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다 미루다 결국 올릴까..정부 4분기 전기료 조정 검토

김남준 2021. 9. 1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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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뤘던 전기요금 숙제가 다시 돌아왔다. 정부가 3분기 연료 비용 바탕으로 4분기 전기요금 조정을 검토한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높아진 추석 물가가 부담이다.


연료비 급등에 요금 조정 검토


정부와 한전이 오는 25일까지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검토한다. 사진은 전기 계량기를 살펴보는 검침원. 뉴스1
12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한국전력은 4분기(10~12월)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오는 23일까지 결정한다.

정부는 올해 전기요금제를 개편하면서 연료비에 따라 요금을 달리 받는 원가연계형 요금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개편 취지와 달리 전기요금을 한 번도 올린 적이 없다. 1분기에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을 반영해 킬로와트시(㎾h) 당 3원을 오히려 할인했다. 2·3분기 연료 가격이 올라 전기요금도 다시 올려야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부담”을 이유로 요금 조정은 미뤘다.

정부와 업계 모두 요금 인상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인내할 수준을 넘어가고 있어서다. 정부는 앞서 지난 6월, 3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하면서도 “하반기에도 현재와 같이 높은 연료비 수준 유지되거나, 연료비 상승추세 지속할 경우 4분기 연료비 변동분이 조정단가 방영되도록 검토할 예정”이라며 인상을 시사했다.

실제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전력 생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연탄은 8월 넷째 주 기준 t당 161.34달러로 전주보다 0.9% 상승했다. 지난해 유연탄 가격(60.24달러/t)과 비교하면 2배 넘게 올랐다. 호주와 갈등으로 중국이 호주산 유연탄 수입을 중단한 데다, 하반기 비축량을 늘리면서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

국제유가도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70.2달러를 기록했다. 7월(72.9달러)보다는 다소 내려갔지만 지난해 평균 가격(42.3달러)보다는 2배 가까이 올랐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의 천연가스 선물가격도 9일(현지시간) 100만 BTU(열량단위) 당 5.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천연가스 5달러 선을 돌파한 것은 2014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 초와 비교해도 역시 2배가량 급등했다.


추석 물가 급등은 고민


추석 대목에 5차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 지급까지 겹치면서 물가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뉴스1
요금 인상 요인은 충분하지만, 문제는 물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8월과 비교해 2.6% 올랐다. 4월 이후 5개월째 2%대 상승이다. 특히 이번 달에는 추석이 있는 데다 5차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 지급까지 겹치면서 물가 상승 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4분기 전기요금 조정분은 다음 달 1일부터 적용하지만, 가뜩이나 높아진 국민 부담을 정부가 고려하지 않을 순 없다. 여기에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실물 경제가 다시 위축하는 상황도 전기요금 인상을 주저하게 하는 이유다.

전기요금과 관련해 정부관계자는 “국제유가 등 연료비 상승분도 고려하지만, 물가와 경제 상황 등 다른 요인들도 따져봐야 한다”면서 “아직 인상 여부 등을 결정한 바 없다”고 했다.


에너지 공기업 줄줄이 적자


한국전력과 한수원·남동·남부·중부·서부·동서발전 등 6개 발전 자회사는 국회에 제출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올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스1
정부가 요금 인상을 주저하는 사이, 한전과 발전 자회사는 올해 줄줄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연료비가 오르면서 에너지 공기업이 치러야 할 비용은 커졌지만, 전기요금은 1분기 인하된 가격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부담이 커진 것도 한몫했다.

실제 한전은 상반기 1932억원(연결기준)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등 연료비 가격이 많이 오른 2분기(-7649억원) 대규모 손실이 컸다. 최근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올해 전체 순손실은 3조2677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남동·남부·중부·서부·동서발전 등 6개 발전 자회사도 올해 7575억원 상당 적자 볼 것으로 전망됐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연초보다 2배가량 오른 데다, 올해 재생에너지 사용이 크게 늘면서 관련 비용도 많이 들었다”면서 “적어도 1분기에 낮췄던 전기요금을 예전 수준으로 정상화하지 않으면 에너지 공기업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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