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AI 모니터링에 3D 스캐닝..첨단기술이 문화재 지킨다
“2~4시간 걸리는 과정을 38분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지난 10일 오전 경북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문화재 스타트업 IR 피칭’에서 대상을 수상한 ‘캐럿펀트’ 이건우 대표는 손으로 하던 매장문화재 도면 제작 과정을 자동으로 3D 스캔해 제작하는 소프트웨어를 들고 나왔다. 매장문화재 조사는 건설 혹은 개발 전 필수로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발견되는 문화재에 대한 기록이 끝난 뒤에야 다음 절차를 진행할 수 있지만 조사와 기록이 모두 사람의 손으로 이뤄지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캐럿펀트는 고고학자 4명이 시작한 기업인데 IT 전공자를 영입해 소프트웨어를 직접 설계했고, 중국과 일본 등 해외 시장 진출도 내다보고 있다.
문화재청과 경상북도, 경주시가 주최한 '2021 국제문화재산업전'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문화재와 관련한 산업 종사자들이 1년에 한 번 모이는 국내 유일의 행사다. 올해는 7개 분야 70개사, 280개 부스가 설치됐다.
문화재 침입·손상, 드론·AI가 감시한다
올해 행사에서는 드론, AI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한 문화재 방재·조사·보관을 내세운 부스가 여럿 눈에 띄었다. 스타트업 ‘리하이’는 드론을 이용한 촬영과 모니터링으로 한옥마을 등 기와 부분의 손상을 간편하게 진단하는 기술을 들고나왔고, 전주대학교 문화재방재연구소는 드론을 이용해 문화재를 근접 감시하고 이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재 드론 스테이션’을 선보였다.
한국고고환경연구소는 지도를 기반으로 과거 지형을 3D로 복원하는 리모델링 기술을 내세웠다. ‘한국아이티에스’는 현재 사람이 감시하는 문화재 CCTV를 AI가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개발해 서울 숭례문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이미 적용 중이고, 경주 첨성대를 비롯한 역사문화지구에 대한 AI 모니터링 사업 입찰도 준비하고 있다.
기술은 박물관 수장고도 업그레이드한다. 이번 박람회에 ‘움직이는 진열장’을 들고나온 ‘대원모빌랙’은 해외에만 있던 2층 이동식 진열장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들었다. 윤한주 이사는 “유럽에서는 상용화된 모델인데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했고, 지난해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 국립공주박물관에 설치를 완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용 진열장은 진동과 충격은 물론이고 더 무거운 무게를 견딜 수 있게 하기 위해 철판 두께와 기둥 모양도 바꿔가며 3년간 실험을 거친 끝에 나왔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처럼 문화재의 형태가 다양하고 크기가 큰 경우 주문제작으로 틀을 만든다. 윤 이사는 “박물관에 유물 보관하는 수장고는 고정돼있어야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동형도 충분히 안정적인 데다 공간 효율성도 좋기 때문에 앞으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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