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폐허된 성채, 고흐..암벽 꼭대기의 레보드프로방스

연경 2021. 9. 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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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연경의 유럽 자동차여행(12)


레보드프로방스에 있는 빛의 채석장 입구. [사진 연경 제공]

레보드프로방스(Les Baux-de-Provence)는 아비뇽 남쪽에 있는 마을로 여행자는 아를을 향해 가면서 접근하면 된다. 아를에서 하루 코스로 다녀올 수도 있겠다. 프랑스 예쁜 마을로도 꼽힌 마을인데 알필산 봉우리에 우람한 성채가 자리하고 있고, 폐광된 채석장에 몰입형 미디어 아트를 도입해 새로운 관광지로 다시 태어난 마을이다. 남프랑스 여행하면서 반드시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히는 레보드프로방스로 자동차 여행을 떠나보자.

꺄리에르드뤼미에르(Carrières de Lumières, 빛의 채석장)


레보드프로방스 마을 아래 당페르(d’Endert) 계곡에 채석장이었고 여기서 채굴된 석회암으로 가까이 있는 보(Baux) 마을과 보 성을 건설하는 데 쓰이기도 했다. 채석 산업이 쇠퇴하면서 1935년 폐광되었고 이후 레보드프로방스 인구는 급감하게 되는데 21세기 들어서야 출구를 모색하게 된다.
아비뇽에서 아를 여행지도.


2012년 이 채석장 동굴이 아미엑스를 도입한 ‘빛의 채석장’으로 재개장하면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소가 된 것이다. 아미엑스는 예술&음악 몰입형 체험 프로젝션이다. 대상물 표면에 빛으로 이루어진 영상을 투사하고 음향을 활용한 전시 영상을 관람자의 온몸에 투사하는 새로운 몰입형 미디어아트를 뜻한다. 100여 개의 프로젝터와 스피커를 이용해 변화하는 이미지와 음악을 천장과 벽, 바닥에 경계 없이 투사해 완벽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우리나라 제주도에도 ‘빛의 벙커’란 이름으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2012년 반 고흐를 시작으로 모네, 클림트, 샤갈,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달리, 가우디 등의 작품을 전시했고 올해는 세잔과 칸딘스키가 주인공이 되었다. 이번 여름에 전시회를 체험한 지인은 감동적이고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한다. 상영시간은 1시간이고 채석장 안이라 한여름에도 서늘하다.

2021년 빛의 채석장 전시. [사진 연경 제공]

■ 꺄리에르 드 뤼미에르

「 주소 Route de Maillane, 13520 Les Baux-de-Provence, 프랑스
시간 9:00~19:00(봄 가을 기준, 2월은 휴관)

요금 14유로(보 성 관람 통합요금 19.5유로, 보 마을만 보는데는 입장권이 필요치 않다)

코비드 관련 입장 조건
① 2차 접종까지 마친 예방 접종증명서
② 48시간 이내 PCR및 항원 테스트 공식증명서
③ 코로나 완치 증명서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만 제시하면 되고 입구에서 무료 항원테스트가 가능한데 외국인은 유료라 25유로 내고 현금결제가 가능하다.


빛의 채석장 주차장(LesBaux Parklot)
좌표 43.748751, 4.795965

매표소 맞은편에 커다란 무료 주차장이 있는데, 이곳 역시 차량 파손이 심한 지역이므로 반드시 입구 쪽 사람 통행이 많은 곳에 주차하고 차량 안에 아무 것도 두지 않아야 한다. 입구 쪽에 보안 요원이 배치되어 있다.

빛의 채석장 매표소 앞 주차장. [사진 연경 제공]


레 보 드 프로방스 마을 주차장
주소 13520 Les Baux-de-Provence / 좌표 43.745814, 4.796804
이 주차장은 상대적으로 안전한데 주차면이 너무 적고 요금이 비싸(1시간 5유로) 원성이 높다. 빛의 채석장 입구, 보안 요원이 보이는 곳에 주차했다면 그곳에 차를 두고 보 마을은 걸어가도 된다(도보로 10여 분이면 간다). 가는 길에 길거리 주차도 가능한데 역시 조심을 해야 한다.


레보드프로방스


레보드프로방스. [사진 연경 제공]

알필 산맥에 속하는, 석회암으로 된 바위산 꼭대기에 있는 마을이다. 기원전 6000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바위 절벽을 집으로 사용하고 좁은 구멍을 무덤으로 사용하며 꽤 많은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중세 주변 도시와 마을을 통치하는 봉건 영주 보 가문이 거주하면서 요새화됐다.

보(Baux)라는 말은 절벽을 의미하는 프로방스어 ‘Bau’에서 유래했다. 보 가문은 인근의 영주와 교황을 상대로 싸웠고 위치상으로도 랑그독과 프로방스가 만나는 요충지역을 지킨 유명 가문이었다. 15세기 보 가문의 대가 끊기면서 프랑스 왕실로 편입됐다. 마을이 신교도의 중심지가 되자 1632년 리슐리외(Richelieu) 추기경이 이끄는 프랑스 군대에 의해 성과 성벽이 파괴되었으며,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공을 세운 모나코 공국의 그리말디 가문에 넘겨졌다가 다시 프랑스 땅이 된 곳이다.

보 가문은 동방박사 중 발타자르(Balthasar)를 조상으로 여기며 별빛이 16방향으로 뻗어간 문장을 사용한다. 지금도 보 성에는 이 가문의 문장이 펄럭이고 있다.

보 가문의 문장. [사진 연경 제공]


입구에 주차하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보 성을 보고 마을 위 교회들까지 가보면 된다. 성은 다 무너져 보수되지 않은 채 옛 영화를 쓸쓸히 증거하고 있으며 당시의 공성기 등은 근래에 복원된 것이다.


모졸 수도원


라벤더가 곱게 핀 7월의 모졸 수도원. [사진 연경 제공]
고흐 동상. [사진 연경 제공]

모졸 수도원은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가 태어난 생레미드프로방스에 있다. 고흐가 고갱과 다투고 귀를 자른 후 자진해서 입원한 정신병원이다. 고흐는 사건이 있고 난 뒤 아를 병원에서 지내다가 이곳으로 왔고 2층에 있는 병실에 12개월 동안 입원해 있었는데, 1층을 화실로 사용할 수 있었고 병원 풍경과 환자들 그림을 143편이나 남겼다. 되풀이되는 발작에 시달리면서 극과 극을 오가는 불안정한 상태의 그가 광기 속에서도 붓을 들고 화폭에 쏟아낸 에너지가 놀랍기만 하다. 자화상, 수선화, 별이 빛나는 밤, 사이프러스나무, 생폴 드 모졸 예배당 풍경 등 그가 남긴 작품들의 모사품들이 전시된 모졸 수도원에서 고흐의 작품을 배경과 함께 바라보고 느껴보자. 그 날이 더운 여름의 어느 날이라면 보랏빛 라벤더 물결을 덤으로 선물 받게 될 것이다.
생레미 병원에서 그린 고흐의 자화상. 오르세미술관 소장. [사진 오르세미술관홈페이지]
소나무가 있는 생폴 수도원 병원 모습. 오르세미술관 소장. [사진 오르세미술관 홈페이지]


베네딕도회 소속인 이 수도원은 퇴마 수도원이었고, 지금은 정신병 클리닉으로 사용되고 있다. 당시 고흐에게 가장 많이 쓰였던 처방은 온욕이었는데, 그 도구가 전시돼 있다. 주차장은 수도원 바로 앞에 있고 수도원 뒤로 올라가면 로마 시대의 유적을 볼 수 있다.

여행 카페 매니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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