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립교회 목회자에 '기본소득' 지급하자"

박지훈 2021. 9.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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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엔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감리회는 목회자의 생활을 보장해야 합니다.' 작성한 단체는 감리교단 소장파 목회자들의 모임인 '새물결'이었다.

글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감리교단 미자립교회 목회자에게 일종의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거였다.

새물결이 제안하는 목회자 생활안정법의 핵심은 전체 감리교회 수입 중 일부를 미자립교회 목회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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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감 소장파 목회자의 모임 '새물결' 총무 양재성 목사 '생활안정법' 제안
감리교단 소장파 목회자의 모임인 ‘새물결’의 총무를 맡고 있는 양재성 목사. 양 목사는 “교단은 미자립교회 목회자에게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재성 목사 제공


지난달 19일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엔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감리회는 목회자의 생활을 보장해야 합니다.’ 작성한 단체는 감리교단 소장파 목회자들의 모임인 ‘새물결’이었다. 글은 새물결 총무인 양재성 서울 가재울녹색교회 담임목사 명의로 게재됐다. 글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감리교단 미자립교회 목회자에게 일종의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거였다.

기독교대한감리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목회자 생활안정법 제정을 촉구하는 글. 기감 홈페이지 캡처


새물결에서는 이런 내용이 담길 법령을 ‘목회자 생활안정법’으로 명명했다. 법령 제정을 촉구한 이유는 한국교회 교역자의 급여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서다. 12일 새물결에 따르면 기감 소속 교회의 48%가 미자립교회이며, 이들 교회 교역자의 평균 급여는 8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감은 2006년 목회자의 월 최저 생계비를 140만원으로 정하고, 자녀 장학금도 지원하는 제도를 갖추려 시도했으나 실현되지 않고 있다.

양 목사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감리교단 목회자가 1만명 정도인데 기관 사역을 하는 사람을 제외하면 8300명 수준이고, 그중 3500~4000명은 미자립교회 목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직종에서 사람에 따라 월급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집단이 개신교 목회자”라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교회 모든 교단은 목사의 이중직, 삼중직, 사중직도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새물결에서 ‘모범 사례’로 꼽는 교단이 없는 건 아니다. 새물결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부부가 함께 목회자인 ‘사관’으로 활동하는 구세군의 경우 사관 한 명에게 매달 140만~150만원이 지급된다. 자녀 교육 수당도 나온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의 미자립교회 지원책도 주목할 만하다. 소속 교회의 40%가 미자립교회인 기장은 목회자들 십일조의 50%를 거둬들여, 이 돈을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새물결이 제안하는 목회자 생활안정법의 핵심은 전체 감리교회 수입 중 일부를 미자립교회 목회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한국 감리교회의 1년 수입(2018년 기준)은 1조1480억원 수준이다. 만약 이 금액의 7.5%(860여억원)를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에게 지급할 수 있다면, 이들 목회자는 각각 매달 200만원의 ‘기본소득’을 받게 된다.

목회자 생활안정법 제정을 주장할 때 나올 법한 반론은 예상 가능하다.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게 목회는 하지 않으면서 지원금을 받는 경우다.

양 목사는 “정기적인 실태조사나 감찰을 통해 부정 수급자를 걸러내면서 이들에게 강력한 페널티를 주면 된다”며 “모든 부작용을 차단하는 완벽한 제도를 만들 수는 없다. 일단 시작한 뒤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가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자립교회 목회자에게 매달 200만원씩 지원하는 게 부담이 된다면 100만원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금액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목회자 생활안정법은 현실화될 수 있을까. 새물결은 과거에도 기감 입법의회를 앞두고 이 안건을 제안했지만 통과된 적이 없었다. 양 목사는 “목회자 생활안정법이 시행돼야 모든 감리교회가 하나의 교회라는 공교회성이 회복되면서 성직자들도 품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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