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하려면 이용료 보내라"..책·프로그램까지 파는 교수들
지난 1학기 때 대학생 A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 강의에서 교수가 과제를 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특정 컴퓨터 프로그램 이용료를 계좌로 보내라고 한 것이다. 이 학교는 통계 프로그램 등 수업에 필요한 여러 유료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했다. 하지만 유독 이 교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이용료를 내고 다른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쓴 책이나 특정 프로그램 구매를 강요하는 교수들의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학생들은 가격이 비싸고, 널리 쓰이는 교재보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반발한다. 교재 판매를 통해 교수가 부수입을 올리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재 없으면 나가라"…새로 낸 책 사게 한 교수
대학생들이 가장 자주 접하는 사례는 교수가 쓴 교재 구매를 강제하는 경우다. 전북대 사범대학 학생회에 따르면 B 교수는 한 전공 수업에서 자신이 쓴 교재를 사지 않은 학생은 강의를 듣지 못하게 했다. B 교수는 교재를 사지 않은 학생은 모든 수업에서 결석 처리하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해당 수업에 참여한 한 학생은 대학생 커뮤니티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 학생은 "본인(교수) 교재에 이름을 써서 사진을 찍어 (오픈 채팅방에) 올리라고 했다"며 "강의계획서와 실제 교재가 다르거나 교재를 쓰지 않는 경우도 있어 사지 않았는데, 모두 결석 처리되고 F학점 받게 생겼다"고 말했다.
수업을 위해 사라고 한 교재는 B교수가 최근 새로 낸 책으로 알려졌다. B교수는 최근 학생들에게 "강매가 아니고, (교재 구입은) 수강생의 기본적인 부분"이라고 해명했지만, 학교 측은 해당 강의의 교수를 교체하기로 했다.
교재에 이어 프로그램도 강매…학생은 속수무책
비슷한 사례는 다른 대학에서도 끊이지 않는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김 모(22) 씨는 "교수가 직접 쓴 교재를 샀는데, 거시경제학 교재에 2008년 금융위기 얘기도 없었다"며 "10년 넘게 개정을 하지 않은 책을 사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교재가 아닌 수업에 활용할 프로그램을 사게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3월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한 이용자는 "전용 프로그램 사용한다며 프로그램 코드를 사려면 계좌로 송금하라고 했다"며 "전공 필수 과목이라 강의를 포기할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학생의 부담을 키우는 교수의 교재·프로그램 구입 강요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 대학생 박 모(24) 씨는 "불만스러워도 교재를 사라고 하면 학생들은 방법이 없다"며 "수업 평가에서 지적해도 잘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생 반발이 있지만, 교재를 정하는 건 교수 권한이라 딱히 제지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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