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마사회 직원들이 '삭발 투쟁'에 나선 까닭은

나건웅 2021. 9. 1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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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던 한국마사회가 존폐 기로에 놓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장기간 ‘무관중 경마’를 진행한 탓이다. 마사회는 “온라인 마권이라도 발매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1년 넘게 묵묵부답이다. 마사회 노조는 온라인 마권 발매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삭발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마사회 매출은 1년 사이 급격히 감소했다. 2019년 7조3572억원에서 2020년 1조1018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4604억원. ‘72년 만에 적자’라는 사상 초유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마사회 실적 부진의 이유는 명확하다. ‘무관중 경마’로 마권 매출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경기 운영 비용은 그대로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마사회는 말 산업 상생을 위해 적자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도 경마 경기를 진행해왔다.

‘온라인 마권 발매’가 해법으로 제시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온라인 마권 발매 내용이 담긴 마사회법 개정안이 지난해 농해수위에 상정돼 올해 2월과 6월 두 차례 법안소위에서 다뤘지만,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의 반대로 여전히 계류 중이다. 사행성 조장 논란을 야기할 수 있고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행 산업 온라인 발매는 사실 없던 일이 아니다. 경마와 성격이 유사한 경륜·경정은 지난 5월 온라인 발매가 가능토록 하는 내용의 경륜·경정법이 국회를 통과해 8월부터 온라인으로 발매를 시행 중이다. 복권과 스포츠토토는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온라인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마사회 노동조합은 “온라인 마권을 발매할 수 있게 해달라”며 지난 9월 8일 한국마사회 노조는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앞에서 경마 온라인 발매 입법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마사회 노조는 투쟁 결의문을 통해 “한때 연간 3조3000억원의 경제 효과와 농업생산액의 7%를 담당했던 말 산업은 코로나19 확산과 경마 중복 규제로 붕괴 직전에 내몰렸으며, 종사자 2만4000명의 고용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마지막에는 홍기복 마사회 노조위원장의 삭발식이 치러졌다. 홍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마 중단으로 경마 산업은 물론 말 산업 전체가 고사 위기에 빠진 상황이다. 유일한 대안인 온라인 마권 발매 제도 도입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나섰다. 정부는 경륜·경정 등 타 산업과의 비대칭 규제를 적극 검토하고 경마 온라인 발매 도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불법 사행 산업의 시장 주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건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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