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일상 이어주는 '성수동의 Book소리'..2021 서울국제도서전 가보니
국내 최대 책축제..출판사 75곳 참여
오디오북 체험 공간 관람객들 붐벼
200여명 작가·예술가·전문가들 참여
한강·정유정·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유명인들 강연·대담 들을 수 있어
높고 파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독서욕을 자극하는 가을날, 서울 성동구 성수동 문화공간 에스팩토리를 찾았다. 이곳에선 국내 최대 책 축제인 ‘2021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고 있다. D동에 들어서자 가지런히 정렬된 책더미들이 눈에 들어온다. 책이 많은 공간에선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소란스레 떠드는 사람도 없다. 선한 인상의 ‘책덕후’들이 독서산책하러 하나둘 모여드는 모습이 정겹다.
출판사 75곳 참여해 오프라인 마켓 열어
‘민음사’ ‘열린책들’ ‘우리학교’ 등 출판사 이름이 새겨진 부스에서는 다양한 신간 서적들을 판매 중이다. 한 출판사 부스에서 인기 도서가 10% 할인 가격으로 매대에 오르자 사람들이 몰린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이곳을 찾았다는 대학생 박유원씨(22)는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추천해준 책들이 있으면 구입할 생각으로 방문했다"면서 "온라인보다 저렴한 책도 있고 볼거리도 많아 이곳저곳 둘러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오디오북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에도 관람객들이 붐볐다. 오디오북 스트리밍 업체 스토리텔은 전용 부스에서 베스트셀러 추리소설인 ‘돌이킬 수 없는 약속’과 ‘봉제인형 살인사건’, 디즈니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디즈니의 악당들’ 등 유명 서적들을 오디오북으로 제공했다. 에코백과 머그컵 등 다양한 굿즈도 판매했다. 박세령 스토리텔 한국지사장은 "도서 애호가들에게 오디오북의 매력을 전하기 위해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면서 "5만권 이상의 국내외 오디오북을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할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은 1954년 전국도서전시회에서 이어진 연례행사로 1995년 국제도서전으로 격상됐다. 주일우 서울국제도서전 대표는 "코로나19 이전엔 400여곳의 출판사가 참여할 정도로 대규모였으나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75개 출판사가 오프라인 마켓을 연다"면서 "다만 지난해 축소됐던 현장 행사를 일부 복원했고 온라인으로도 다양한 볼거리들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200여명의 작가·교수·예술가 등 참여D동 한편엔 소규모 무대도 꾸려져 있다. 도서전에 참여하는 작가·교수·문화예술인들이 강연하는 공간이다.
이날은 도서전 홍보대사이자 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긋닛, 자연이 우릴 쉬어가라 하네’라는 주제로 1시간 반 동안 강연했다. ‘긋닛’이란 끊어짐과 이어짐을 뜻하는 옛말로 이번 도서전의 주제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멈춰섰지만 그 멈춤이 마침표일지 아니면 잠시 숨을 고르는 쉼표일지에 대해 고민해보자는 의미다.
최재천 교수는 이번 도서전 주제에 맞게 강연을 준비하면서 ‘말없음표(…)’가 떠올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무언가 확실한 표현은 아니지만 많은 걸 함축할 때 쓰는 말없음표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일들을 다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바이러스로 인해 바뀌어버린 삶이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고민하게 만드는 부호"라고 전했다.
최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거론하기도 했다. 주로 열대지역에서 서식하는 박쥐의 활동범위가 지구온난화에 의해 아시아권 등지로 넓어져 바이러스를 퍼트렸다는 주장이다. 생물다양성의 파괴는 더 심각한 문제로 꼬집었다. 그는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약 1만2000년 전 전체 생물에서 인간과 가축(개·고양이)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됐지만 오늘날엔 96~99%에 이를 정도"라며 "호모사피엔스 중심으로 생태계가 구성돼 바이러스 확산에 유리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도서전에서는 최 교수를 비롯해 200여명의 작가와 인문·사회·과학 전문가 및 예술가가 참여했다. 한강, 정유정, 베르나르 베르베르, 막심 샤탕, 배우 문소리 등 유명인들이 전하는 40여편의 강연과 대담을 들을 수 있다. 해외작가의 경우 화상 연결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체험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A동으로 이동하자 3개의 색다른 전시를 비롯해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었다.
전시 ‘긋닛: 뉴 월드 커밍’에서는 70년에 걸친 도서전의 역사를 조망한다. 저자와 독자, 책을 둘러싼 시공간 등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디지털북 세미나’ 코너에서는 국내 웹툰과 웹소설의 역사와 유명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곳에서는 스크린에 투명한 종이를 대고 웹툰 캐릭터도 그려볼 수 있다. 특히 아동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기획전시 ‘BBDWK’에서는 1963년부터 독일 북아트재단이 주최해온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구경할 수 있다. 올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Golden Letter’를 수상한 한국 도서 ‘푀유(FEUILLES)’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책 디자인을 감상할 수 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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