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 조짐에 부자증세 속도..美 증시 얼어붙나

뉴욕=백종민 입력 2021. 9. 13. 11: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하원의원들, 법인세율 26%로 인상 추진
백악관 방침 28% 대비 낮게 예고
부자증세 방침은 유지
예산안 처리 공방 속 통과 난항
고용 둔화 속 테이퍼링 겹치면 증시 약세 불가피
BOA "좋은 소식 남은 게 없다"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뉴욕 증시의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는 우려로 전 세계 증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인플레이션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자산매입축소(테이퍼링)에 나설 것이 확실하고 델타 변이 확산과 공급망 차질로 인해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성장 둔화 속에 기업의 이익률 하락이 예상된다는 점이 위험 자산 투자 심리를 발목 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 민주당 하원 의원들이 법인세, 자본이득세, 소득세 인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자 증세’ 본격화한 민주당=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민주당 하원 의원들은 법인세율을 현 21%에서 26.5%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자 증세를 통해 대규모 부양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의 계획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약 2조달러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민주당은 또한 자본이득에 대한 최고세율을 현행 20%에서 25%(오바마 케어 세금 추가 시 28.8%)로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500만달러 이상의 개인 소득에 대해 3%포인트의 가산세를 물리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이 같은 법인세 인상이 시장에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경기 둔화가 우려되고 있지만 경기 부양에 필요한 미국 정부의 3조5000억달러 규모 예산안 처리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공화당은 물론 당내 진보파와 중도파의 갈등 속에 민주당은 당내 예산 처리 합의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바이든 정부의 기존 세금 인상 계획이 상당 부분 축소됐지만 앤드류 베이츠 백악관 부 대변인은 이번 예산안 내용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있다.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은 백악관이 예산안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상원 의석 절반을 확보한 민주당은 맨친 의원의 지지 없이는 예산안을 통과 시킬 수 없다. 진보진영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작은 경제 지원 대책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맞섰다.

◇54번 신기록 경신 S&P500 약세전환?= S&P500 지수는 지난주 5일 연속 밀리며 1.7% 하락했다. S&P500의 5거래일 연속 하락은 2월 이후 최장 기간 연속 하락 기록이다.

S&P500은 올해 들어 54차례나 신기록을 경신했지만 이번 달 들어 약세가 확연하다. 다우지수, S&P500, 나스닥 등 3대 지수는 모두 월간 기준 하락 중이다. S&P500이 월간 기준으로 하락한 것은 지난 1월이 마지막이었다.

성장 둔화 속에 기업의 이익률 하락이 예상된다는 점이 위험 자산 투자 심리를 발목 잡고 있다. 특히 지난 3일 노동부의 8월 고용지표가 결정적 계기였다는 평가다. 8월 월간 고용 증가는 시장 기대 73만명에 크게 못 미친 23만명에 그치며 경기 둔화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번 주 예정된 경제지표도 시장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14일에 나오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16일에 발표될 소매판매지수는 미국 경기 동향을 보여줄 중요한 변수다. CPI가 예상보다 치솟을 경우에는 Fed가 테이퍼링을 조기에 결정해야 하는 압박요인이 될 수 있다. 소매판매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에는 경기 둔화 우려가 더욱 확산할 수 있다.

생산자 물가가 급등하면서 기업 수익 악화도 염려되고 있다. 10일 발표된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8.3% 급등해 2011년 11월 지수 산출 이래 최대 상승률을 보였다.

생산물가지수 상승은 소매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찰리 리플리 알리안츠 자산운용 투자전략가는 "공급망 병목 현상, 재고 부족, 상품과 운송비 상승이 생산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PPI 급등이 Fed의 눈을 뜨게 할 것"이라며 테이퍼링은 물론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도 경고했다.

◇"좋은 소식이 남아 있지 않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좋은 소식이 남아 있지 않다. 많은 낙관론이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면서 연내 S&P500지수 목표치를 4250으로 조정했다. 이는 지난 10일 종가 대비 4.7% 낮은 수준이다. BOA는 내년 S&P500 목표는 4600으로 제시했다.

미 증시에 지나치게 만연한 낙관론도 하락세를 가파르게 할 수 있는 요인으로도 우려된다. 시티그룹은선물시장에서 매수 포지션이 매도에 비해 10배나 많다면서 S&P500 지수가 1%만 추가로 하락해도 매수 포지션의 50%가 손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시 조정으로 인한 대규모 강제 청산이 대규모 급락을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