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완의 부동산 더하기 곱하기] 대출 중단·금리 인상은 거품 제거용 극약처방.. 근본 해법 아냐

2021. 9. 13.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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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더하기 곱하기’ 글을 쓰게 됐다. 칼럼명에서 느껴지듯 시장, 정책, 주거 복지, 자산 관리, 노후 준비 등 부동산 가치를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내용을 담을 것이다. 묻고, 따지고, 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지향하고 싶다. 가급적 정치와 이념적 색깔은 빼고 말이다.

9월 들어 금리 인상과 대출 중단 여파로 부동산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지난달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높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경기 회복세, 물가 상승, 금융 불균형 등 세 가지를 금리 인상의 주된 근거로 꼽았다. 이례적인 초저금리 상황이 1년반 넘게 지속됨에 따라 차입에 의한 과도한 수익 추구 행위(투기)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체제 출범과 더불어 NH농협은행은 오는 11월 말까지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모든 시중은행과 저축은행들도 이달 중으로 신용대출한도는 연봉 이내로, 마이너스통장(마통)은 개인당 5000만원으로 각각 제한했다. 대출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조기 시행을 비롯해 전세자금대출, 정책모기지, 집단대출 등 총량 관리가 더 강화될 전망이다. 한마디로 1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와 주식·부동산에 쌓인 거품 빼기, 돈줄 죄기 극약 처방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자산시장과 투자 수익, 기업과 산업 활동, 실물경기와 경제심리 전반에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부동산시장은 당장 직격탄을 맞았다. 은행 창구에는 대출을 문의하는 전화와 마통을 미리 신청하려는 가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집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우왕좌왕하는 무주택자와 계약 후 중도금 대출이 어렵거나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꽁꽁 묶인 은행 대출에 사금융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급기야 중개 현장에선 매도인으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매매계약을 파기하는 일도 벌어진다. 부동산을 잡기 위한 대출 규제가 편법을 부추기고 집 없는 서민의 고통만 가중시키고 있다. 다주택자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참에 집을 팔아야 할지, 더 버텨야 할지 고민이 많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중과에다 늘어난 이자 부담으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그렇다면 향후 집값은 더 오를까 내릴까,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해답은 그리 어렵지 않다. 부동산경제학에 의하면 부동산시장과 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주요 요인은 7가지로 압축된다. 수급, 정책, 금리, 유동성, 심리, 해외 동향, 주담대 잔고 추이 등이다. 그러니까 2014년 이후 집값이 급등한 근본 원인은 공급 부족, 정책 실패, 금리 인하, 유동성 증가, 기대심리 폭발, 해외 부동산 과열, 주담대 잔고 급증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집값의 미래 예측은 이들 변수의 움직임을 면밀히 종합적으로 관찰, 추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단연 정책 변수다. 우리나라는 공급 대책을 비롯해 금리, 유동성, 주담대 잔고 규모 등 금융 정책과 기대심리를 결정하는 힘이 바로 정책의 기조, 수단과 방법에서 창출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지난 4년간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다주택자, 갭투자자 등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세금, 대출, 임대차 규제 등 초강력 규제 조치에 올인하고 소위 록인(Lock-in·가둬두기) 효과를 겨냥했다. 마치 독 안에 든 쥐를 옴짝달싹 못하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집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게 우리 안에 가둔 채, 돈줄과 세금을 함께 조이면 수익 감소-수요 감소-매물 출시-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줄로 착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결과는 어떠한가.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바와 같다. 공급 부족, 초저금리, 유동성 장세 속 미친 집값과 전셋값은 장기간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영끌’하는 20, 30대를 포함해 무주택자는 공포 구매에 나설 수밖에 없는 반면 다주택자는 종부세와 양도세 폭탄에 놀라 비자발적 버티기를 결정했다. 더 나아가 발 빠른 이들은 자녀 증여를 통해 절세 대책, 자산 분산, 부의 대물림이라는 일석 3조, 신의 한 수를 선택했다. 기대했던 록인 효과는 사라지고 규제를 피해 주택 사냥에 나선 마녀들만 풍선 효과, 확산 효과, 쏠림 현상, 똘똘한 한 채의 최대 수혜자로 변신한 것이다. 정부에 정책이 있다면 국민은 대책이 있는 법. 결국 규제 정책은 실수요자=피해자, 다주택자=수혜자라는 엉뚱한 부동산 공식을 만들고 부동산 양극화, 자산 불평등만 심화시키고 말았다.

집 없는 무주택 서민이 애꿎은 희생자가 됐다는 점에서 정책 실패는 시장 실패보다 훨씬 더 무섭게 다가온다. 현재로선 정부의 정책 대전환이 없는 한 무섭게 오르는 집값 상승세를 멈추고 시장 흐름을 바꾸기는 힘들어 보인다. 매도자 중심 시장이 상당 기간 유지될 확률이 높다. 내년 대선이 중요한 변수가 되고, 대선 후보가 쏟아내는 공약이 팽창된 구매 심리를 얼마나 잠재울 수 있을지, 내년 봄이 변곡점이 되지 않을까 짐작된다.

마지막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는 묘책은 있을까. 답은 있다. 근본 원인을 알면 근본 해법을 찾을 수 있는 법. 부동산 교과서와 선진국 사례에 모범 답안이 있다. 시장을 재해석하고 정책을 재발견하는 일이 성공의 시발점이 된다. 공급 부족과 정책 실패에 대한 문제 인식과 반성, 지금껏 나온 여러 정책의 빈틈과 허점을 발견하고 이를 메우고 수정 보완하는 노력을 통해 땅에 떨어진 정책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실례로 싱가포르는 모든 국민이 자기 집을 갖도록 하는 저렴한 공공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자가 촉진책을 펼친 결과, 국민의 90%(한국 60.6%) 넘게 내 집을 소유하고 있다.

가장 확실한 주거 안정과 주거 복지를 실현하는 첩경은 자가 보유율과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높이는 공급 전략이다. 미국 유럽 일본은 도심권 재개발 사업 활성화, 영국은 공공임대주택 대량 공급, 프랑스와 독일은 사회적 주택 공급을 통해 각각 우리보다 심각한 주거 문제를 해결했다. 여기엔 공통점과 교훈이 있다. 인구가 집중되는 곳의 지속적인 공급 확대, 중장기적 수급 상황을 고려한 지역 개발, 수요자 맞춤형 공급 계획이라는 3박자 정책이다. 우리는 왜 쉽고 가까운 길을 두고, 어렵고 먼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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