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고발사주 사실이면 사퇴하나" 尹 "가정해 묻지말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를 대상으로 진행된 10일 ‘국민 시그널’ 2일 차 면접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진땀을 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박선영 전 의원, 김준일 뉴스톱 대표 등 3명의 면접관은 ‘고발 사주’ 및 배우자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 잇따른 실언 논란 등 윤 전 총장의 급소를 노린 질문을 퍼부었다. 환하게 웃으며 등장한 윤 전 총장은 22분간 진행된 면접 동안 때론 목소리를 높여가며 면접관들과 공방을 벌였다.
"후보 사퇴? 가정해서 답변하는 건 안 맞다"
윤 전 총장은 고발장 초안을 손준성 검사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고발 사주를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연루 가능성을 강하게 반박했다.
▶김준일=“고발 사주를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당시 검찰총장으로서 관리책임은 있는 것 아니냐.”
▶윤석열=“총장으로서 살피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사과할 수 있다. 다만 진행 중인 사건이니까 빠르게 조사해 달라.”
▶진중권=“만약에 후보가 지시한 정황이나 증거가 나오면 사퇴할 건가.”
▶윤석열=“아니 (지시를) 안 했는데, 그걸 가정적으로 해서 답변하는 것 자체가 안 맞다.”
윤 전 총장은 아내 김건희씨에 대한 검찰의 주가조작 관련 의혹 수사를 “적법수사라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찍어내기 또는 죽이기로 보느냐”는 질문엔 “후자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은 “제가 수사를 수십 년 했지만, 이런 정도 사안으로 1년 6개월씩 특수부를 동원해 하는 적은 없다. 이례적이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잇따른 실언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향신문 출신인 김 대표는 “제가 메이저 언론 출신이긴 한데, 지금은 인터넷 매체에 있다. 신뢰하지 않는 매체여서 질문하는 데 불만 없나”라고 물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저도 기관장 할 때 메이저나 인터넷 매체나 다 공평하게 다뤘다”며 “그런 규모가 작은 인터넷 매체를 공작에 동원하지 말라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윤 전 총장의 ‘주 120시간’ 발언을 문제 삼았다. “고용은 절대 자유계약이 될 수 없는 현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윤 전 총장은 “충분히 알고 있다”며 “스타트업 기업인 모임에 나갔더니 그 얘기를 하더라. 화이트칼라 전문직에 대한 이야기를 한 건데 언론에 나온 것을 보니 무슨 아우슈비츠 이야기도 하면서, 무슨 육체노동자나 근로자 전반에 대해서 한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밀고의 아이콘” 지적에 元 “죄송하게 생각”
‘국민 시그널’ 2일 차 면접엔 전체 12명의 예비후보 가운데 박진, 안상수, 원희룡, 윤석열, 하태경, 황교안 후보(가나다순) 등 6명이 참석했다. 나머지 6명의 예비후보는 전날 면접을 마쳤다.
면접관들은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 대해 이른바 ‘폭로정치’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앞서 원 전 지사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밀고의 아이콘이 됐다.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이냐 하는 이미지가 생겼다”는 김 대표의 질문에 원 전 지사는 “정치를 하다 보면 별별 일이 다 생긴다. 이번엔 선관위 구성 전, 후보자들 간의 공정 경선에 대한 민감한 문제였다”며 “그 점에 대해선 죄송하게 생각한다. 막가는 정치하는 사람은 아니다. 앞으론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와 면접관들은 황 전 대표가 주장하는 지난해 총선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집중 공방을 벌였다. “총선에 불복하느냐” “총선을 다시 치를 거냐”는 질문에 황 전 대표는 “지난해 4ㆍ15 총선은 전면 무효라 생각한다. 그 이후 절차는 정치권에서 다뤄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경선, 2차 컷오프까지 TV토론 6번=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하는 다음 달 8일 2차 예비경선 컷오프 때까지 모두 6차례의 후보 간 TV토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1차 컷오프를 통과한 8명의 예비후보가 토론 대상이다. 첫 토론회는 오는 16일 열린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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