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은 정말 다회용컵보다 깨끗할까?[에코노트]

박상은,김미진 2021. 9. 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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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코로나19로 텀블러 사용이 불가합니다’

팬데믹 이후 이런 문구를 써 붙인 카페들이 자주 보입니다. 행여라도 텀블러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묻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개인컵 사용을 금지한 것이죠. 공교롭게도 카페들의 일회용컵 사용 방침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매장 내 일회용컵 금지’ 정책이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왔습니다. 환경을 위한 작은 불편함에 조금 익숙해지나 했는데, 생각지 못한 장애물이 등장한 겁니다.

그런데 밖에서 항상 일회용 식기만 쓰는 건 아니죠. 식당에선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아 먹으니까요. 그래놓고 카페에선 일회용컵을 쓴다니,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근본적으로 일회용기는 정말 다회용기보다 깨끗하고 안전한 걸까요? [에코노트]가 다회용기에 대한 오해를 짚어봤습니다.

플라스틱에도 남는 바이러스… 위생수칙이 더 중요
언스플래시

코로나19 이후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난 건 물체 표면에 바이러스가 생존한다는 연구가 나오면서부터입니다. 지난해 3월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물체 표면에 3일까지 남아있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스테인리스스틸에서 최장 2일, 플라스틱에선 최장 3일이었죠.

바이러스의 개수도 스테인리스스틸에선 약 5시간 반이 지나야 절반으로 줄었고, 플라스틱에선 절반이 되는 데 7시간이 걸렸습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기나 다회용기의 감염 위험 차이가 아주 크진 않다는 겁니다.

게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휴지나 종이, 직물, 유리 등 다양한 물체에서 일정 시간 생존했습니다. 코로나19의 주요 감염 경로가 물건이 아니라 비말(침방울)이라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죠. 결국 공공장소에선 다회용품인지, 일회용품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본 위생수칙을 잘 지켜야 안전하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다회용기는 비누와 세제로 바이러스를 씻어내는 반면, 일회용기는 그대로 버려져서 환경미화원 등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더 크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공중보건 및 식품안전 분야의 전문가 115명이 지난해 6월 ‘코로나 시대에 다회용품 사용은 안전하다’는 성명을 낸 것도 이 때문입니다.

설거지 된 식당 그릇은 쓰면서… 컵만 일회용?

픽사베이

에코노트가 여러 환경단체와 전문가에게 물었을 때도 ‘식기 사용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될 우려는 아주 적다’거나 ‘다회용기가 정말 위험하다면 일반 식당에서도 일회용기를 써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일종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일회용품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분해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리고 재활용도 잘 안 되는 플라스틱의 현실을 고려하면 다회용기로 인한 오염과 일회용품으로 인한 오염은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상당수 커피전문점이 직원과 고객 감염을 우려해 일회용컵을 쓰고 있는데, 정말 그런 이유라면 다회용컵에 음료를 제공하고 손님이 텀블러에 옮겨가도록 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다만 이렇게 손님에게 안내해도 음료를 담아갈 때 흘리거나 문제가 생길까 봐 그냥 일회용컵에 받아가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스타벅스가 미국 내 매장에 공지한 재사용컵 사용 직원 가이드라인 영상. 직원의 손이 개인컵에 닿지 않도록 별도의 머그잔이나 용기에 개인컵을 받고, 그 상태로 음료를 담아 전달하도록 했다. 스타벅스 홈페이지 캡처

세계적인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지난 6월부터 미국 내 매장의 다회용컵 사용을 다시 허용했는데요. 업체가 공지한 가이드라인이 솔깃합니다.

① 손님이 뚜껑을 분리해 직원에게 텀블러를 건네고 ② 직원은 커다란 머그잔(혹은 크기에 맞는 다른 용기)에 텀블러를 받은 뒤 ③ 만들어진 음료를 텀블러에 따라주고 ④ 텀블러가 머그잔에 담긴 상태로 손님에게 내어주도록 한 거죠. 마지막에 손님이 머그잔에서 텀블러를 직접 꺼내 가져가면, 처음부터 끝까지 직원 손이 개인컵에 닿지 않게 됩니다. 이때 사용한 머그잔은 당연히 세척·살균해야 하고요.

다회용기 대여업체 T사의 일회용품 오염도(미생물) 실험영상. 유튜브 캡처

국내 다회용기 대여업체 T사는 다회용기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오염도(미생물) 실험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포장을 제거한 직후의 일회용컵의 오염도는 125RUL, 살균소독된 T사 다회용컵의 오염도는 19RUL에 불과했습니다. (식품 위생 안전 기준은 200RUL인데, 휴대전화는 6682RUL가 나왔습니다)

내년부터는 커피점이나 제과점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의무화됩니다. 식품접객업 매장 안에선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도 금지되죠.

플라스틱 빨대의 대안으로 종이 빨대가 등장했지만, 환경 전문가들은 종이 빨대도 결국 ‘일회용품’이라는 점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크기도 작고, 젖은 상태로 버려져서 재활용이 힘들거든요. 종이 빨대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플라스틱 빨대로 인한 배출량과 비슷하거나 훨씬 크다는 연구도 계속 나오고 있고요.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위드(with)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이 단어 속에 일회용품과 멀어지고 다회용기에 익숙해진 우리의 모습도 담겨있길 바라봅니다. 그토록 되찾고 싶었던 평범한 일상들, 앞으로도 오래오래 누려야 하니까요.

‘환경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매일 들어도 헷갈리는 환경 이슈, 지구를 지키는 착한 소비 노하우를 [에코노트]에서 풀어드립니다. 환경과 관련된 생활 속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박상은 기자 김미진 인턴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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