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번이에요" 한마디면 뜬다..'안락사 0건' 만든 그녀 [개st하우스]
안락사 앞두고 울상 짓던 비글 대변신
“안락사가 임박하면 동물보호소에서 연락이 옵니다. ‘이 아이들이 순번이다’라고요. 저는 그 아이들을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모두 안전한 위탁보호소로 데려갑니다. 선택적 구조는 하지 않아요. 병든 아이는 다른 봉사자들과 돈을 모아서 치료해주죠. 그렇게 3년 동안 구조해서 국내외로 입양 혹은 임시보호(임보) 보낸 동물이 600마리 정도 됩니다.”
경기 북부의 소도시에서는 남쪽 도시보다 4~5배나 많은 유기동물 안락사가 집행됩니다. 북부 포천시(71%), 연천군(69%), 양주시(56%)의 안락사율은 남부인 안산시(13%), 수원시(3%)보다 월등하게 높죠. 서울에서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인구수는 4만~22만명에 불과해 입양이나 임시보호를 원하는 시민들이 부족한 형편입니다.
하지만 올해 안락사 0건을 기록한 곳이 있으니 경기 가평군입니다. 경기권에서 ‘안락사 제로’를 기록한 곳은 가평군이 유일합니다. 가평군 보호소에 연평균 300마리의 유기견이 입소하는 상황에서 이룬 놀라운 성과입니다.
취재 결과 한 시민 봉사자의 헌신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 구조자 송은정씨와 입양 준비를 마친 4살 비글 모티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은정씨는 작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평범한 자영업자입니다. 4년 전 우연히 집 근처에서 유기견을 구조했고, 그 과정에서 유기동물 보호소의 비참한 현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은정씨는 “가평군의 유기견은 대개 진돗개 혹은 믹스견이라 임보처나 입양처를 찾기 어려웠다”면서 “게다가 80% 정도는 심장사상충에 감염돼 안락사 명단에 오르는 상황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은정씨는 1주일에 두 차례 가평군 보호소를 방문합니다. 대략 30마리 정도인 입소 유기견의 건강을 파악하고 입양 및 임보 홍보에 게시할 사진 촬영을 사실상 전담합니다. 특히 안락사 순번이 돌아오거나 생명이 위급한 동물은 은정씨가 직접 민간 동물병원으로 데려갑니다. 이렇게 지난 3년간 은정씨가 동료 봉사자들과 구조한 유기동물의 숫자는 600마리가 넘습니다. 은정씨가 개인적으로 동물 치료비로 쓴 돈도 9000만원이 넘지요. 동료 봉사자들이 보탠 비용을 제외한 액수가 그 정도입니다.
정부 보호소는 동물의 치료 및 입양 홍보를 감당할 인력과 재정이 부족합니다. 신고된 동물을 구조한 뒤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한 장의 프로필 사진과 정보를 등록하고 공고기간 동안 사료를 챙겨주는 것이 고작입니다. 은정씨는 “병든 동물을 입양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정부 차원의 치료 및 입양홍보 투자가 절실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은정씨의 인스타그램에는 구조 전후로 몰라보게 밝아진 동물들의 표정이 담겨 있습니다. 울상을 짓던 유기견들은 구조자 그리고 임시보호자의 손길을 타면서 조금씩 미소를 되찾습니다. 지난 3월 은정씨가 구조한 4살 비글, 모티도 그랬지요.
모티는 가평의 어느 펜션 마을에서 쇠사슬을 목에 맨 채 떠돌다 구조됐어요. 치명적인 심장사상충과 코로나 장염에 걸린 상태라서 홍보사진 촬영 날에도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죠.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표정의 비글에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고 그렇게 한 달이 흐릅니다.
지난 4월 초 마침내 연락이 왔습니다. 우울한 비글을 웃게 해주고 싶다는 임시보호자가 나타난 겁니다. 심장사상충 치료와 돌봄을 병행하는 어려운 임시보호였지만 다행히 안락한 가정에서 지내게 됐어요.
이후 모티는 모든 질병에서 완치되었고, 사람과의 애착도 빠르게 형성했답니다. 나아가 실내 배변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사람이 먹는 음식에 대한 인내심도 배웠습니다.
지난 6일 국민일보는 경기 수원시의 아파트에서 임시보호 중인 모티를 만났어요. 취재진의 부탁에 ‘손, 앉아, 기다려, 빵야’ 등 개인기를 보여준 뒤 간식 먹고 싶냐는 물음에 우렁차게 “멍!” 대답했답니다.
모티는 인내심이 뛰어난 친구였어요. 먹을 것을 향해 달려들거나 산책 줄에 흥분하는 모습이 전혀 없었죠. 임보자인 이나은씨는 “5개월 전에는 식탁 위를 헤집곤 했는데, 반복된 교육으로 교정했다”고 하네요. 횡단보도 앞에서는 멈춘 뒤 초록불이 들어오자 나아가는 의젓한 모습도 보여주었죠.
비글을 말썽이 심한 ‘악마견’이라고들 하지만 이는 오해입니다. 비글은 본래 사냥을 돕는 수렵견 출신으로 뛰어난 두뇌와 체력을 자랑하거든요. 하루 2차례 이상 충분한 산책과 놀이를 제공한다면 실내에서도 얌전히 지낼 수 있답니다.
귀여운 해프닝도 있었어요. 산책을 즐기던 모티가 갑자기 잔디밭에 몸을 비볐는데 글쎄, 그곳에는 다른 동물의 배설물이 있었습니다. 다른 동물의 배설물로 자신의 체취를 감추는 사냥개의 본능을 발휘한 것이죠. “너 목욕해야겠다.” 울상이 된 보호자 마음도 모르고 모티는 해맑게 웃었어요.
유기동물을 구하는 건 그 동물에게 온 세상을 선물하는 일입니다. 비글 모티는 이제 미소를 되찾고, 평생 가족을 만날 준비를 마쳤어요. 모티의 가족이 되어줄 분을 찾습니다. 관심 있는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모티, 4살 수컷(중성화O)
-13㎏, 종합접종 완료
-사람에게 먼저 다가오는 편이지만 과하게 다가오는 사람은 부담스러워함
-어린이, 고양이, 다른 견공과 교감 우수함.
-실내배변 우수, 음식/산책 앞두고 인내심 뛰어남
-급하게 먹다 체하는 일이 있어, 하루 5차례 소량 급식.
*입양에 관심있는 분은 아래 링크를 작성해주세요
-https://url.kr/cyzdug
이성훈 기자 김채연 인턴PD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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