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있는 예수마을' 은퇴 선교사들과 제2 인생 열어간다

황인호 2021. 9. 1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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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노인복지주택의 새 모델 가평 생명의빛홈타운 11월 입주
경기도 가평 설악면에 위치한 생명의빛홈타운 단지 내 조성된 겟세마네 동산. 24개 언어로 된 기도문 벽화와 큐브 모양의 기도실이 길을 따라 이어져 있다. 가평=신석현 인턴기자


밀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노인복지주택 생명의빛홈타운은 여느 실버타운과는 느낌이 달랐다. 만 60세 이상의 노인을 위한 공간이지만 전혀 정적이지 않았다. 노인만의 공간이라는 폐쇄적인 느낌도 덜했다. 이런 단지마다 흔히 있는 출입문 차단기 같은 건 없었다. 대신 입구에 ‘생명의빛예수마을’이라고 쓰인 커다란 바위가 오는 이를 반겼다. 지난달 17일 이곳에서 만난 하룡 생명의빛예수마을 담임목사는 “흔히 실버타운이라고 하면 정적인 걸 생각하는데 이곳은 오히려 동적인 곳”이라며 “쇠락하는 마을이 아닌 생명력이 있는 마을”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책상엔 주변 지역을 탐방하고 쓴 보고서로 가득했다. 입주민을 위한 프로그램 아이디어도 곳곳에 붙어있었다. 하 목사는 “은퇴한 분들 대부분의 얘길 들어보면 잊혀진 존재가 되는 걸 싫어한다. 뭔가 계속 하길 원하고, 소속감을 느끼길 원한다”며 “그런 점에서 그분들에게 생명의빛홈타운이 통로가 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애초 생명의빛홈타운은 은퇴 선교사들의 주거지 마련이 목적이었다. 선교사들이 은퇴 후 갈 곳 없이 떠도는 모습에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경기도 가평 설악면 봉미산 자락에 32만2800㎡(약 11만6000평)를 매입했고, 이곳에 1만9427㎡(약 5886평) 규모로 생명의빛홈타운을 지었다. 준공 허가 등을 이유로 중간에 은퇴 선교사를 포함한 노인으로 대상이 확대됐지만, 생명의빛홈타운 프로젝트는 지난 5년간 별다른 탈 없이 진척돼 왔다.

생명의빛예배당 내부 모습. 가평=신석현 인턴기자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고민이 생겼다. 주거지는 마련됐는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하 목사는 “거처는 마련됐는데, 은퇴 선교사님들이 너무 무료하지 않을까 걱정됐다”고 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또 문제가 있는 게 선교사님들의 경우 은퇴하고 들어오면 후원이 끊긴다.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도 뭔가 해답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때 하 목사 눈에 지역 다문화·이주민 가정이 들어왔다. 생명의빛홈타운이 속한 경기 동부권에는 다문화·이주민 가정이 많았다. 은퇴 선교사를 이들과 연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 목사는 “선교사님들은 각 지역에서 정말 잔뼈가 굵은 분들”이라며 “선교지 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언어도 된다. 은퇴해서 한국에 돌아온 분들이지만 다문화·이주민 분야에 있어 전문가”라고 말했다.

하룡 생명의빛예수마을 담임목사가 지난달 17일 생명의빛홈타운 입주동 숙소 내부를 보여주고 있다. 가평=신석현 인턴기자


그는 “지역 주민센터, 교회 등과 연계해 입주 선교사님들을 파송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선교사님들께 급여도 지급할 예정”이라며 “선교지에서 해왔던 일이라 입주를 문의하는 선교사님들도 이 얘길 듣고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밀알복지재단은 현재 생명의빛홈타운 총 36세대 중 25세대의 입주가 확정됐다고 전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은퇴 선교사 세대라고 한다. 중국 몽골 말라위 캄보디아 필리핀 모잠비크 등 이들이 섬긴 지역도 다양하다. 그 외 일반 입주자 모두 기독교 성도들로 구성됐다. 입주일은 11월로 예정됐다. 밀알복지재단은 3개월 단기 거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 목사에 따르면 벌써 선교사님을 파송해 달라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생명의빛홈타운은 차량도 마련해 놨다. 하 목사는 “이곳 선교사님들과 지역 다문화·이주민 가정이 연결된다면 생명의빛홈타운은 다문화 선교의 전초기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평신도 역시 원한다면 일자리 연계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스피릿 큐브 기도실 내부 모습. 가평=신석현 인턴기자


생명의빛홈타운은 주변 조경 정리 등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생명의빛홈타운을 지으면서 함께 조성했던 겟세마네 동산도 개방을 앞두고 있다. 예수께서 평소 겟세마네 동산에서 홀로 기도했던 걸 모티브 삼은 이곳은 14개의 큐브 모양 기도실이 있다. ‘14’는 예수 그리스도와 12제자, 사도바울을 상징한다.

여기엔 또 하나 특별한 곳이 있는데 겟세마네 동산 벽을 따라 그려진 기도문 벽화다. 한국어 히브리어를 비롯해 몽골어 타갈로그어 태국어 등 24개 언어로 된 기도문이 각각 붙어있다. 하 목사는 “선교사님께서 자신이 섬겼던 나라 기도문을 보면 반가워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한국에서도 그 나라를 위해 계속해서 기도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생명의빛홈타운은 ‘제2 생명의빛홈타운’도 계획 중이다. 원래는 남아있는 땅에 계속해서 은퇴 선교사를 위한 주거지를 지을 계획이었지만, 다문화 사역과 연계되면서 방향을 조금 수정했다. 하 목사는 “한번은 경기도 안산시장이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자기 지역에도 다문화가정이 많다면서 안산에 이런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며 “도심에 짓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 목사는 “은퇴 선교사를 위한 주거지 마련만 해결되면 끝인 줄 알았다. 부족한 전 그렇게 늘 한 치 앞만 봤는데, 하나님께서 이 시대의 필요를 계속해서 보여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의 입주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그는 “하나님께서 꾸려갈 앞으로의 일들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가평=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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