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당 젊은 의원들의 반란.."총재, 내 소신대로 뽑겠다"
이달 말 일본의 새 총리를 결정하는 총재 선거를 여는 일본 자민당 내에서 파벌 집단투표의 관행을 깨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각 파벌의 3선 이하 젊은 의원들이 모여 의원연맹을 결성하고 의사 결정의 투명화와 개인 소신에 의한 투표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1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3선 이하 중의원 의원으로 구성된 '당풍(黨風·당 분위기) 일신 모임'이 10일 온라인으로 창립총회를 열었다. 후쿠다 다쓰오(福田達夫·54·3선) 의원이 모임을 주도했고, 자민당 7개 전체 파벌에서 90명의 의원이 참가했다.
후쿠다 의원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의 장남으로 자민당의 차기 지도자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날 총회에서 이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이 '밀어붙이기식' 국정 운영을 반복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자민당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당의 정책 입안 능력을 강화하고 젊은 인재를 적극 등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당 총재 선거에서 파벌 단위 의사 결정이 아닌 의원 개인의 판단에 따라 투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끈다. 그동안 자민당 총재 선거는 파벌 당수들의 결정에 소속 의원들이 따르는 '집단행동' 방식으로 진행됐다. 1년 전 선거에서도 파벌 영수들이 모여 '스가 추대'에 합의하면서 스가 총리가 몰표를 얻어 당선됐다.
젊은 의원들의 이같은 주장은 현재 자민당의 정치 행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파벌 투표가 반복될 경우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자민당의 당선 3회 이하 중의원 의원은 총 126명으로 당 중의원 의원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노장파는 기시다, 소장파는 고노
실제 차기 총재 선거를 둘러싸고 파벌 내 '세대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자민당에서 두 번째로 큰 파벌(53명)인 아소파의 경우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상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조회장 두 사람을 두고 세대에 따라 지지가 갈리고 있다.
고노 담당상은 아소파에 속한 인물이다. 당의 소장파 의원들은 국민의 지지가 높은 같은 파벌의 고노를 적극 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파벌 당수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자신의 파벌이 아닌 기시다 전 정조회장을 지지하고 있다.
아소 총리를 비롯한 노장파는 과거 탈(脫)원전이나 모계(母系) 일왕 용인 등 진보적 정책을 지지해온 고노 담당상에 대해 '어디로 튈지 모른다'며 아직 경계심이 높은 상황이다. 정치평론가 다자키 시로(田崎史郎)는 11일 TV아사히 인터뷰에서 "총재 선거는 '고노 대 기시다'의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파벌에서는 집단 투표가 아닌 의원들의 자주 투표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음 총리는 설명 능력 있는 인물로"
현재까지 총재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고노 담당상, 기시다 전 정조회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 3명 중 일반 유권자들의 지지는 고노 담당상에 몰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자민당 총재로 가장 어울리는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에 고노를 택한 응답자가 2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17%, 기시다 14%, 다카이치 7%,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전 총무상 2%의 순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72%는 스가 총리가 퇴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답했고, 차기 총리에 필요한 덕목으로 스가 총리에게 부족했던 '국민에 대한 설명 능력'(51%)을 꼽았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오는 17일 후보 등록을 거쳐 29일 투·개표가 진행된다. 자민당 소속 383명의 국회의원(의장 제외한 중의원+참의원 383표)과 100만여 명의 당원·당우(383표, 후보별 득표수에 따라 비례 배분)가 참여한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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