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북핵 협의' 직후 中왕이 방한..커지는 한국 딜레마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 대북 대화 및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외교적 총력전에 나섰다.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계속된 대화 제안에 응답하지 않는 데다, 통신 연락선 두절로 남북 대화마저 불통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동맹과 주변국의 협력을 활용한 보다 적극적인 대북 접근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도쿄서 한·미·일 북핵 연쇄 협의
오는 14일 협의를 포함하면 한·미 북핵수석대표인 노 본부장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최근 한 달간 세 차례에 걸쳐 대면 협의를 갖는 등 공조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둘은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1주일 후인 30일엔 미국 워싱턴에서 북핵 협의를 가진 바 있다. 두 차례의 협의를 통해 한·미 양국은 코로나19 방역과 보건, 식수 공급 등 시급한 인도주의적 지원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한·미 간 잦은 북핵 협의와 관련 노 본부장은 12일 일본 도쿄로 출국하기 직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고자 하는 한·미 양국 정부의 진정성 있는 노력의 징표”라며 “대북 인도적 협력 프로젝트를 한·미가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 상당한 협의의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외에도 (한·미 간) 다양한 (대북) 대화 재개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골화한 미·중 경쟁…韓 딜레마 커진다
중국은 최근 한층 견고해진 북·중 밀착 국면을 앞세워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에 문재인 대통령을 초청하는 한편 강경한 미국 견제 의도를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왕 부장은 지난 10일 아시아 4개국 순방차 방문한 베트남에서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를 만나 미국에 대한 공동 견제에 나서줄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특히 왕 부장은 미·중 핵심 갈등 사안인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이 문제를 양국 관계의 적당한 위치에 둬야 한다. 정세를 복잡하게 만드는 일방적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베트남 측에 미국과의 거리두기를 요구했다.
왕 부장의 이런 발언은 한·중 외교부 장관 회담에서 중국 측이 강조할 입장의 예고편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대북 대화에 가용 수단을 모두 활용하려 하는데 이를 잘 알고 있는 중국이 오히려 한·미 협력에 견제구를 던지면서 한국을 견인하려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바이든 행정부 역시 미군 철군을 끝으로 아프간 사태에서 손을 떼며 대중 견제에 집중하겠다는 기조를 강조해 미·중 사이에 놓인 한국 정부로선 해법 찾기가 과제가 됐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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