국 부동산정책에 대한 본격적인 발언이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김 전 실장은 서문에서 한국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생각을 본격적으로 밝히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뤄둔다고 밝혔다.

책은 싱가포르, 홍콩, 대만,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주택정책을 다룬 것으로 진미윤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과 공동 저술했다. 유럽 4개국과 미국의 주택정책을 다룬 전작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의 후속편이기도 하다.

책에 따르면 집값 상승은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공통된 현상이다. “특히 홍콩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일본도 지역이나 주택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도시 아파트들은 불쑥 올랐다. 대만은 최근 5년간 비교적 안정되어 있는데, 그 이전에 다른 나라들보다 급격히 올랐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다. 1990년대부터 집값이 오르기 시작해서 매년 기록을 갱신하는 중이다… 예외가 있다면 싱가포르인데,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의 파장이 워낙 컸던 탓에 정부가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면서 전반적으로 동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는 가장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오르고 있는 추세는 다르지 않다.”

주택 자체가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이뤘으니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에 아시아적 문화라고 하는 ‘부동산에 대한 집착’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그런데 서구 선진국들의 집값도 폭등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려고 사상 최대로 풀어낸 돈들이 2012년부터 다시 부동산으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주요 선진국들의 집값이 2008년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을 넘어 사상 최대로 올라버렸다… 놀랍게도 코로나19가 전 세계 경제를 타격한 2020년에는 근 15년 만에 가장 집값이 많이 오르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 등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오른 집값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책은 ‘주택의 금융화’를 원인으로 제시한다. 주택이 주식이나 자원, 선물과 같은 금융 투자상품처럼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집이 가장 확실한 투자수단이자 노후 복지자원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넘치는 돈은 이런 현상을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켰다. 북유럽의 전통적 복지국가들마저 자가 소유가 확대되고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저자들은 우리나라만 집값을 못 잡고 있다는 시각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 세계 다른 나라들에 집값을 잡을 비법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주장들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저자들은 부동산문제는 경제 기적과 민주화를 이룬 동아시아 국가들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오래된 숙제’라고 진단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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