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56)] 13년차 배우 남궁민희, 단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는 초심

박정선 2021. 9. 1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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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사랑했어요' 10월 30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주)호박덩쿨

많은 배우들이 입버릇처럼 ‘초심’을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처음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스’ ‘위키드’ ‘귀환’ ‘아이언마스크’ 등 굵직한 작품들에 연이어 참여하면서 내공을 쌓아온 뮤지컬 배우 남궁민희는 여전히 ‘초심’을 잃지 않는 보기 드문 배우다.


무려 13년 동안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 무대에 대한 그의 마음은 한결 같았다. 남궁민희의 이런 마음가짐은 무대에 대한 존중에서 비롯된다. 그가 맡은 역할이 크든 작든, 그 크기와 무관하게 그는 모든 공연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그날의 에너지를 모두 공연장에 쏟고 나온다. 이는 13년간 뮤지컬 관계자들이 꾸준히 남궁민희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무용을 전공하시다가 뮤지컬 배우로서 무대에 오르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사실 어릴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꿈은 가수였어요. 보아 언니처럼 되고 싶었거든요(웃음). 대학 다닐 때 미술작가님의 전시회에서 무용 안무를 짜고 춤을 춘 적이 있었는데 한 연극 연출님께서 인상 깊게 보시곤 당시 하고 있는 연극 안무를 저에게 맡겨주셨어요. 그런데 전 ‘안무보다 배우가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그 때를 계기로 연극 무대에 오르게 됐는데, 연기도 좋지만 노래도, 춤도 하고 싶어다로요. 당시 같이 공연하는 오빠가 오디션 공고 사이트를 알려줬고, 첫 오디션을 봤는데 딱 붙어버렸어요. 그걸 계기로 지금까지 하게 됐네요.


-오랫동안 해온 전공을 한순간에 바꾼다는 게 쉬운 결정을 아닐 것 같은데요.


오히려 저한테는 쉬운 선택이었어요. 워낙 어렸을 때부터 춤, 노래, 연기를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무용을 하면서 점점 염증을 느끼고 재미가 없어지는 시기가 있었어요. 무용 공연을 보는데도 재미가 없더라고요. 슬프게도 ‘내가 저걸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뮤지컬은 춤, 노래, 연기를 다 할 수 있잖아요.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무대에 오른지는 벌써 13년이나 됐네요?


벌써 그렇게 됐나요? 하긴, 이제 어린 후배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제가 어떤 그룹의 맏언니일 때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더라고요. 하하. 13년 전과 지금, 저에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전엔 저 자신을 먼저 생각했다면, 이젠 남도 챙길 줄 아는 마음이 생겼다는 거예요. 같이 공연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많이 배웠거든요.


ⓒ(주)호박덩쿨

-현재는 뮤지컬 ‘사랑했어요’에 참여하고 계시죠.


네, 부산에서 ‘위키드’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예전에 같이 공연했던 동생의 연락을 받고 추천으로 이번 ‘사랑했어요’에 참여하게 됐어요. ‘위키드’ 공연과 ‘사랑했어요’ 연습이 일주일이 겹쳤는데, 양해해주셔서 공연을 끝내자마자 서울로 올라와서 다음날 바로 연습에 합류했죠.


-‘사랑했어요’에는 조장혁, 고유진, 홍경인, 세븐 등 반가운 얼굴도 많은데요. 1987년생인 남궁민희 배우의 어린 시절 추억의 가수들이기도 하죠.


맞아요. 제 추억 속에 있는 가수 분들과 함께해서 너무너무 신기하고 좋았어요. 그 동안 작품들을 하면서 배우분들과 가수분들이 계셨지만 조장혁, 고유진, 홍경인 선배님들을 뮤지컬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잖아요.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세븐 오빠는 ‘도그파이트’ 이후 3년 만에 다시 만나서 너무 반가웠고요. 지금도 공연할 때 선배님들 음악을 소대에서 감상하고 있어요. 너무 잘 부르시더라고요, 정말!


-남궁민희 배우가 맡은 역할들도 소개해주세요.


비엔나 카페에 손님, 한국 거리의 행인, 북한시민, 방송국 직원 등이 있는데요. 비엔나가 배경일 때에는 과거 이준혁의 버스킹 장면을 구경하거나 주연배우들에게 생기를 더 불어넣어주는, 그리고 밝은 에너지를 실어주는 역할을 해요. 반면에 한국이나 북한이 배경일 땐 현재 이준혁의 버스킹을 구경하거나 지나가는 행인을 연기하는데 이 땐 더 정적이고 무게감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방송국 직원은 최대한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하는 편이에요. 2막 때 방송국 직원으로 내뱉는 대사 한마디가 있는데 친절하고 자연스럽게 소화하려고 노력했답니다. 하하.


