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압수수색한 공수처, 의원실서 '조국' '미애' 검색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0일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사건과 관련해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을 압수수색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를 막아서며 대치하는 상황이 11시간여 이어졌다.
공수처 수사3부(최석규 부장검사) 소속 수사관들이 국회 의원회관 329호 김웅 의원 사무실에 도착한 건 이날 오전 10시 10분이었다. 수사관들은 김 의원과 보좌진의 컴퓨터(PC) 등을 뒤지기 시작했고, 갑작스러운 영장 집행에 동료 의원들과 취재진이 몰리며 329호 안팎은 갑자기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문제는 사무실에 김웅 의원이 없었다는 점이다. 공수처가 서울 송파구의 김 의원 자택도 압수수색을 하는 바람에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김 의원이 뒤늦게 사무실 소식을 알게 된 것이다. 그 사이 김기현 원내대표와 김도읍 정책위의장 등 원내 지도부와 이준석 대표가 현장을 찾았다. 판사 출신인 김 원내대표와 전주혜 원내대변인 등은 보좌진 PC에 대한 압수수색의 적법성을 문제삼으며 “과잉 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수사관들도 결국 영장 집행을 멈췄다고 한다.
김웅 “완전한 불법 압수수색…자료 훔쳐가기 위한 모략극”
두 시간여가 지난 이날 오후 12시 20분에야 김 의원이 국회 사무실에 도착했고, 김 의원이 도착 뒤에는 양측의 신경전이 더 달아올랐다.
김 의원은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적법하게 압수수색 영장이 제시 안 된 상태에서 ‘김웅에게 허락받았다’고 말하고 압수수색이 시작됐다”며 “압수수색 목적물이 뭔지, 범죄사실이 뭔지 말을 안 한 상태에서 내 PC와 압수물 대상도 아닌 보좌관 PC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해서 자료 추출하기 직전까지 갔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원회관 압수수색은 완전한 불법 압수수색이고, 사실상 야당 정치인이 작성한 자료를 훔쳐가기 위한 모략극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의원은 수사관들이 PC에서 이번 사건과 무관한 키워드를 검색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키워드를 검색하려면 ‘최강욱’ ‘김건희’ 등으로 한정해서 해야 하는데, 검색된 키워드가 ‘조국’ ‘(정)경심’ ‘(추)미애’ ‘(김)오수’ 등이었다”며 “이런 내용이 영장의 범죄 사실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걸 국민이 더 정확히 알 거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고는 “공수처의 전광석화 같은, 불법적인 절차가 동원된 압수수색의 목적이 무엇인지 국민 여러분이 판단해달라”며 “대한민국이 쌓아온 적법 절차를 무너뜨린 공수처장은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공수처 검사들은 수사 경험이 없는 분들”이라며 “오늘(10일) 목도한 것은 정말 아마추어적인, 수사의 ABC도 모르는 공수처의 민낯”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공수처의 압수수색이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진욱 공수처장과 압수수색 참여 검사와 수사관 등 모두 6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불법 압수수색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또한 이번 사건과 관련한 발언을 해온 박범계 법무부 장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선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국민의힘의 반발에 공수처도 반박에 나섰다.
공수처는 취재진에게 보낸 ‘공수처 압수수색 제지에 대한 입장’이란 글을 통해 “수사팀은 서울중앙지법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의원실 비서진에게 제시하고 협력 의사를 확인한 뒤 절차를 진행하려 했으나 의원실을 찾아온 일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김 의원 등의 제지로 합법적이고도 정당한 수사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수처 “적법 수사 제지해 비좁은 탕비실 장기간 대기…엄연한 불법”
이어 “이 바람에 수사팀은 좁은 탕비실에서 장시간 대기하며 김 의원 측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사기관의 적법한 수사 행위를 다수의 힘으로 제지하고 방해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 행위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고는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긴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낱낱이 규명할 수 있도록 압수수색에 적극 협조하여 주실 것을 요구하고 기대한다”고도 덧붙였다.
공수처 수사관들은 결국 이날 오후 9시 20분쯤 압수수색 시도를 중단하고 국회를 떠났다. 329호에 진입한 지 11시간여 만이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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