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주역' 김연경과 동료들이 털어놓은 올림픽 뒷이야기
[유준상 기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오상욱에 이어 또 한 명의 올림픽 스타가 <나혼자산다>를 방문했다. 중국 출국 이전까지 휴식과 방송 촬영 등을 위해 국내에 머무를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던 김연경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김연경은 코트를 함께 누볐던 김수지, 양효진, 김희진 세 명의 선수와 함께 충북 제천으로 캠핑을 떠났다. 김연경의 지각으로 만나는 것부터 쉬운 일이 하나 없었고, 힘겹게 도착한 캠핑장에서는 텐트를 완전히 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진땀을 빼야 했다.
▲ 지난 10일에 방영된 MBC <나혼자산다> 김연경 편 |
ⓒ MBC |
한일전에 대한 부담감... 흥미진진했던 올림픽 뒷이야기
음식을 곁들인 이들의 대화 주제는 역시나 도쿄올림픽이었다. 무관중 개회식에 이어 자연스럽게 브라질전 이야기가 나오자 김연경은 "우리가 준비를 잘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력은 다른 국가보다 좋지 않을 수 있어도 나쁘지 않다는 느낌이었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 당시 선수들에게 전했던 김연경의 메시지는 오륜기를 보지말고 편안하게 경기를 하자는 것이었고, 그러면서 2세트부터 조금씩 좋은 모습이 나왔다고 첫 경기를 돌아봤다.
완벽하지 않은 몸상태에서 버텨야만 했던 선수들, 특히 수 년간 대표팀에서 김연경과 호흡을 김희진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스튜디오서 VCR을 지켜보던 김연경은 "국내 리그에 있는 모든 팀들의 경우 대표팀에서 김희진이 맡는 (라이트) 포지션을 대부분 외국인 선수들이 담당하기 때문에 국내 선수들은 잘 소화하지 못한다"고 안타까운 대표팀의 현실을 꼬집었다.
이번 대회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김연경, 김수지, 양효진 세 선수는 한일전에 대한 압박감이 심했다면서 솔직한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연경은 "경기 전 엔드라인에 마주 서서 일본 선수들을 볼 때면 중압감이 있다고 느껴지는데, 이것도 이제 마지막이라는 게 경기 전에 느껴졌다. 이런 생각을 하고 한일전에 임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다른 선수들도 그런 부담감이 있다면서 공감했고, 양효진은 "옛날에 한일전 때 같이 방 쓸 때는 더 난리가 났다"면서 한일전에서 진 이후 김연경이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 김연경은 "다른 팀에게 지는 것은 그래도 괜찮은데, 일본전은 지면 타격이 좀 컸다. 일본전을 지면 그 이후 계속 여파가 몇 경기 동안 이어졌다"고 밝혔다.
모든 선수들에게 무겁게 다가오는 한일전의 중압감을 도쿄올림픽서 극복했지만, 경기 이후 대기실로 들어온 김연경은 "일본전은 끝났고 그때 그 기분에서 나와야 한다"는 메시지를 선수단에 던졌다. 누구보다 국제대회를 많이 경험했기에 승리의 기쁨을 뒤로하고 평정심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지난 10일에 방영된 MBC <나혼자산다> 김연경 편 |
ⓒ MBC |
'사령탑' 라바리니에 대한 고마움
이번 올림픽에서 선수들 만큼이나 주목 받았던 인물, 대표팀을 진두지휘했던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었다. 우리나라 배구 대표팀의 첫 외국인 감독이자 비선수 출신 감독이라는 특이한 커리어로 주목을 받았고, 올림픽을 통해 배구팬들뿐만 아니라 올림픽 경기를 시청한 국민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특히 네 선수가 라바리니 감독에 대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입을 모은 순간은 브라질과의 4강전이 끝난 이후였다. 라바리니 감독은 버스에 탑승한 선수단을 향해 "너희는 지금 슬퍼할 필요가 없다. 이미 너희는 코트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너희는 지금 얼마나 위대한 일을 했는지 모를거다. 만약 시간이 지나 한국에 돌아가면 너희가 해낸 일이 실감날 것이다"고 전했다. 브라질전 완패로 허탈감을 느낄 수 있었던 선수들에게 4강 진출이라는 성과에 자부심을 가지라고 독려한 것이다.
세르비아와 동메달 결정전이 성사됐을 때 라바리니 감독이 꺼낸 이야기도 선수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당시 라바리니 감독은 "포지션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봤을 때 우리가 이기기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했다. (울먹이면서) 한국에 동메달을 안겨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최종 순위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현실적인 부분을 선수단에 그대로 전한 점이 인상적이었고, 선수들은 후회없이 세르비아전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김연경을 포함한 선수들은 라바리니 감독과의 마지막 순간을 잊지 못했고, 동메달 결정전이 끝난 이후의 순간이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다. 네 선수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가장 이상적인 대회였고, 올림픽 덕분에 배구에 대한 관심도 상승했다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야기꽃을 피우던 도중 김연경은 예정에 없었던 전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신호음만 계속 이어지면서 끝내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예고편에서 영상 통화로 깜짝 등장한 라바리니 감독은 잠시나마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한국 팬들에게 근황을 전하는 라바리니 감독의 모습은 오는 17일 방송분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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