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북핵 협의-왕이 방한 직전 발사..김정은 '다목적 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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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ㆍ일 '인도주의' 논의 직전 감행
일본 도쿄에선 13일 한ㆍ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 이어, 14일엔 한ㆍ미ㆍ일 및 한ㆍ미 대표 간 협의가 잇따라 열린다. 당초 가장 중요하게 꼽힌 현안은 대북 인도 지원 문제였다.
한ㆍ미는 지난달 23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과 같은 달 30일(현지시간)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방미를 계기로 인도 지원 관련 협의를 활발하게 이어왔다. 노 본부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북 인도적 분야는 북한이 호응한다면 언제든 추진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한다는 게 한ㆍ미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ㆍ미가 이처럼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이번 한ㆍ미ㆍ일 3자 회동에서 일본도 같은 입장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대북 인도 지원과 관련한 구체적 성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조성된 터였다.
그런데 북한이 거의 반년 만에 다시 미사일 발사에 나서면서 이같은 분위기에 사실상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아무리 한ㆍ미가 "인도적 지원은 북핵 문제와 별개로 논의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해왔다고 해도, 북한이 협의를 목전에 두고 무력시위를 벌였는데, 마냥 선의로 화답하자고 하기도 한층 부담스러워졌다.
특히 한ㆍ미ㆍ일이 대북 지원을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이는데 그 직전에 보란 듯이 미사일을 쏘는 북한의 태도는 그간 방역 및 인도 협력은 "비본질적"이라며 그 의미를 깎아내려오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현재 남조선당국은 방역협력, 인도주의적협력, 개별관광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을 꺼내 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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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방한 염두...관여 더 강조할 듯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시기를 조율하면서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 일정도 분명 고려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왕 위원은 오는 14일부터 이틀 동안 한국에 머문다.
중국은 최근 러시아와 함께 대북 제재 완화 카드를 띄우고 있는데, 왕 부장도 이번 방한에서 이와 유사하게 북한에 우호적인 입장을 피력할 가능성이 크다. 늘 그래왔듯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자제를 촉구하되 그럴수록 대북 관여가 더욱 필요하다는 논리를 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북한은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 전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에는 미리 양해를 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무력 행위에 마냥 동조할 수는 없겠지만, 북한이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를 위반하는 탄도미사일 대신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데에 좀 더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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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 내 한ㆍ일..미 '동맹 수호' 시험
이번에 북한이 시험 발사한 순항미사일의 사거리에 한국과 일본 영토가 모두 포함된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달 30일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한 뒤,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동맹에 대한 안보 공약이 조금씩 의심받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장거리순항미사일들은 우리 국가의 영토와 영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7580초를 비행하여 1500㎞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보도했다. 시험발사에서는 미사일이 북한 상공만 돌았다고 해도, 마음만 먹으면 한국과 일본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는 사거리다. 북한으로선 동맹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가하는 것과 관련, 미국의 반응이 궁금할 터다.
북한이 이날 미사일 발사 사실을 밝히면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계획'을 처음으로 언급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밝힌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국방 및 군수 분야 과업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내부적으로 '5개년 계획'을 못 박고 자신의 스케줄을 따라 핵ㆍ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면서도 이번처럼 미국을 직접 노리지는 않고 한·일을 겨냥하는 식의 의도적 수위 조절을 반복할 경우, 미국의 동맹 수호 의지가 매번 시험대에 오를 우려도 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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