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지·사교육 철퇴에 집값·거래량 뚝 떨어지는 중국
'학(學)세권'은 부동산 시장의 열기를 설명하는 핵심 변수 중 하나다. 건설사들은 분양 홍보 때 인근 초·중·고와의 접근성을 빼놓지 않는다. 교육열은 부동산 가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집값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학군지에 대한 수요는 마르지 않아 가격 방어가 탄탄할 것이란 기대도 많다.
◆학군지 3평짜리가 10억 육박…시진핑 "교육 공정성 문제"
실제로 학군지와 교육열, 집값의 상관관계는 중국에서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교육을 규제하자 집값이 폭락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명문 학교 근처의 집, 이른바 '쉐취팡(學區房)'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다뤄진다. 좋은 학교 근처에 집이 있으면 자녀를 그 학교에 입학시킬 수 있어 선호도가 높으며 가격도 몇 배 비싸다.
베이징에서는 몇 년 전 시청(西城)구의 후통(胡同·오래된 골목)에 있는 불과 11.4㎡(3평 남짓) 넓이의 낡은 집이 530만 위안(약 9억5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지난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직접 철퇴를 들었다. 그는 "교육의 공정성 문제다.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 "베이징에서도 이 문제는 두드러진다. 그래서 쉐취팡 가격이 많이 부풀려졌고 다들 좋은 학군으로 몰려든다"고 말했다.
쉐취팡 규제가 화두로 떠오르자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10개 넘는 도시가 관련 조치를 내놨다.
베이징시는 쉐취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정식으로 발표했다. 9월 신학기에 대규모의 교사 순환 근무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올해는 둥청구와 미윈구에서 시범 운영하고 이후 다른 6개 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교사의 이동으로 '우수 학교'나 '명문 학교'라는 개념이 흐려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선전시는 교육 불공평을 해결하기 위한 새 조례 초안을 발표했다. 이제까지는 한 아파트에서 특정 초등학교나 중학교 1곳으로만 진학했으나 앞으로는 학군 범위를 넓혀 한 아파트에서 2∼3개 학교를 지원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교사 순환 근무제도 도입된다.
중국 당국은 우등반 설치나 초등학교 저학년 지필시험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학교 교육 부담 경감책도 내놨다. AFP 통신은 "이번 조치는 중국의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학군지 거래량 50% 감소…가격은 5% 내려
이러한 조치들이 시행된 이후 집값은 하락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최근 광둥(廣東)성 선전(深?)의 명문 학군에서 시세보다 500만 위안(약 9억원) 이상 싼 가격에 나온 아파트가 유찰됐다.
선전의 중심인 푸톈(福田)구에 있는 116㎡의 이 아파트는 1969만 위안(약 35억원)에 경매에 나왔었다. 이 아파트는 주변에 외국어초등학교 등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학교가 있으며 동일 평형의 시세는 2500만∼3000만 위안으로 1㎡당 가격은 20만 위안(약 3600만원)이 넘는다.
도심 시청(西城)구의 일부 학군은 최근 한 달 사이 거래량이 50% 이상 감소했고 거래 가격은 3∼5% 내려갔다.
중관춘(中關村) 지역에서는 1㎡당 평균 가격이 새 정책 발표 전 17만∼18만 위안에서 14만∼15만 위안으로 떨어졌다.
학세권의 부동산 거래량도 줄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하이 부동산조사업체의 자료를 인용해 "중국의 학군 밀집 지역 7군데의 거래 건수가 올해 들어 7월까지 38% 감소했다"고 전했다. 주택 가격 상승세도 멈췄다고 덧붙였다.
다만 쉐취팡에 대한 선호가 완전히 뿌리뽑히고, 그에 따라 집값이 계속해서 하락할지는 불투명하다.
중국 학부모들은 대학 입학시험인 가오카오(高考)를 여전히 계층이동의 수단으로 보고 있으며, 대입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교육열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인구 6억 명의 월수입은 1000 위안(약 18만원)에 불과하지만, 중산층은 자녀의 최상위 학교 진학을 위해 1년에 10만 위안(약 1800만원) 정도를 기꺼이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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