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의혹 찾는다면서 '조국''미애' 검색한 공수처의 해명

2021. 9. 12. 19: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1일 대구시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 10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 PC 압수수색 당시 '조국''미애''오수' 등을 키워드로 검색하며 파일을 수색한 데 대해 "적법 절차에 따른 것으로 부당한 정치공세를 중단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수'는 김오수 검찰총장이 아니라 고발장 내용인 김건희씨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된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라고 해명하면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물증인 고발장을 찾으려면 피고발인들(유시민·최강욱)을 먼저 검색했어야 한다"며 "'조국''추미애' 등 여권 고위 인사를 검색한 건 윤 전 총장이 고발을 사주했다고 단정하고 범위를 넓혀 수사를 확대하려는 게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조국·미애·오수·재수, 키워드 검색은 합법, 정당한 수사 절차"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2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나서고 있다.뉴스1
공수처는 12일 ‘김웅 의원실 PC 압수수색 키워드 논란 등에 대한 설명 및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힘 측의 영장 범위 밖의 불법 압수수색 및 정보수집 주장을 반박했다. 앞서 지난 10일 김웅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등이 "야당 탄압"이라고 항의하며 대치한 끝에 11시간 만에 중단된 데 따른 입장 발표다. 김웅 의원은 별도로 11일 압수수색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압수수색 영장 취소를 요구하는 준항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공수처는 입장문에서 먼저 지난 10일 의원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김 의원 보좌진 컴퓨터에 ‘오수’란 키워드를 입력한 것에 대해 “(김오수) 검찰총장과 아무 관련이 없다. 윤 전 총장 부인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의 이름”이라며 “공수처를 은밀히 정보를 수집하는 수사기관인 것처럼 묘사한 것은 신생 공수처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이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된) 압수수색 영장 범위를 벗어난 불법 별건 자료 추출 의도”라며 “공수처가 틈날 때마다 김오수 검찰총장에 대한 정보수집을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반발하자 이를 해명한 것이다.

공수처는 그러면서 이들 키워드 검색이 합법적고 일반적인 수사 절차라고 반박했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 수사 핵심이 2020년 4월 두 건의 고발장 작성 주체 및 전달 경위 규명이니, 사건 관계인의 컴퓨터에서 관련성 있는 자료를 추출해 확보하는 것은 고발장 작성과 전달 경위 실체 규명을 위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건희 의혹 자료 찾는다며 '오수' 검색…또 '미애'는 왜 검색했나?


공수처의 김웅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10일 의원실에 도착한 김 의원이 공수처 관계자에게 항의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실제 공수처 수사관들은 당시 보좌관 PC에서 ‘조국’‘재수’‘건희’‘오수’ 검색어를 함께 키워드로 입력해 검색했다. 김건희씨와 ‘오수’를 함께 검색어로 입력한 건 주가조작 의혹 고발장 및 자료를 추출하려 한 것이란 공수처 해명이 맞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 ‘상문’‘(윤)석열’‘(한)동훈’‘(권)순정’, ‘(정)경심’‘최욱’‘(추)미애’도 키워드로 검색했다.

하지만 공수처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수사경험이 있는 법조계 관계자들은 공수처 해명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디지털 압수수색에 무지하거나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의아해 했다. 수사 경험이 많은 법조계 관계자들은 "윤 전 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 진위를 밝히기 위해 고발장부터 찾는 게 ABC"라며 "공수처가 피고발인도 아닌 다른 여권 주요 인사들의 이름을 검색어로 입력해 자료 추출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포렌식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김 의원이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서 받았다는 고발장을 PC에서 찾으려 했다면 우선 고발장에 적힌 피고발인인 유시민, 최강욱, 황희석 등의 이름부터 키워드로 검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공수처는 당시 '최욱'(최강욱)을 제외한 피고발인이나 고발장 관련 주요 관계인들의 이름을 검색하지 않았다. 대신 '조국' '경심'(정경심) '미애'(추미애) '재수'(유재수) 등 여권 인사들의 이름을 키워드로 줄줄이 검색했다. 이들 대부분은 고발장에 직접 등장하지 않거나 등장하더라도 피고발인들 관련 사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언급된 정도였다.

이와 관련해 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검이 고발장을 김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단정 아래 범행 동기와 관련된 자료를 찾으려 했거나 제기된 의혹 외에 다른 여권 인사 고발과 관련된 자료를 살펴보려 한 게 아니겠냐"고 추측했다.

한 현직 검사는 "수사는 국정감사가 아니다. 공수처가 무슨 권리로 시중에 제기되는 모든 의혹을 수사로 다 밝혀내겠다는 식으로 수사하는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김한규 전 서울변회 회장은 "모색(摸索)적 접근을 통해 압수수색 과정에서 다른 단서가 나오면서 별건 수사를 할 의도가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김 의원실을 압수수색한 10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과 부인 정경심 교수의 업무방해 등 혐의 공판에 출석하며 '저를 포함해 문재인 정부 인사에 대해 쏟아졌던 고발장에 대해서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데 대해 화답하듯 키워드를 검색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에도 공수처는 김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재차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공수처는 “일말의 편견 없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진행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고발 사주’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최대한 신속히 규명할 계획”이라며 “국민의힘과 김웅 의원은 공수처의 합법적 수사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 근거 없는 정치 공세는 중단해달라”고 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