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고발사주..열흘만에 박지원게이트?
조성은과 호텔오찬..공작설 확산
성급한 공수처..정치후폭풍 맞을듯
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사주’ 의혹의 불똥이 열흘만에 박지원 국정원장으로까지 튀었습니다. 윤석열 캠프는 12일 박지원을 고발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고발사주’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대위부위원장이 ‘박지원의 수양딸’이라며..그러니까 박지원이 이번 사건의 배후라는 주장입니다.
2. 조성은이 박지원과 가깝다는 건 알려진 사실입니다. 2016년 국민의당 이후 민주평화당까지 측근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배후’로 지목된 계기는 조성은의 페이스북입니다. 조성은은 지난 8월11일 롯데호텔에서 박지원과 점심 먹던 날..38층 한식당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늘 특별한 시간, 역사와 대화하는 순간들’이라는 글을 달았습니다. TV조선이 이를 단서로 확인보도했습니다.
3. 조성은은 진짜로 박지원을 존경하는 듯합니다.
2018년 4월 박지원 당시 민주평화당 대표에 대해 ‘정당을 초월하는 역사의 상징’이라고 칭송한 적 있습니다. ‘누군가 늘 묻는다. 왜 박지원 대표 곁에 따라다니는 거냐고. 역사를 가까이서 바라보고 경험하기에는 박 대표 곁이 VIP석이니 그렇지 바보야..라고 하겠다’라면서.. 두 사람이 SNS로 주고받은 대화를 보면 절친이었음은 분명합니다.
4. 그런데 박지원이 등장하자 야권의 ‘공작설’에 힘이 실렸습니다.
박지원이란 인물의 정치적 이력, 국정원장이란 현직 등이 이런 의심을 불러들였습니다. 마침 롯데호텔 점심이 조성은의 제보 시점(7월21일)과 첫 보도 시점(9월2일)의 중간입니다. 조성은과 박지원이 모두 ‘고발사주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의혹을 떨치기 쉽지않은 정황입니다.
5. 공작설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합니다.
검찰의 감찰과 공수처의 압수수색이 있었지만 ‘고발사주’를 뒷받침할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발장을 작성한 당사자로 지목된 손준성 검사의 아이폰을 압수했지만 열지를 못하나 봅니다. ‘검언유착’ 수사당시 한동훈 검사장이 그랬듯이..손준성도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나 봅니다. 직원들에 대한 조사와 사무실 PC에서도 아직 별 성과가 없는듯합니다.
6. 공수처가 김웅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곧 재개하겠지만..과연 ‘스모킹 건(Smoking Gun)'을 찾을지 의문입니다.
김웅 역시 검사 출신으로 6개월마다 핸드폰을 바꿀 정도로 보안에 철저하다고 합니다. 고발장 파일을 주고받은 텔레그램 역시 보안이 확실해 사용했고, 이미 다 폭파했다니..수사에 어려움이 많을 듯합니다.
7. 결국 ‘고발사주’의혹은 딱 부러지게 밝혀지기보다..양쪽 진영에서 서로의 주장만 되풀이하는 정치공방이 될 듯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윤석열은 옷을 적시는 가랑비를 뚫고가야할 겁니다.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아직 판단하기 일러 보입니다.
8. 그보다 더 궁금해지는 건 공수처의 운명입니다.
너무 성급하게 너무 뜨거운 감자를 삼켰습니다. 시민단체 고발이 6일인데..곧바로 조성은을 수소문해 면담하고..9일 윤석열 입건하고..10일 압수수색까지..숨 넘어갑니다. 막상 수사결과 내놓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정치적 후폭풍을 어찌 버틸지 벌써 궁금해집니다.
〈칼럼니스트〉
2021.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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