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노 "이번엔 클래식 테너의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게요"

장지영 2021. 9.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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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반 'NSQG' 발매.. 19일 첫 단독 리사이틀
10월엔 직접 각색·연출한 오페라 '사랑의 묘약' 공연
테너 존노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최근 발매한 첫 클래식 앨범 ‘NSQG’와 오는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예정된 첫 솔로 리사이틀 무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크로스오버 남성 사중창단을 뽑는 경연 프로그램 JTBC ‘팬텀싱어’는 시즌 3까지 방송되며 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지난해 방영된 시즌3는 ‘라포엠’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준우승한 ‘라비던스’도 높은 인기와 화제성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라비던스의 멤버 가운데 존노(30)는 지난해 방송에 등장하면서부터 청량한 미성으로 시청자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와 팝가수 셀린 디옹이 부른 ‘더 프레이어(The Prayer)’를 혼자서 벨칸토와 팝 발성으로 번갈아 가며 부른 당시 영상은 수백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을 정도다.

존노가 지난 7일 첫 클래식 앨범 ‘NSQG’를 발표한 데 이어 오는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솔로 리사이틀 무대를 연다. 앞서 정명훈 지휘 원코리아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합창’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천년의 노래’에 솔리스트로 나선 바 있지만 이번 리사이틀에서 클래식 테너로서의 모습을 확실히 보여줄 예정이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존노는 “미국에서 성장하고 공부했기 때문에 한국 성악계와 네트워크가 없다”면서 “한국의 경우 오페라 배역 오디션이 거의 없는 편이어서 이런 무대를 통해 나를 좀 더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첫 클래식 음반에는 바로크 시대 오라토리오, 낭만주의 오페라, 현대 가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곡이 9곡 실렸다. 앨범명인 NSQG는 ‘Noble Simplicity & Quiet Grandeur(고귀하며 간단하고, 고요하며 웅장한)’이라는 그의 음악적 철학을 담고 있는데, 클래식 음반으로는 드물게 선주문 2만 장을 돌파했다. 그는 “성악을 전공한 뒤 오페라계에서 계속 활동하면 ‘00 스페셜리스트’라는 수식어가 붙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 크로스오버로 먼저 알려졌기 때문에 오히려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정할 수 있었다”면서 “나를 통해 클래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분들에게 클래식 테너의 노래를 골고루 들려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존노는 미국에서 피바디 음대를 거쳐 줄리아드 음대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카네기홀에 솔리스트로 데뷔한 바 있다. 그리고 예일대 음대 대학원에 진학해 예일오페라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과정을 마쳤다. 팬텀싱어 출연 전까지 오페라 가수로서 5년 동안 출연한 작품이 20여 개에 달한다. 이런 커리어만 보면 어릴 때부터 성악 공부를 했을 것 같지만 그는 미국에서 12학년(한국의 고등학교 3학년) 때 진로를 성악으로 결정했다. 목사인 부친과 조부를 비롯해 5대째 독실한 기독교 집안 출신인 그는 원래 신학을 공부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유튜브에서 우연히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오페라 ‘투란도트’ 중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르는 동영상을 본 것이 성악을 공부하기로 마음먹는 계기가 됐다.

존 노의 첫 클래식 음반 'NSQG'는 바로크 시대 오라토리오, 낭만주의 오페라 아리아, 현대 가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곡을 9곡 담았다.

그는 “당시 파바로티의 노래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니 신이 계시다는 것을 믿게 됐습니다’라는 댓글을 읽게 됐다”면서 “그 댓글을 읽고 나서 목회자의 일을 제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음악으로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팬텀싱어 이후 오랜 미국 유학 생활을 접고 한국에 정착한 그는 최근 성결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해 ‘찬양 사역’에 필요한 준비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비록 성악을 전공했지만 어릴 때부터 찬송가는 물론 힙합 등 대중가요도 자주 불렀던 덕분에 그는 크로스오버에 대한 거부감이 처음부터 없었다. 게다가 미국에서 오페라단이 뮤지컬을 종종 올리는가 하면 뮤지컬배우가 오페라에 출연하는 등 장르 간 벽이 낮은 것도 그의 음악관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제 대학 지도교수님은 저의 팬텀싱어 출연을 대견하게 생각하셨습니다. 노래할 수 있는 곳에선 다 노래하라고 격려하셨어요. 아무래도 성악과를 졸업해도 오페라 가수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게 쉽지 않으니까요. 팬텀싱어 시즌3의 오디션 공고가 난 뒤 뉴욕의 한국 성악가들 상당수가 지원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존노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앨범 수록곡 외에 바리톤 김주택을 게스트로 초청해 도니제티 오페라 ‘사랑의 묘약’의 일부 장면을 선보일 예정이다. 팬텀싱어 시즌2에서 준우승한 ‘미라클라스’ 멤버인 김주택은 당시 참가 자체가 큰 화제를 모은 성악가. 이탈리아 베르디 음악원 출신으로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는 점에서 성악계에서는 스타급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오페라나 대중음악이나 관객이 없으면 존재의 의미가 없다”며 팬텀싱어에 출연해 자신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다고 피력한 바 있다.

'팬텀싱어' 시즌3의 준우승팀 '라비던스'. 왼쪽부터 황건하, 존노, 고영열, 김바울. 크레디아 제공

존노는 “주택이 형은 평소 존경하는 성악가다. 형이 팬텀싱어에 나옴으로써 후배 성악가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고 생각한다”면서 “주택이 형 이후 나를 비롯한 성악가 출신들이 적극적으로 팬텀싱어에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침 형도 유럽에서 ‘사랑의 묘약’에 자주 출연했었기 때문에 함께 극 중 네모리노(테너)와 벨코레(바리톤)의 이중창을 들려드리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리사이틀 이후 존노는 10월 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크레디아 주최 ‘존노의 오페라 살롱’의 첫 프로그램으로 또다시 ‘사랑의 묘약’을 선보인다. 오페라의 각색과 연출까지 그가 직접 맡았다. 합창 없이 피아노 반주에 네 명의 주요 출연진인 네모리노, 아디나, 벨코레, 둘카마라가 드라마를 끌고 나가는 형태다. 묘약을 통해 짝사랑하는 상대의 마음을 얻으려는 네모리노 역은 테너 존노, 명랑하고 쾌활한 매력의 아디나 역은 손지수, 네모리노의 라이벌인 군인 벨코레 역은 팬텀싱어 시즌3 우승팀 라포엠의 바리톤 정민성이 출연을 예고한 가운데 가짝 묘약을 파는 약장수 둘카마라 역도 팬텀싱어 출신으로 조만간 확정될 예정이다.

“‘사랑의 묘약’은 오페라의 재미를 알리기에 좋은 작품이에요. 이번에는 각색을 통해 오페라와 K컬처의 크로스오버를 보여줄 예정입니다. 군대 이야기와 아이돌 문화를 녹여넣었습니다. 2011~2013년 입대 시절 겪었던 경험담도 일부 들어가 있어요.”

그는 이런 무대를 통해 한국 오페라계에 자신을 알리고 싶다는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서정적인 음역대의 리릭 테너로서 바로크 오페라부터 ‘마술피리’나 ‘사랑의 묘약’ 같은 오페라 부파(가벼운 희극 오페라) 그리고 현대 오페라까지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오페라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오페라가 우리 삶의 한 부분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그리고 굳이 웅장하거나 화려한 형태가 아니어도 충분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응하는 존 노. 권현구 기자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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