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역시 전도연, 슬픔과 희망 넘나든 절묘한 완급 조절

박정선 2021. 9. 1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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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배우 전도연이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에서 슬픔과 희망을 넘나드는 절묘한 완급 조절 연기로 60분을 집어 삼켰다.

전도연은 ‘인간실격’에서 인생의 내리막길 위에서 실패한 자신과 마주하며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부정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지난 11일 방송된 ‘인간실격’ 3회에서 전도연은 마치 죽음을 결심한 듯 옥상 위에 위태롭게 서있는, 고통어린 모습에 이어 생명을 구하고 소소한 삶의 기쁨을 되찾은 ‘미소 엔딩’으로 안방극장을 몰입시켰다.

이날 방송에서 전도연(부정)은 옥상에서 마치 죽음을 결심한 듯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핸드폰과 죽 봉투를 들고 쫓아온 류준열(강재)와 마주했다. 류준열은 전도연에게 핸드폰을 쥐어 주고는, 난간을 뛰어내리려고 하더니 이내 난간 위에 뛰어올라 앉았고, 전도연은 참담했던 방금 전 기분을 잊고 위험하다며 내려오라고 만류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지나고 류준열은 전도연이 얼마 전 버스에서 자신이 손수건을 건넸던 사람이었음을 알아차렸던 터. 어떻게 한 번도 못 봤냐며 고개를 갸웃하는 류준열에게 전도연은 아버지가 산다고 대답했고, 다음에 다시 만나면 연락처를 교환하자는 류준열의 뒷모습을 보며 흔들리는 눈빛을 드리웠다.

이후 아버지 박인환(창숙)의 집으로 돌아온 전도연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류준열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끝집에 사는 류준열과 그간 마주쳤던 일들에 대해 설명했다. 제비 총각이라며 기억난다는 박인환에게 전도연은 “거기 있는데 거기 없는 사람. 걔한테는 내가 투명인간이었어”라며 복잡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같은 공간에 살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듯, 존재감조차 없는 삶에 대해 털어놓는 전도연의 모습 위로 “아버지 나는 지금 잘못 지은 건물처럼... 나만 아는 속도로 아주 천천히 무너지고 있어요. 보이는 것들은 모두 껍데기뿐이고 나는 여기에 없어요”라고 애절하게 읊조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어 감정조차 없는 얼굴로 가사 도우미 프로필 사진을 찍는 전도연의 모습과 함께 “여기가 바닥일까요? 그게 어딘지 몰라서 불안하고 또 불안합니다”라는 내레이션이 더해져 애처로움을 배가시켰다.

그런가 하면 전도연은 가사 도우미 일을 위해 나간 집에서 수면제를 먹고 자해까지 시도해 의식불명에 빠져있던 여자를 구하게 됐던 상황. 구급대원들에 의해 들것에 실려 나가는 여자를 바라보는 전도연에게 경찰은 임시 보호자로 응급실에 같이 가달라고 부탁했고 전도연은 진짜 보호자인 여자의 부모님을 기다렸다. 그 후 전도연은 케이크 상자를 든 채 아버지 박인환을 찾았고, 박인환은 선물 받은 케이크를 들고 활짝 웃는 전도연의 모습에 놀라워했다. 전도연은 “내가 오늘 누굴 좀 도와줬거든. 내가 생명의 은인이랬어. 별일도 안했는데...”라며 눈물을 그렁거렸고, 그래서 기분이 좋냐는 박인환에게 “응 좋아 아부지. 사는 거 같애요”라며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울컥함을 드러냈다. 아버지 박인환과 케이크를 먹으면서 오랜만에 천진하고 환하게 웃는 전도연의 얼굴이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치솟게 만들었다.

전도연은 아버지에게 존재감을 잃은 자신에 대한 회한 섞인 넋두리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가하면, 삶의 의미를 잃고 무너지는 자신에 대해 먹먹한 목소리로 여운을 안겼다. 그리고 이내 목숨을 살려줬다는 감사한 인사에 웃음을 되찾은 부정의 진폭 넓은 감정선 변화를 고스란히 살려내며 호평을 이끌었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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