-여러 캐릭터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도 있나요?


네! 중간 중간에 제 솔로 파트들이 있는데 ‘비 오는 날 수채화’에서 ‘은주의 자아’ 그리고 2막 끝부분 ‘사랑할 수 없어’에서 기철을 저승으로 안내하는, 쉽게 표현하자면 저승사자라고 생각할 수 있고요. 여기에서 ‘기철의 자아’를 표현할 때의 역할이 제일 애착이 가요. 그들의 상태와 감정을 저는 춤과 연기로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것, 제가 또 다른 역할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 매력있더라고요.


-다음 시즌이 제작되고, 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으세요?


‘나영남’ 역할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여자 간첩으로요(웃음). ‘골목길’ 안무가 너무 매력적이라 해보고 싶었거든요. 아! 그래도 지금 캐릭터가 더 좋습니다. 하하.


-앙상블 배우로서의 고충도 있나요?


앙상블은 사전적 의미로 ‘조화를 이루다’라고 알고 있어요. 말 그대로 극중에서 조화를 이루면서 활력을 넣어주고 극을 풍성하게 해주는 역할인 것 같아요. 저는 공연을 볼 때 앙상블들이 잘하거나 많이 나오면 그 공연이 더 재밌더라고요. 물론 쉬는 날 하루 빼고는 매번 무대에 올라가야 하다 보니까 개인적인 사정, 스케줄이 힘들고 무엇보다 체력적인 컨디션 조절하는 건 쉽지 않지만요. 그럼에도 앙상블에 대한 칭찬을 들으면 정말 보람을 크게 느껴요. ‘우리가 잘 해내고 있구나’ ‘무대에서 빛나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힘을 내게 됩니다.


-‘사랑했어요’의 매력 포인트는?


고(故) 김현식 님의 명곡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죠.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맞춰지는 배우들의 화음, 그리고 항상 열심히 하는 저희 앙상블들의 춤과 노래까지. 정말 환상적이에요!


ⓒ(주)호박덩쿨

-‘사랑했어요’를 비롯해 그동안 ‘그리스’ ‘위키드’ ‘아이언마스크’ ‘킹아더’ ‘귀환’ 등 많은 작품에 참여하셨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나요?


음, 하나만 얘기해야 하나요? 하하. 꼭 한 가지를 꼽아야 한다면 ‘그리스’요. 당시 ‘그리스’에선 스윙으로 참여했어요. 제가 출연하던 시즌에는 앙상블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연출님께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쟌’ 역할로 두 달 동안 더블로 무대에 올라갔어요. 대사도 많고 같이 호흡하는 씬이 많아서 매번 긴장했던 것 같아요. 안 그런 척 했지만요. 하하. 그러다 진짜 여유가 생기기도 했고요.


-앞으로 꼭 출연하고 싶은 작품, 또 맡고 싶은 역할은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앙상블이요. 노래도 너무 좋고 처음 시작할 때 들리는 그 기타 소리의 잔율이 너무 좋아요. 스토리도 좋고 안무도 좋아요. 또 초연 때 함께 했던 ‘금강1894’도 다시 하고 싶어요. 동학농민운동에 대한 내용인데 런을 돌 때마다 모든 배우들이 눈물 콧물범벅이 돼서 서로를 보면 애잔해요. 마음이 아리고 그 희노애락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요.


제가 하면서도 희열을 느꼈던 작품도 있는데, ‘그림자를 판 사나이’에요.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놀랍고, 무대 위의 내가 정말 멋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작품이에요. 마지막으로 ‘위키드’요! 말할 것도 없이 너무 잘 만들어진 작품이죠. 재연, 삼연을 했지만 할 때마다 소름이 돋아요. 음악은 물론 무대, 의상, 연출까지 뭐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벽한 작품이에요. 특히 에메랄드 시티에 곰방대를 들고 나오는 요염한 그 캐릭터 너무 사랑합니다.


-출연했던 작품들에 대한 애정이 정말 큰 것 같네요.


네, 진부한 말일수도 있겠지만 전 무대에 설 수 있음에 늘 감사하고,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공연에 임하자는 신념을 가지고 있거든요. 정말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매번 최선을 다해서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편이에요. 그런 에너지를 내기 위해서 꾸준히 체력을 유지하려고 운동도 하고 있고요. 사실 아직도 ‘좋은 배우’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지금도 찾아가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남궁민희 배우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최종 목표라는 건 없어요. ‘뭐가 되겠다’ ‘어떻게 되겠다’고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잖아요. 항상 주어진 작품과 역할에 에너지를 쓰고, 최선을 다하는 것. 최종 목표는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도 힘이 닿을 때까지 무대에 서고 싶은 게 목표라면 목표일 수 있겠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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