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채용 역설..취준생 면접비 48만원, 2배로 뛰었다 왜 [뉴스원샷]

이상재 2021. 9. 1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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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8일 부산시청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비대면 온라인 여성 취업박람회에 참가한 여성이 인공지능 면접 체험을 한 뒤 온라인 면접을 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상재 산업2팀장의 픽 : 면접 준비비


벌써 10여 년 전이다. 대기업 계열사의 경영을 맡고 있던 A대표의 채용 스토리를 인상 깊게 들은 적이 있다. 그는 회사의 신입·경력사원을 뽑을 때 ‘1차 면접’ 심사위원을 자임했다.

채용이라는 게 으레 서류 전형을 거쳐 인·적성 검사→ 실무진 면접→임원 면접으로 최종 합격자를 가리게 마련인데, 그는 이런 순서를 살짝 뒤집었다. 대표이사가 1차 합격자를, 함께 일하게 될 간부가 최종 합격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수시 채용을 하다 보니 A대표는 매달 30명가량의 지원자를 평가했다. 질문은 “지원 동기가 뭐냐” “이직하려는 사연이 있나”처럼 간단한 내용이었다. 그는 “짧은 인터뷰이지만 지원자의 얼굴을 마주 보면서 회사에 맞는 사람인지 판단하기에 모자라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표이사는 큰 테두리에서 회사의 인재상을 제시하고, 간부는 자신과 함께 일할 인력을 구할 수 있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채용 ‘대세’


이처럼 ‘마주 앉아서’ 면접 보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채용이 확 늘어서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기업 10곳 중 6~7곳이 ‘비대면 채용 전형’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365개 기업의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응답한 기업 중 67.1%가 ‘비대면 채용 전형을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80.4%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중견기업(79.2%)과 중소기업(54.9%)에서도 비대면 채용이 보편화해 있다. 유형별로는 화상 면접을 진행하는 기업이 54.7%로 가장 많았다. 온라인으로 인·적성 검사를 하는 기업은 47.3%였다.

국내 기업의 비대면 채용 도입 현황 [그래픽 잡코리아]


재계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대졸 공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은 지난해부터 필기시험인 직무적성검사(GSAT)를 온라인으로 치르고 있다. LG와 GS, CJ 등도 온라인 인·적성 검사를 도입했다. 카카오·네이버 등은 온라인으로 코딩 테스트를 한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기업 중 61.6%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채용 전형을 도입했다’고 답했다.

채용설명회도 바뀌고 있다. 대학 캠퍼스를 찾아다니면서 회사의 사업 내용과 처우·복지를 소개하던 행사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거의 사라졌다. 대신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취업준비생과 교감하는 사례가 늘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소통을 늘려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뜻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채용설명회가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넥슨 등 주요 기업이 활용 중이다. 삼성은 올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일대일 직무상담’을 처음 도입했다. 구직자들은 메타버스에 입장해 관심 있는 사업부의 직무에 대해 일대일로 상담받을 수 있다.

SK텔레콤 모델이 ‘점프 버추얼 밋업’ 앱을 활용해 메타버스 채용설명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SK텔레콤]

코로나19 이전 20만원서 두 배로 ‘껑충’


그런데 취준생이 면접을 준비하면서 예상하는 비용은 외려 껑충 뛰었다. 지난 10일 잡코리아는 취준생 539명에게 ‘면접 준비 예상 비용’을 물었더니 평균 48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여성 취준생은 평균 50만원, 남성은 46만원이었다.

면접 복장 마련(58.7%·복수응답)과 외모 꾸밈 비용(51.4%)이 가장 부담스러운 요소로 꼽혔다. 이어 화상면접 장소 대여와 장비 구매(34.1%), 교통비·식비(33.2%), 특강·모의면접 등 사교육비(20.4%) 순이었다.

잡코리아를 포함해 다른 취업 전문기업이 조사한 면접 준비 비용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20만원 안팎이었다. 2016~2019년 조사에선 18만~23만원이었다. 여기에서 정장·구두 구매나 이·미용비 등을 빼면 5만~7만원 수준이었다.

취준생의 부담이 확 늘어난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잡코리아에 따르면 취준생 중 상당수는 화상면접 준비를 위해 정보기술(IT) 기기 등 장비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비 중에는 웹캠을 구입했다는 응답자가 53.8%(복수선택)로 가장 많았다. 이어 노트북(45.4%), 데스크톱PC(30.3%), 조명기구(21.8%), 가림막(16%) 등을 구매했다. 화상면접 장소로 스터디카페나 전문 스튜디오를 찾는 경우도 있었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비대면 화상면접을 진행하는 기업이 늘면서 취준생의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며 “취준생 10명 중 8~9명은 면접 준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 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기업이 취준생에게 면접비를 지급하는 비율은 20~40%대에 그쳤다.

이상재 산업2팀장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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