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해상풍력 사업비 산출내역 투명하게 공개하라 [유준상의 돌직구]

유준상 2021. 9. 1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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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숫자공화국'이다.

전라남도가 민간투자 46조원 등 총 사업비 48조5000억원을 투입해 8.2GW 신안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우리가 아는 정보는 '이 사업이 8MW급 풍력 터빈(발전기 높이 230m, 날개 길이 100m, 날개 회전 범위 205m) 1025개를 서해안 갯벌에 심는 프로젝트'라는 것과 '총사업비 48조5000억원 중 민간투자가 46조원'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 전남도는 신안해상풍력 사업비 48조5000억원의 산출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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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홈페이지 구석구석 찾아봐도
48.5조원 쓰겠다는 보도자료만 즐비
자재·설비·설계 계획은 어디에도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5일 임시개통 예정인 전남 신안군 임자2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원 투자협약식 체결 후 대교를 시찰하며 김영록 전남지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그야말로 '숫자공화국'이다. 정치권 공약과 리서치기관 여론조사 등에서 온갖 숫자가 쏟아져나온다. 숫자의 마력은 그 숫자가 마치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데 있다. 그래서 숫자를 볼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제대로 생산된 조사 결과인지 숙고하는 과정이다.


전라남도가 민간투자 46조원 등 총 사업비 48조5000억원을 투입해 8.2GW 신안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숫자가 어떻게 산출됐는지는 일체 설명이나 부연도 없어 궁금증이 증폭된다. 전남도 홈페이지에도, 언론매체들도 48조5000억원이라는 숫자만 반복해서 나열될뿐 어느 업체의 자재와 설비를 얼마만큼 쓰고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좀처럼 설명·부연해주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술 더 떠서 신안풍력은 사업비 대비 2배 이상 경제적 파급효과를 내겠다고 한다. 전남도지사는 "투자금 대비 생산유발효과 93조6000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27조8000억원을 내고, 연 3000억원 발생하는 수익금은 신안군민 4만명에게 월 60만원씩 공유하겠다"고 공언했다. 그야말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다. 경제적 효과가 어떻게 산출됐는지 과정은 없는데 숫자만큼은 시원시원하게 제시한다.


사업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엄청나게 많다. 전남도가 제시한 대로 사업비가 48조5000억원이라고 해보자. 우리가 아는 정보는 '이 사업이 8MW급 풍력 터빈(발전기 높이 230m, 날개 길이 100m, 날개 회전 범위 205m) 1025개를 서해안 갯벌에 심는 프로젝트'라는 것과 '총사업비 48조5000억원 중 민간투자가 46조원'이라는 것이다.


총사업비에 풍력터빈 수명이 고려됐는지부터 의구심이 든다. 풍력발전기 수명은 평균 20년, 길어봤자 30년이다. 신안해상풍력은 100년을 바라보는 사업이다. 만약 수명이 반영이 안 됐다면 노후화된 풍력발전기를 철거하고 새로 세우는 작업을 5번 이상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사업비는 산술적으로만 따져봐도 250조원에 가까운 비용이 소요된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이 500조~600조원임을 감안하면 그 절반을 1개 풍력사업에 쏟아붓는 셈이다.


송전은 어떤 방법으로 하고 송전비용은 어떻게 책정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고압 송전탑은 지역민과 마찰을 빚기 때문에 초고압직류송전(HVDC)으로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게 전부다. HVDC는 해저케이블을 지중에 매립하는 방식으로, 신안의 8.2GW 용량을 감당할 케이블을 설치하는 작업은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동해안~수도권 HVDC 송전선로 사업비용은 8조~10조원인데 답보 상태에 머무르면서 실제 비용은 더 늘어날 예정이다.


풍력발전 개발과 건설 과정도 사업비에 변수로 작용한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8㎿급 풍력터빈을 개발 중인데 예정대로라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개발이 완료된다. 풍력발전기는 형식 인증, 부분품 인증, 프로젝트 인증 시험 등 인증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8㎿급 풍력터빈이 단번에 실증화에 이어 건설로 이어지면 얼마나 좋겠느냐만은 최초 개발 사례임을 고려할 때 개발~건설과정에서 수차례 설계 변경,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예기치 않은 추가비용이 든다.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 전남도는 신안해상풍력 사업비 48조5000억원의 산출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어느 업체의 자재와 설비를 얼마만큼 쓰고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세부 내역을 전남도나 산업부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자. 이는 지자체의 프로젝트를 넘어 국가 경제정책의 위상이 달린 일이다. 국민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납득시키면 이 초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불신은 걷히고 자연스레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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