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13분전 경력 오려붙여서..연대 대학원 합격한 조국 아들

이수정 2021. 9. 1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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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ON] 조국 부부 2라운드 ⑱
'자녀 입시비리·감찰무마'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개의 입학 원서가 있습니다. 2018년 전기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에 제출된 입학 원서입니다. 한 원서에는 경력란이 비어 있어서 빈칸으로만 남겨져 있습니다. 반면 다른 원서에는 경력을 쓸 수 있는 6개 줄이 가득 차서 마지막 7번째 경력은 경력란이 아닌 곳까지 넘겨 쓴 상태입니다. 같은 날 제출된 같은 사람의 입학원서인데, 어떻게 이런 차이가 생긴 걸까요. 중앙일보 法ON에서 법정에 펼쳐진 '두 개의 원서' 내막을 전해드립니다.

이 원서는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부장 마성영ㆍ김상연ㆍ장용범) 심리로 열린 조국(56) 전 법무부장관과 정경심(59) 전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 비리 관련 재판에 나온 아들 조 모 씨 입학원서입니다. 두 원서가 제출된 시차는 불과 3시간 정도입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가 아들 대학원 입시에 허위 경력을 기재하고 증빙서류를 첨부해 수정된 원서를 제출하는 데 함께 가담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오려 붙인 ‘경력사항’ 원서는 어떻게 제출됐나


조 전 장관의 아들 조모씨는 2017년 후기 및 2018년 전기에 연대 대학원 입학시험에 응시합니다. 2017년 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조씨는 2018년 전기 입학시험에 다시 응시합니다. 당시 입학 원서 접수 마감 시한은 2017년 11월 3일 오후 4시 30분.

검찰이 재구성한 원서 마감 당일 상황은 이렇습니다. 조씨는 오후 1시 20분께 원서접수를 완료합니다. 당시 모집 요강 등에는 온라인으로 서류를 접수하고 응시료를 결제하면 응시는 완료된 것으로, 완료 후 수정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응시료 결제 시각이 1시 20분께이니 이때 접수가 완료된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나 봅니다. 조씨는 오후 4시 11분쯤 학교 측에 수정된 원서와 관련 증빙서류를 첨부한 이메일을 보냅니다. “원서 수정 기회를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수정된 내용은 경력사항입니다”라는 메시지도 함께 보냈습니다. 그리고 약 6분 뒤 조 전 장관 부부는 이런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습니다.

「 정경심: 이제야 제출완료ㅜㅜ(4시 17분)

꾸기(조국):수고 했습니다!!(4시18분)

정경심: 이거에서 이거로(경력 사항이 다른 원서 사진) 저기 칸에 맞춰서 만들고 붙이고 컬러사진 출력해서 또 붙이고 스캔하고 드림디포 왔다갔다ㅜㅜ
조○ 이놈!!(4시22분)

이 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연대 교학팀 관계자는 “입학 서류 제출 완료 후 수정을 원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받아준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경력란을 직접 종이로 오려 붙인 걸 집어 넣는 건 처음 봤다”고 했습니다.


핵심은 ‘허위경력’ 여부…재판부 "피고인, 구체적으로 다투라"


사실 수정된 원서가 제출된 것은 당초 입학 모집 요강에 적힌 내용과 달라서 ‘불공정’해 보일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위법한 사항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수정된 원서를 연세대 측이 받아 접수해준 것은 사실이니까요. 문제는 이때 경력란에 추가한 경력이 허위였는지, 그래서 그 허위 경력을 기반으로 조씨를 심사한 연대 교수들의 입학 사정 업무가 방해되었는지 여부입니다. 10일 재판부는 이날 증인신문에서 이 점이 제대로 다퉈지고 있는지에 대해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 측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부인하는지는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연세대 업무방해 공소사실 관련 피고인 측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실을 다투는 거냐”며 “부인한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할 거면 도대체 무엇을 부인하는지 명백히 해야 재판을 할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재판부의 이어진 질문에 변호인은 “연세대에 수정해 제출된 지원서가 실제 입시에는 전혀 활용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라고 답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연세대를 직접 압수수색한 검사에 따르면 ‘텅 빈 경력 원서’(원래 원서)와 ‘꽉 찬 경력 원서’(수정된 원서)가 둘 다 연세대에서 압수됐습니다. 원래 원서는 교학팀에, 수정된 원서는 정외과 합격자 서류철에 보관돼 있었다고 합니다. 조 전 장관 변호인은 연대에서 발견된 원서가 두 가지 종류이므로, 반드시 허위경력이 기재된 수정된 원서가 실제 입학 사정 업무에 사용됐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펴는 겁니다.


조국 측, “아들, 부당 탈락한 것 아니냐”


이와 더불어 조 전 장관 측은 오히려 2017년 입시에서 조씨가 부당하게 탈락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습니다. 조씨가 탈락한 2017년도 입시 당시 연대 교수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예비 5번(조씨를 의미)은 합격시키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대화 내용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메시지의 당사자가 오후 재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연대 조모 교수는 “당시 면접을 본 교수가 예비 5번 학생의 자질이 부족해 보인다는 취지의 말을 해서 협의 하에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계속된 교수의 설명에도 변호인 측이 “일부러 떨어뜨린 것 아니냐”는 뉘앙스의 질문을 이어가자 결국 증인이 언성을 높였습니다. 증인은 “오히려 (민정수석 아들이면) 합격시켰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며 질문이 부적절함을 지적한 겁니다. 조 교수는 증인신문을 마치면서도 발언을 자처해 “이 사건으로 양심과 전문성에 기초해 운영해온 학교의 명예가 실추됐다고 느낀다”며 “재판 결과로 명예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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