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관절염 통증 해결, 노년기를 인생의 '황금기'로 바꿔

이경훈 인천힘찬종합병원 과장 2021. 9.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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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훈 인천힘찬종합병원 과장​/사진=인천힘찬종합병원 제공

무릎 관절염 환자들로부터 “우울하다”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자주 있다. 올해 초 처음 내원한 70대 어르신도 마찬가지였다. 진료실 문을 들어서자마자 신세한탄부터 하셨다. 성격이 워낙 활발해 철마다 친구들과 여행을 자주 다녔지만 무릎 통증이 심해진 후부터 외출이 힘들어 두문불출하게 되니 성격까지 어두워졌다는 말까지 듣는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예전보다 여행이 힘들긴 하지만 잠깐의 바깥 외출조차도 버거워지니 낙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관절염은 심한 통증과 함께 일상생활에 제약을 주면서 이로 인해 2차적으로 우울증 등 심리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는 다시 통증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악순환이 반복된다. 한 해외연구에 따르면 무릎 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1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통증과 수면장애의 상호작용이 환자의 우울증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내 한 대학병원은 무릎 관절염의 정도가 같더라도 우울증이 있는 환자는 우울증이 없는 환자에 비해 더 심한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약 6배가량 높다는 연구결과는 내놓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무릎 관절염은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초·중기 단계의 관절염 치료는 약물·주사치료, 물리치료, 운동치료 등 보존적인 치료만으로 통증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말기 퇴행성 관절염 환자라면 극심한 통증을 해결하고 관절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 인공관절 수술이 최선이다. 염증 등으로 망가진 기존 무릎관절을 제거한 후 인체에 적합한 특수 금속으로 만들어진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로, 환자마다 다른 관절의 크기, 손상 정도 등 개별적인 특징을 고려해야 수술 후에도 무리 없이 내 관절처럼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수술 후 통증감소와 운동기능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그만큼 정확하고 안전하게 수술해야 한다.

첨단 로봇 기술 적용해 정확도, 안전성, 수술 만족도 ‘삼박자’

지난해부터 국내 병원에서 활발하게 시행하기 시작한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환자 개개인의 관절 특성을 컴퓨터 프로그램이 계산한 후 수치화한 데이터로 산출해 보여준다. 다리 축, 인대 균형에 대한 정보를 환자의 허벅지뼈와 정강이뼈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컴퓨터의 수신 센서로 보내면 집도의는 모니터를 통해 결괏값을 확인한 후 다리의 축을 맞추고, 최적의 인공관절 삽입 위치를 정하기 때문에 수술 정확도를 한층 높였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슬관절 저널(The Journal of Knee Surgery)’에 실린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이용한 중증 기형 교정' 논문을 보면 CT 스캔을 통해 로봇 인공관절 수술 전·후 환자의 무릎 정렬을 측정한 결과, 무릎이 안쪽 또는 바깥쪽으로 휘어진 환자 307명 모두가 수술 후 정상 범위로 정확하게 교정된 것을 볼 수 있다.

로봇기술을 활용하면 안전성도 높일 수 있다. 본격적인 수술에 들어가면 집도의는 로봇 팔을 잡고 무릎 관절면을 절삭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계획된 절삭 범위를 벗어나면 자동으로 로봇 팔이 멈추는 햅틱 기능이 작동한다. 손상된 부분만 절삭하면서 정상적인 조직은 최대한 보존하기 때문에 조직손상으로 인한 출혈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추가 수혈에 따른 합병증과 부작용 위험을 낮추는 것은 물론, 수술 후 부종과 통증을 줄여 일상복귀를 앞당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술이 잘 되면 수술 후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가 로봇 인공관절 수술 환자 676명을 대상으로 수술 후 3개월 시점에 만족도를 조사해보니 약 78%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특히 통증, 보행, 회복 등에서 만족한다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통증, 보행, 회복은 환자가 수술 전 특히 불편하고 우려했던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3개월 이후부터 수술 만족도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6개월에서 1년 정도 적절한 관리와 재활 치료를 시행한 후에는 만족도가 90%를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9988’하려면 무조건 참지 말고, 적극적인 치료가 우선

무릎 인공관절수술 환자 5명 중 4명은 65세 이상의 노년층이다. 로봇으로 수술의 정확도와 안전성을 높여준다면 그동안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두려워 참고만 지냈던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을 가진 말기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의 치료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기대한다.

‘9988’이라는 말이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건강하게) 살자는 말이다. 기대수명은 점점 높아지지만 건강수명은 그에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수명이 길어지면 그만큼 질환이 발병할 확률도 높아진다. 노년기를 인생의 황금기로 바꾸려면 무조건 참지 않고 적극적인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곧 추석이다. 어르신들 중에는 자식에게 아파도 내색하지 않고 무조건 “괜찮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막상 진료실에 들어서면 신세한탄을 하시면서 말이다. 나 자신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번 추석은 코로나19로 자주 찾아뵙지 못했던 부모님의 건강을 각별히 챙길 수 있는 명절이었으면 한다.

(* 이 칼럼은 인천힘찬종합병원 이경훈 과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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